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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그리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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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리 (203.♡.118.75) 댓글 3건 조회 6,304회 작성일 06-08-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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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망해버리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한때는 나도 허무의 뭉개구름 엷게 흩뜨리며 우아하게 도피하고도 싶었다.
절망하거나 허망한 사람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허망의 구름다리 위에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사유는 현실의 벽을 자유롭게 뛰어넘어 무궁무진 피어오르고
때로는 악마적으로, 그래서 유혹적으로 아름다우리라...........
그래. 그것은 달콤하고 서늘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형벌처럼 내마음 깊숙이 새겨진 단어 하나........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희망은 수첩에 약속시간을 적듯이 구체적인 것이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처럼 구차하기까지 한 것이지만,
나는 그저 이 길을 걷기로 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할말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그건 내가 작가라서가 아니고, 내가 고상한 인간이어서는 더더욱 아니고
그냥 그것이 뭐랄까, 내 적성에 맞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밖에.
비록 너무나 짧은 엎드림으로부터 나온 상투적인 결론이라 해도,
나는 이 붓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누구를 괴롭히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듯이,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아가지도 않으리라.
나 자신을 믿고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하면서,
고이는 내 사랑들을 활자에 담으리라.
가슴이 아플까 봐 서둘러 외면했던 세상의 굶주림과 폭력들과
아이들을 이제는 오래 응시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잔뜩 흐려 있지만 바람은 온화하다.
이제 저 이파리 지고 나면 얼마큼 더 뒤척이다가 봄이 올까.
다시 잎이 필 때까지, 혹은 꽃이 질 때까지 가끔 눈 내리고
바람 불고 하는 일들이 일어나리라.
공 지영 님. (봉순이 언니, 작가의 말 중)

댓글목록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03.♡.3.140) 작성일

마음이 시린 글이군요.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203.♡.118.75) 작성일

절망하거나 허망한 사람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

얼마나 절망 혹은 그 비슷한 이름으로 나는 나의 책임을 회피하며 살아왔던가.

나는 우울하니까...괴로우니까...어두운 성향이니까...로 나는 나를 오해하면서.

나의 게으름, 불성실,인내심 부족 등등...에 고상한(?) 관념을 뒤집어 씌우면서..

나는..나의 비겁함을, 너무나 가슴아프게 인정하면서...사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죽어도 살래!!!! ㅎㅎㅎ

알라뷰너님의 댓글

알라뷰너 아이피 (220.♡.233.163) 작성일

헛소리에
시리니...
궁합이..
찰떡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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