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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인전에 부치는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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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vira (110.♡.126.101) 댓글 4건 조회 5,235회 작성일 11-12-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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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나는 이 그림을 보는 당신이 스스로가 빛임을 알기를 바란다. 또는 공간과 사물들, 질료와 행위 그리고 당신이 빛과 하나 되어 있음을 보기를 바란다. 아무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당신 그 자체. 빛인 당신이, 당신이 보고 있는 그림-산과 오두막, 정원, 꽃들-을 비춘다. 화가의 빛이 당신이 보고 있는 산을 비추고 당신이 그 산을 비춘다. 당신과 나는 하나다. 그림 속에서 또는 밖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만났다.

II.

미얀마의 수행승 시절, 그곳의 겨울은 유난히 안개가 많고 짙어 마을로 탁발을 나가면 앞선 스님들과 길옆 맨발로 서서 밥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뜨거운 밥의 김과 안개와 앞선 도반 스님의 뒷모습이 한 덩어리가 되어 마치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 있는 듯 아득한 느낌이 들곤 했었다. 희미한 야자수, 긴 대나무 끝에 두레박이 달린 우물가, 이웃 절에서 나온 분홍색 가사의 나이 어린 시얄리들, 어슬렁거리는 개, 인도계 소녀, 할머니들 그리고 자비송의 음률까지도 그러한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이었다. 처소로 돌아올 때쯤이면 태양이 희뿌옇게 보이기 시작하고 서서히 주변이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 안개 속 숨죽이고 있다가 갑자기 깨어난 것처럼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느낌이 마을과 숲과 밭에서 일기 시작하고, 안개 물방울 하나하나, 야자수 잎, 밭의 작물들과 사람들마저 생기를 띄고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삼단 도시락을 들고 출근하는 런던시가렛 공장 아가씨들과 자전거 행렬과 오가는 사람들도. 그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되어 뒤따르던 스님에게 탁발 시 침묵해야 하는 규칙을 깨고, ‘정말 아름답다’고, ‘이런 것들을 뒷날 꼭 그려보고 싶다’고 말을 걸곤 했다. 사물과 빛, 공간이 하나 된 세계 그리고 생동감.

III.

귀국하여 몇 년이 지났다. 막연한 생각 속의 그것은 좀 더 숙성되길 기다린 것 같다. 이제 그것의 가능성을 조금 본다. 내 그림에서 빛이 느껴지기를 소망한다.

댓글목록

꽃으로님의 댓글

꽃으로 아이피 (211.♡.69.102) 작성일

아. 이런 의미가 담긴 그림이군요.
도덕경홈피에서 첨 그림을 봤을 때는
막연히 참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기회가 되면 실제로 보고싶어요.
저도 가도 되는거죠?

김미영님의 댓글

김미영 아이피 (59.♡.241.205) 작성일

님의 글은 그림 같습니다..평화와 고요가 있는.

길벗님의 댓글

길벗 아이피 (61.♡.169.242) 작성일

아, vira님이 아름다운 조재익님이란 걸 방금 알았습니다.
닉에서 왠지 부드러운 향기가 돌아 여자분인가 했는데...

덤으로 쫓아가 님의 소개글도 읽고 눈물이 흘렀구요...

정말이지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이 아름다운 영혼, 그리고 그의 창조물, 그것의 꽃피어남...
그저 감동입니다...

새로 단장한 도덕경마을 빛마중그림을 볼 때마다
뭉클하고 아련하고 풍요로운 빛더미가 가슴 가득 밀려와 스미어들었다 메아리져 아련히 퍼져남을 느끼곤 했었는데
그렇군요...
그럴 수밖에 없었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지구별마을에 함께 계셔주셔서...

이번 기회엔 그 아까운 전시회를 볼 수가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여긴 님의 고향동네(창원)이고-저도 마산에서 나 마산에서 학교를 다녔고 님과 같은 또래랍니다^^-,
전시회 마지막날까지 붙잡혀있어야하는 일시적인 일터가 있어서...

그러나 머잖아 제게도 그 행복한 기회가 올 터이니
그날에 기쁘게, 가슴 설레게 뵙겠습니다.
님도, 아름다운 빛풍경들도,
그리고 아무런 할말이 없이 그저 눈시울과 가슴만을 뜨거이 적시며 들어야할 그 아름답고 그윽한 이야기들도...

더불어 이 아름다운 만남과 감동들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도덕경마을이 있음에 감사드리며...

vira님의 댓글

vira 아이피 (110.♡.248.69) 작성일

 
  전시장가는 길에 영풍문고에 들러 <시지프스의 마을에 첫눈이 내리고>를
  샀습니다.얼핏 넘겨본 페이지의<오백만년 전 소금의 노래>가 마음에 꽂히는군요.

  마음 속의 옛길 따라 걷다가 길벗을 만나 기쁩니다.
 
  뵐 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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