2019.02.09 (토) 산청모임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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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771회 작성일 19-02-03 12:00본문
설 연휴입니다.
1년에 가족끼리 모일수 있는, 그리고 모여야 하는 공식적인 날인데요. 저같은 사람은 그게 참 힘들고 불편하고 서툴고 좀 그렇습니다.
가족여행 가기 싫은데, 안가자고 하기에 눈치보이고.
그렇다고 따라가면 분명히 어느순간 나는 하기 싫었는데, 저들의 의지대로 또 움직였어! 라고 울컥해서는 또 표정 냉랭하게 되겠지요.
김기태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면서 제일 처음 깨달았던건, 내 뜻대로 살아본적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늘 엄마 아빠에게 사랑받기 위해 그들이 좋아할만한 말을 하고, 행동을 하고, 옷을입고, 웃음을 짓고, .....
그 모든 순간을, '나'가 아닌,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을 했어요. 그 모든 순간을.
그러면서도 나는 전혀 몰랐지요. 왜냐면 그런 나의 말과 행동에 그들이 기뻐했고, 난 그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만족했으니까요.
내가 기분좋으니까,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하는건줄 알았고, 나도 만족한건줄 알았어요.
그게 계속되다보니, 매 상황에서 재빠르게 상대가 내심 무엇을 원하는지를 캐치하게 되었고,
나의 모든 행동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였어요. 그리고 그 생각은 0.1초도 안되는 찰나에 캐치하고 선택하게 되는거라,
나의 선택이 그들을 위해서인지 진짜 내가 원해서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어요. 그게 쌓이고 쌓였고 그게 나의 삶이 되었어요.
그렇게 살다가 김기태 선생님을 만났고, 그제서야 내가 그러하는구나. 라고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 나는 1만원짜리 옷 티셔츠 한번 나 스스로 사본적 없구나.
방에있다가, 거실부엌에 나와 식탁위에있는 물컵 하나도 못드는구나.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처음 가는 장소에서, 다시는 마주칠 일 없는 가게 주인에게조차 잘보이려고 사랑받으려 애쓰는구나.
그렇게 내 꼬라지를 보고 내가 제일먼저 한 일은, 내 부모를 증오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신들때문에, 지나가는 행인들에게조차 사랑을 갈구하는 그런 괴물이 되었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부모와의 분리를 시작합니다.
분노하고, 짜증내고, 욕하고, 신경질내고. 내뜻대로 안되면 진짜 막말로 뒤집어지고....
그러면서도 두려워하고 죄책감느끼고 이렇게 해도 되나 울기도 하고, .. 참 서툴었습니다.
이렇게보니, 나는 참 나아진게 없군요.ㅋㅋㅋㅋ
부모로부터 그렇게 분리되려고 애썼는데,
부모대신 직장상사를 붙잡고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사랑받으려 애쓰고 있었네요.ㅎㅎ
예전에는,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되는 이 문제들에 다 부모탓이다 원망했겠지만.
그래도 좀 컸다고, 이번엔 다르게 한번 해볼까 합니다.
어제까지만해도, 긴 연휴 할일없어 고속도로타고 양산까지 가서 카페 사장이랑 노닥거립니다.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불필요한 명절 공동체의식, 가족주의에 대해 괴로움을 토로합니다.
손님의 의견에 주인은 동조를 해주지요.
그렇게 비난하고 욕하고 흥칫뽕 하다가.... 오늘은 그냥 있어보기로 합니다.
제사를 지내며 절을 하고, 그 막간의 침묵 속에서 , 그냥 있어 봅니다.
제사를 지내며 거실에 다 함께 계속 있지 못하고, 내방으로 다시 숨어버립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돈잘버는 내 동생은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여행도 같이 가드리고, 살갑게 하는데.
나는 멀찍이 떨어져 데면데면 있습니다.
굉장히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냥.. 있습니다.
서걱서걱하고, 불친절하고, 가족애라고는 눈꼽만치없는 개인주의 성향을 내비쳐봅니다.
그러한 내 모습에 내동생조차 나를 욕하고 때리고 비난할것같은 두려움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꾹 참고 있어봅니다.
늘 주어지는 이 상황들에, 비난하고 외면하는대신, 그 자리에 한번 있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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