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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는 지금껏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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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220.♡.118.82) 댓글 0건 조회 3,978회 작성일 17-03-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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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우화)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주눅들며 가슴 졸여야 했던지!

아아, 그는 그가 받았던 깊디 깊은 상처와 절망만큼이나 처절히 '온전한 오리'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정말이지, 처음 한동안은 진짜 오리가 된 것 같기도 했고, 그 우쭐한 기분에 때로는 그들 앞에 보란듯이 으스대며 나서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가끔씩은 설핏설핏 아직 오리가 되기에는 부족한 자신의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일이기에, 마침내 자유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아아, 나도 한 마리 온전한 오리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때 나의 이 모든 고통도 끝나리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날이 가면 갈수록 '온전한 오리'가 되는 일은 자꾸만 더 힘겹고 어려워져만 갔고, 어떤 땐 아무리 마음을 모으고 애를 써도 조금의 진척이 없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자꾸 반복될수록 이번엔 그 많은 노력과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선뜻 오리가 되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밉고 환멸스럽기까지 했으며, 오리가 되는 길이 그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깊디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갈 즈음의 어느 날 그는 문득, 자신이 그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애쓰고 노력하고 수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조금도, 정말이지 조금도 오리가 되어 있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마침내 통곡하며 오열하고 맙니다.

    '아아, 나는 지금껏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구나……조금도 오리가 되지 못했구나……!'

    그 자각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 줬고, 더할 나위 없는 절망감은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발작하듯 날개를 편 채 펄쩍펄쩍 뛰게 만들었는데, 바로 그 순간 그는 문득 후드득 하고 공중을 날게 됩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은 오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에 그것은 너무나 놀랍고도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어, 내가 날다니, 내가 날 수 있다니……!'
    바로 그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갑자기 그의 앞에 펼쳐져 버렸습니다. '미운 새끼오리'는 그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자신은 오리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이미 처음부터 오리가 아니었기에 '온전한 오리'가 될 수도 없었으며, 오리가 되려는 그 많은 노력들이 사실은 모두가 부질없는 헛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아, 나는 오리가 아니다! 나는 그냥 나일 뿐이다!(I am who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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