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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옥씨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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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174회 작성일 06-02-0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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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옥씨가 갔습니다.
    한 많은 43년간의 삶을 뒤로 하고 지난 월요일 홀연히 그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밤 늦은 시각 갑작스런 그의 남편의 전화를 받고 식구들 몇이서 달려갔을 때
    아, 그는 아랫목 이부자리 위에 마치 자는 듯 편안히 누워있었습니다.
    급성심근경색…….
    남편이 밖에 일하러 나간 사이 그는 그렇게 호올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작별을 했습니다.
    어느 인생(人生)인들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아! 그의 주검을 앞에 둔 제 마음은 어찌 그리도 아파오던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제대로 가슴 펴보지 못하고 살았을 그 삶이,
    그 한없는 주눅들림 속에서 뼛속까지 사무쳤을 그의 외로움이,
    오랜 세월 그를 괴롭혔던 병마(病魔)와의 싸움 속에서 울고 또 울었을 그의 눈물이
    그 순간
    오열하던 우리 모두의 가슴을 또 얼마나 아프게 하던지요!

    마지막 가는 그 길도 그는 참 외로이 갔습니다.
    영정(影幀)도, 그 흔하디 흔한 국화꽃도, 찾아와 문상(問喪)하는 사람도, 곡(哭)하는 소리도 없는 그 텅 빈 빈소에 그도 또한 아무런 말 없이 누워있다가 그렇게 일어나 갔습니다.
    꺼질 듯 피어오르는 한 줄기 향과, 그의 친구가 꺾어다 놓은 자그마한 다발의 진달래 산수유 개나리 벚꽃이 마지막 가는 그에게 손 흔들어 줄 뿐이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한 잎 낙엽처럼 갔습니다.

    아! 화장터로 향하는 그 길은 어찌 그리도 서럽도록 눈부시던지요!
    파아란 하늘과, 이제 막 물이 오른 연초록의 버드나무와, 연옥씨를 실은 영구차(靈柩車)가 달리는 길가 내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노오란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매화 벚꽃들과, 멀리서 손 흔들어주던 복숭아꽃, 그리고 따뜻한 봄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자그마한 개울들까지…….

    그가 다시 자그마한 항아리에 담긴 한 줌 가루가 되어 우리품에 안겼을 때
    아, 참 따뜻하더이다.

    "한 달 전부터 바람 좀 쐬러 가자며 그렇게 졸라대더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마음껏 바람이나 쐬어줄 걸 그랬습니다……."
    그렇게 울부짖는 남편에게 연옥씨는 화장터 주변에서 유난히 울어대던 한 마리 새가 되어 이렇게 그를 위로하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연옥씨와의 인연에 감사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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