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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되요

작성일 17-06-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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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토 (121.♡.206.32) 조회 6,286회 댓글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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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데 불현듯, 기태 선생님이 늘상 하시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알면되요. 내가 그렇게 하는구나, 라고. 알면 되요. "


1.

얼마전,  새로 알게된 가게에서 홈파티를 연다고 초대받았다.

맛있는 음식과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과 다양한 사람들.

혼자가서 약간의 뻘쭘함을 달래려는듯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분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더랬다.

음식의 재료선택부터 만드는법까지.

돌아서면 잊어버릴만한 소소한 것들임에도, 나는 시간을 해치우듯 무언가 계속 궁금증을 풀어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티를 마치고 그분 번호를 받아서 다음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보았다.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럴싸한 단어들과 문구들을 나열해나가며 길게길게 감사인사를 해나가는데.

무언가, 어색했다. 한번 스친 인연에 이토록 정성을 다해서 어떻게든 인연을 이어 나가려는 나의 노력이 보여서.

그 말들이 거짓은 아니지만, 진심이 아닌것은 아니지만.

정말정말 내가 계속 알고지내고 싶은 사람도 아니면서, 나랑 쿵짝이 너무 잘맞는것도 아니면서,

속으로는 다시 언제보겠냐 싶고, 그럼에도  "꼭 뵈어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 라는 식으로 단어를 나열하는,

그리고 실없는 사람 되기 싫어서, 그 말에 책임지기 위해서 또 어떻게 만날 껀덕지를 만들지 또 애써 머리쓰는.

.

이 끈질긴 노력이. 애씀이.

.....

아. 혼자 있기 싫어서구나.



2.

" 회사에서 나만 일하는거 같아요. 다른사람들은 칼퇴근하고 나만 남아서 일하고 이건 부당한것 같아요. "

" 밑에 직원이 과한 업무량으로 힘들어하는데, 뻔히 보면서 어떻게 인사충원을 해주든가 업무량을 덜어주던가 해줘야 하는데 내 사수라는 사람이, 내 직장상사라는 사람은 아무 관심도 없어요.  어떻게 그럴수 있어요. "

라며 울컥하고 갑갑해하고 하소연 하던 몇달전과 지금, 내 상황은 여전히 똑같고. 그 모습또한,  

< 회사에서 연일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고, 나는 틈틈히 놀면서 인터넷하면서 일에 집중이 안된다며 걱정하며  밤늦게 퇴근하고 주말내내 회사 나와서 일 꺼내고 일 하다 놀다가 그러고 지내고 있는. > 

그때와 여전히 똑같은 모습이지만.

내 마음속에선 조금의 변화가 생긴듯 했다.

저 갑갑함과 억울함이 있던 자리에, 새롭고 낯선 시큰거림이 자리잡았다.


이 많은 업무들과 일들이 어찌됐든 내가 해야된다는 것들이라는 것.

내 몫이고, 다른 누구도 도와줄수 없고 결국은 나 스스로 내 혼자 알아서 해야한다는,

묵직한 책임감과 혼자 해결해야한다는 외로움과 시큰거림.

내 가슴속 한쪽 무언가 뻥 뚫린 허함과 목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시큰시큰한 무언가.

결국은, 나 혼자구나.

내가 해결해야 하는 거구나. 그 누구도 도와줄수 없구나.

이제껏 나는, 내 가 해야할 일인데, 내 책임인데 , 내 몫인데. 그걸 안하고 있었구나.

외려 다른사람에게 전가하고 비난하고, 요구하고 있었구나. 싶을때가 많다.

그와 동시에 이제 내가 할수 있는 일이란 그저,

시큰거리는 외로움에 넉다운 되고, 그 속에서 또 엑셀창 띄어가며 꾸역꾸역, 힘들지만, 내게 주어진 업무량을 되든 안되든 꾸역꾸역 해나간다. (일이 안될때가 더 많지만 ㅠㅠ 머리가 안돌아감 ㅠㅠ... )


3.

어색하다.

늘 무언가에 연결되어있고, 누군가를 의지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야만 했다.

누군가의 울타리에서 떨어져 나가 혼자 서 있는 이 느낌.   

여전히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사랑이 그립고 연애를 꿈꾸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연애를 한다해도, 누군가를 만난다 해도, 내가 꾸려가는 이 생활에서 한명이 더 추가 되는거지 지금 내 삶 이 변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여전히, 외롭고 허전하고 일에 치이고 헉헉댈거라고. 그러면서 한사람을 추가로 더 만나는것 일 뿐 이라고.

그럼에도 매번, 그리고 여전히, 사랑에 목매달고 다른 누군가를 기대하고, 기대고싶어하는 나의 마음을 보며

작은 위안을 해본다.

그저, 알면 된다고. 괜찮다고.

어떻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사탕을 먹어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되고, 그저 그러고 있구나 라고 알면 된다고.


댓글목록

노랑나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노랑나비 아이피 (59.♡.97.228)
작성일

토토님 글이 너무 잘 표현되어있네요.
전 뭐가뭔지 잘 몰라서 그냥 답답하기만 했는데
그래서 샘이 뭔가 꼭 찝어서 알려주셨으면 했는 데
자신을 어떻게 지켜보는 것인지 알~듯도 하네요
많이 도움 받고 있어요 ^^

서정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정만♪ 아이피 (59.♡.102.98)
작성일

세상과 다른사람과 소통하려 노력하는것보다 자기자신과 만나고 외로움과 소통한다면
자기자신이 삶이고 무한이라는 이해속에서 애씀이 조금씩 멈춰질거에요
보통의 경우 소통의 의미를 잘모르니 절 믿어보세요 ㅋㅋ굿럭 !

정리1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리1 아이피 (175.♡.146.243)
작성일

// 늘 무언가에 연결되어있고, 누군가를 의지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야만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거에요.
그러나, 그래도 괜찮음을 "알고 있"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ㅋ


토토 님 글 읽고 잊고 있었던 진리하나를 재발견한 기쁨이...^^

문득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득 아이피 (211.♡.90.97)
작성일

'먹어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되고...'

아는 게 힘.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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