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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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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가현 (115.♡.93.66) 댓글 0건 조회 6,513회 작성일 18-06-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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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이 일어나든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일어나는 일들에 반응하는
반복되는 감정과 생각이 지루하고 재미없어진다.
꼭 그래야하나? . . . 하는 낯선 의문이 일어난다.

모든 책과 말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수려한 문구로 진리를 설한 책이라도
아무리 그것에 가깝게 설명하려 애쓰는 강의도
아침에 눈뜰때의 약간의 불안과 허전함만 못하고
지금 있는 이 초라함만 못하며
지금 있는 이 아무렇지 않은 이것만 못하다.


나이듦이 얼마나 좋은지

TV도 책도 열렬한 강의도

아무런 감흥도 재미도 주지 못한다.

어느 비 내리는 휴일

단순히 비가 보고 싶어

일부러 엘리베이트를 타고 잘 정비된 아파트 단지의 정원으로 내려가

우두커~~~~니 앉아 오로지 내리는 비만 본다.

덤으로 그 배경이 되는 비구름 낀 초록의 산도 느낀다.

이 또한 나이듦의 덕분인가 . . . . 이 보다 좋을 순 없다.


형제 중 맏이인 큰 언니가 세상을 떠난지 50여일이 지났다.

지난 토요일 남은 4 남매가 잘 다듬어진 언니의 무덤앞에섰다.

무덤 위 떼로 입힌 잔디가 예쁜 초록으로 자라 있다.

산자와 죽은자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한 몸은 죽어서 흙에 스며들고 있고

다른 한 몸은 그 흙을 딛고 서서 맑게 개어 높아진 하늘과

한껏 물오는 나무들과 들꽃들을 본다.


무슨 말이 필요하고 무슨 경전이 필요할까.

색색의 들꽃이 있고,높아진 하늘이 있고

예쁘게 웃던 생전의 언니에 대한 기억이 있고

약간의 가슴 아림이 있고

그리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간다.

잡을 수도 없고 잡으려는 순간 어느새 없다.

아름답고 감사한 삶의 전개

전혀 관여할 수 없는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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