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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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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리 (218.♡.76.209) 댓글 2건 조회 5,191회 작성일 06-07-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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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한 때, 나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었다.
나는 글로써 나의 아이덴티티를 확인 받고저 열병에 앓았다.
그러나...나는 그 누구에게도 나의 소망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았다.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도.
어느 비오는 밤, 격정에 못이겨 나의 아주 치부에 해당하는 비밀을 털어 놓을 지라도
절대로 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거나 하는, 소녀적 누구나 대부분 가지는 그런 소박한
소망을 나는 고백하지 못했다.
서른이 훨씬 넘고 불혹의 나이 마흔을 넘길 때 까지도...
누군가 나에게 문학소녀 같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떨어야 했다.
상대의 의도와는 달리 그것은 나에게 명백한 모욕이였다.
왜그랬을까...
지금와서 생각하면 글을 쓴다 함, 그것에의 지극한 환상,
그리고 글같지도 않은 글을 책으로 내는 글쟁이들에 대한 경멸.
지극한 환상이 있어 모욕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고 아마도 헐렁한
글쟁이들에 대한 경멸로 인한 나의 반사적 감정이 작용 했을 것이다.)
나의 기호에 맞는 글을 만나면 어떤 치열한 애인이 주는 떨림보다
더한 떨림이 아직도 나에게는 있다.
최근에 읽은 어떤 글에서, 이방인을 읽고 더이상의 떨림이 없으면
그..는 더이상 젊은이가 아니다, 라고.
이 글을 쓴 사람의 글 들을 나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이 글은 참으로 그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이방인을 읽으면 약간 넋이 나가버린다.
나는 아직도 전혜린을 읽으면 마음이 어디론가로 흘러버린다, 마치 집시처럼.
나는 아직도 기형도를 읽으면...가슴에 피멍이 드는 것 같다.
그의 유년의 결핍에, 청년의 사랑의 상실에,재능의 막다른 절망에....
나에게는 적어도 까뮈나 전혜린 혹은 린저 혹은 헷세 정도는 되어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언제가부터 아주 편안하게 나는 글을 쓰고 살고 싶었답니다,,라고
마치 농담하듯이 말을 한다.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는 더이상 글을 잘 씀..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글..을 잘 쓴다 함, 그것은 일정 부분 재능에 속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나는 글 잘 쓰는 재능이 없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수긍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이상 글을 잘 쓸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잘 쓸려는 노력보다는 나의 진심을 담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내가 가진 열등감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했지만 그 뿌리는 모두 같은 것이였다.
나는 우등한 인간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는 열등한 느낌은 없어진
우량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자랑으로 끝내는 정리..ㅎㅎ)


댓글목록

자유인님의 댓글

자유인 아이피 (124.♡.166.29) 작성일

까뮈나 헷세정도의 글을 올리면 천재이고 노벨상을 받을겁니다  그런데 편안하게 잘 쓰시네요 그리고 자유까지 얻은것 같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21.♡.28.77) 작성일

정리님이 내실 책을 기대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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