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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고마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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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39.♡.18.125) 댓글 2건 조회 2,838회 작성일 22-06-2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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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홀로 운동하는 산책로에 자주 보는 길냥이 한 마리가 있다.

​귀여워서 종종 간식을 챙겨주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경계가 심했던 이 놈은 나만 보면 쫄랑쪼랑 무진장 따라오더라.

이틀 전, 자정 무렵이었나? 간식을 주려는 나를 보고 을매나 까불며 덤벼오던지...내 손가락을 확 긁어부리더라고..

나도 모르게 아파서 고통의 쌰우팅+피를 뚝뚝 흘리니 고양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냅다 튀더라.

그리고 저 멀리서 몸을 웅크리고 내 눈치를 보는게 아닌가?



집에가서 소독하고 날이 밝아 냅다 피부과 갔다가 내과에 갔다.

피부과에선 항생제를, 그라고 할배 쌤이 얼릉 냅다 내과 튀어가라 해서 파상풍주사까지... 예상치도 못한 5만원을 날맀다.ㅎㅎ

5만원이믄 와퍼가 몇 개고...오늘 새벽에 공원에 운동 겸 다시 공원에 갔다.

그 고냥이가 날 보고 냅따 뛰어오다 어제 일이 생각났는지 갑자기 일정 거리를 유지하드라.



내가 '마, 이리온나. 어제 확 궁디 주 차삘라다가 이 형님이 그냥 넘어가준다. 얌마 내가 거금 5만원 넘게 쓴데다

주사맞은 팔이 아파가 전시회도 놀러가려던거 못갔다 이놈의 시끼야. 또 그래봐라 그 땐 진짜 차뿌릴라. 온나, 와서 무라'



그렇게 간식을 주니, 인 석이 2~3번 좌우를 두리번 거리다 냉큼 와서 간식 한 알 한 알을 옮겨가서 구석에서

먹는것 아닌가? 그리고 내 눈치를 어찌나 보는지....근데 또 내가 이동할 땐 거리를 확실히 두고 을매나 따라오는지 ㅋ

'어허...저놈봐라?' 하고 저 녀석의 눈치보는 모습, 귀를 쫑긋쫑긋 돼는 모습, 눈알굴리는 모습까지 한 참을 쳐다봤다.

고양이의 모습이 경이롭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으며 그 녀석의 마음을 그 순간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내 어렸을 때 생각났다. '사람이나 동물들 니네나, 식물들이나 물이나 공기나 뭐나...다 감정이 있는 에너지다 그래.

니나 내나 다 똑같다. 고냥이 니 덕분에 누군가의 폭언이나 가음, 무서운 환경, 실수에 대한 혼남 등 여러 요인으로

주눅드는 건 다 똑같나보다. 니 덕에 어려서 내가 왜 눈치를 보고 자랐는지 또 되돌아보게 되었네...

니가 5만원치 밥값했다. 고맙다. 언능 들어가라'



당연히 인간 말을 못알아듣겠지. 내도 저놈아 애옹 애옹 소리 못알아듣고 ㅋㅋ

그러나 내 마음이 담긴 느낌이 전달되었으리라...


우리 인간은 무조건적인 허용인기라...아이다. 물리적 우주에 존재하는 우리 모든 생명체들은 모두가

무조건적인 사랑. 지 다운 모습으로 있는거...

모두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기라. 그 눈치보던 고양이의 모습 마저도...



근데 하필 다쳐도 가운데 손가락이냐 ㅋㅋㅋㅋ 피부과,내과 의사 쌤들에게 다친 부위 보여준답시고

근사한 욕을 본의 아니게 날릴 때 피식 웃던 쌤, 손가락 보고 인상 쓰던 쌤이 인상 깊었다 ㅋ 끝!

댓글목록

mouse님의 댓글

mouse 아이피 (61.♡.224.166) 작성일

너무 감동적이에요.. 경험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8.♡.148.34) 작성일

나무아미타불 아멘^^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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