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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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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리 (218.♡.76.209) 댓글 3건 조회 5,493회 작성일 06-07-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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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선생님...
아이가 공부를 잘 하질 않으니 선생님께 다소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다.
재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질 않아서....걱정이 됩니다...
네...
그렇지만 아이가 요즘은 생활태도가 많이 달라져서 그 부분은 정말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아, 네...어머니를 뵈니 재완이가 그렇게 반듯하게 잘 큰 이유를 알겠군요.
(어쩔줄 몰라...하며..)아, 네...
저는 재완이를 통해서 교사가 된 큰 기쁨과 자긍심을 느낍니다.
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그 느낌..말입니다.
그렇다. 우리 아이가 담임 선생님을 너무 잘 만났다.
작년 이맘 때 쯤, 학교를 다니지 않겠다고, 나에게 가슴 써늘한 선언을 했던 아이.
이유인 즉슨, 아주 힘 쎈 어떤 아이로 부터 비열한 폭력을 당하고부터다.
어느날 아이가, 엄마하고 이야기가 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아이가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도록.
엄마는...자존심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응? 자존심?
스스로 자신을 세우는 마음이지...
아이가 어떤 식으로든 자존심에 강한 충격을 입었나보다...
우리 반에 진짜 싸움꾼이 하나 있는데....반 친구들 앞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운동을 했고 키도 크고 덩치도 있다. 말하자면 힘으로 밀리는 아이가 아닌데
그런 자신이 너무 겁을 먹어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음...
자신의 나약함, 비겁함....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집에서, 엄마,아빠에게 자신이 얼마나 대접 받고 사는 나인데 저런 놈에게 이런 대접을 받고도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던 자신이, 무엇보다 엄마, 아빠에게 죄송하다고...분해서 잠을 잘 못자겠다고.....
나는 그저 아이의 머리를 안고...힘들었겠구나..라는 말 밖엔...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아이도 어떤 고통이 분명 있을 것이야..라고 말은 했지만
나는 그 힘쎈 놈에게 향하는 나의 분노는 통제하기 어려웠다.
모든 공격은 도와달라는 신나이의 메세지도 자식의 고통 앞엔 무기력 해지는 것이다.
마치 살얼음을 딛는 느낌으로 일 년을 보냈다.
2학년 되니 아이가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엄마, 담임선생님은 정말 우리들 편에서서 우리를 보살펴 주세요.
어쩌면 다른 선생님들과의 갈등이 있을 상황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 주시는
선생님이 너무 고마워요....그래서 지각을 하면 안되겠어요..그러면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께
불리한 상황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아침마다 아이 깨우는 전쟁을 종료되었다.
감성이 섬세하고 타인에게 배려가 깊은 아이,
자신에게 잘 해 주면 그 마음을 더욱 알아주는 아이,
선생님이 그 부분을 지적 하시면서...재완이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나는 깊은 감사를 마음으로 올렸다, 선생님께.
집에 와서 아이에게 선생님과 나눈 대화를 이야기 했다.아무리 덩치가 커도 아이는 아이니까
가끔은 치켜세우는 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너로 인해 선생님으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신덴다....
아이는...선생님이..좋은 신 분일 걸...한다.
요때다 싶어,그래, 요즘은 어때, 그 놈 말야..니 괴롭히던 놈.
응? 응..상관없어...내가 너무 겁먹어서 그래. 그아이도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데..
좀 비열한 구석은 있긴 하지. 지한테 잘하는 친구들한테는 이상하게 더 못되게 굴어.
일한년 땐 사실 괴로웠어...있잖아, 엄마, 사실 학기말에 그 놈이랑 정말 한 판 붙을 뻔 했어.
표나지않게 나를 자꾸 건드리는거야. 그래서 내가 무시했어. 받아주지 않았지.
그게 반복되니까...어느날 쉬는 시간에 이 놈이 나를 한 대 칠려 하는 거야.
바로 그때, 나는 생각했어. 이대로 살 수는 없다, 이렇게 비겁하게 살 수는 없다,
좋아, 오늘 죽어도 좋아..한 판 붙자...하지만 속으론 무지 떨리데...그래도 좋다..하는 마음으로
그래, 칠테면 치라...새끼야...하고 소리쳤어! 그리고는 째려봤지.
그랬더니 이 놈이 부들부들 떨더니 그냥 가버리는거야...
나는 그때 느꼈어. 내가 필요이상으로 겁 먹고 있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가슴을 타고 흘렀다.
아이가 큰 부분을 뛰어 넘었구나...
공부? 공부 그거이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는 아마도 인생을 어떤 식으로든 잘 풀어 나갈 것이다, 겁먹지 않고.
그런 아이가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 생활까지 반듯해지고 있으니...감사 또 감사다.
동생의 성적표를 보고 다소 기죽은 목소리로,
엄마는 좋겠어. 재우처럼 공부 잘하는 아들을 두고.
재우는 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니고 절대 거짓말 하지 않고
(지는 거짓말을 수시로 한다..ㅠ..ㅠ) 배신하지 않고 성실하고 게임도 잘하고
공부 잘한다고 티도 내지 않고...엄마는 좋겠어...
물론, 재우와 같이 성실한 아이, 그리고 너처럼 용감하고 섬세하고 따듯한 아이를
아이를 둔 엄마는 넘넘 행복하다...
이렇게 모자는 서로를 띄워주며...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피에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는 가끔 피터지게 소리 높혀 싸우기도 합니다.ㅎㅎ)

댓글목록

영선님의 댓글

영선 아이피 (61.♡.204.248) 작성일

잘 쓴 글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보여주시는 군요.^^
진심을 담은 글, 정말 감동적입니다.
모자간의 영적 소통과 마음의 소통, 그리고 삶의 행복한 순간순간들이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로......

행복하세요^^

메주님의 댓글

메주 아이피 (220.♡.212.203) 작성일

글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고 있네요.*^)^*
두 아이 다 자신들의 달란트를 온전히 알아봐주는 식견높은 모친을
자랑스러워 할겝니다.
아들들은 엄마 머리를 닮는다?
정리님을 보니, 한가지 더 추가해서 지성과 영성도 유전된다로...
음.~~ 
내 몸을 빌어 태어나 준 세상의 아이들에게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들게한
글 보시
감사합니다.!!!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211.♡.206.233) 작성일

글을 적고 나면 항상 아...이게 아닌데...이렇게 평화로운것 만은 아닌데...하는 찝찝함이
남더군요.제가 하고픈 말은 영선님이나 메주님께 괜한 오해를..영성..식이나..^^
저는 요즘도 가끔 그래요..말 안들을 땐, 두다리 쫙 벌리고 자..너거들이 나온 곳,
보기 싫으니 빨리 들어가!!! (나의 배를 가르키며..ㅋㅋ)하면, 너무 어이 없어서
대꾸도 안하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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