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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잉태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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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8.♡.241.146) 댓글 2건 조회 5,831회 작성일 06-09-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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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 앞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는데 버스가 멈추고 키가 1m 남짓되는 아줌마가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그 아주머니는 신호등을 기다리기 위해서 내린 곳에서 조금 떨어져 섰다.

역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던 버스 안에서 한 아주머니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그 키 작은 아주머니를 정말로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불과 그 사이의 거리는 2m도 안되었는데, 어찌나 그 쳐다보는 표정이 처량하던지 멀리 서 있는 나에게까지 그 서글픔이 전해지는 듯 했다.

키 작은 아주머니는 버스안의 시선을 의식한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난감해 했다.

때 마침 버스 안에서는 기사 아저씨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키를 표현하는 손동작을 해 보이면서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고, 이 소리를 들은 버스 안의 아주머니들은 박장대소를 하면서 유쾌하게 웃음지으며 키작은 아주머니와 기사아저씨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키 작은 아주머니에 대한 농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정말로 그들이 불쌍히 여겨졌다. 그들이 최소한 장애를 가진 이들의 처지에 대해서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봤더라면 결코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들의 최소한의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장애인 시설에 한번이라도 들어가서 ‘본의 아니게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몇 마디만 나눠봤다면 그렇게 구경난 듯이 쳐다보거나 우스게거리로 여기는 그 행위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격리와 고통을 일으키는 최대의 요인인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추호도 그리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안스러워’하거나 가십꺼리로 여겨서 히히덕 거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학교다닐 적에 장애인 시설에 봉사활동 다니는 것을 다른 사람들 종교활동하는 것 보다 열심히 했다. 시험기간이네 뭐네 거르는 것 없이 2학년 후반부터는 아예 장애인 시설의 생활공간에서 1주일에 한번은 함께 잠까지 자면서 어울려서 보냈다.

그러면서 차츰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격리된 시설에 수고를 무릅쓰고 와서 ‘봉사활동’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격리시키지 않고 사회 통합적으로 대해주는 길을 여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불쌍하게’ 봐줘서 뭔가를 끊임없이 퍼 주면서 동정을 해야하는 것으로 그들의 빈 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설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실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격리된 시설에서 보호하고 동정적으로 대하는 방식은 극도로 후진적인 사회의 장애인 의식인 것이다.

문제는 세계 무역 11대 강국이라는 이 나라에서는 전혀 그러한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21세기의 물질문명과 봉건시대의 정신’이라는 멘트는 이 장애인 분야의 문제에 가장 적절히 해당되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장애인들 스스로가 목에다 쇠사슬을 매고 나서서 ‘다른 것을 둘째 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이동권만이라도 확보해 달라’고 끝없는 투쟁을 하겠는가!!!

장애인
장애인 이동권연대
장애인 이동권연대의 처절한 투쟁장면.

스스로도 돌이켜 보라. 국제 통계는 10명중 1명을 장애를 가졌다고 하고, 한국사회에서는 200만의 등록 장애인이 있는데 과연 ‘내 자신’은 오늘 길을 가면서 몇 명의 장애를 가진 이들을 봤는가? 한달 내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을 몇 명이나 대했는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안보인 것은 그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장애인을 격리하고 배척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그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해 놓지 않고, 이상하다고 쳐다보고, 쓸데없는 아니 오히려 해악적인 동정을 하는 결과로 그들을 위축시켜 놓은 결과인 것이다. 즉 장애를 안가진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이들을 그리 철저하게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격리시켜 놓은 것이다.

장애를 가진이들이 ‘안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사회적인 약자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하고 무지한지에 대해서 말해준다.

나는 버스 안에서 그 키 작은 아주머니를 쳐다보던 그들의 영혼을 동정한다.

물론 그들이 살아온 세상이 그랬기에 ‘장애인 비장애인’ 통합적인 사회의식을 갖지 못한 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잘 못은 아닐 것이지만 그들이 그리 안스럽게 여기고 재밌거리로 여기던 상대방의 장애가 ‘자신의 것’이 되어 돌아왔을 때는 고스란히 그 편견과 고통을 스스로 뒤짚어 씌우는 결과가 될 것이기에, 아니 아마 지금 ‘현재’도 그들은 그들의 가족이나 친척이나 이웃 중에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그런 ‘고통을 부과하는 주체’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기에 스스로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사는 줄 모르는 그들을 나는 진정 동정한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형용할 수 없는 외로움과 괴로움을 지니고 살아가게끔 그 ‘정신적 터전’을 만들어 내는 그들…. 그들은 스스로에게 저주를 만들어 내는 것의 다름을 행하고 있을까?

그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불쌍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낸 이와 재미있어라 히히덕 거리던 이. 언제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다른 이들을 대할 때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禮)’를 갖출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도무지 알려 하지 않으려 하니 안타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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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이러한 이야기를 '남의 것'으로 여기면서

'안그래도 골치 아픈데' 이러한 '관심'과 '실천'으로 인해서 더욱 버거워질 것에 대해서 우려할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반발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로' 세상에 자신을 개방한 상태에서 이 현실을 접하고 대응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관심과 실천만큼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일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어설프게 이런 활동을 접했던 이들'과 '이러한 활동과 관심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이를 '부인'할 것이다.

매일 이들은 새벽닭이 울기 전에 열댓번도 이러한 문제를 더 부인하곤 한다.

그러니 '자기'가 온전히 채워지거나비워지겠는가?

댓글목록

메주님의 댓글

메주 아이피 (125.♡.61.141) 작성일

동글님, 님에 글에 많은 공감합니다.
님의 열정과 노력에 숙연해지는군요.
님의 홈피를  방문해서, 님의 한결같은 의로운 뜻과 실천에 나도 모르게 베인 그동안의 무관심과 나태를 새삼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전국유랑켐페인을 하고 계시더군요.그것도 걸어서...
부디 몸성히 잘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님의 댓글

. 아이피 (203.♡.145.114) 작성일

아침에 아랫배에 힘주니 몽둥이 같은 똥이 무너져 버렸다.
애를 쓰니 그냥 몽둥이 같은 똥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 하잘것 없이 보이는 무너진 똥이 진리이다. 너무 먼 곳에서 몽둥이를 찾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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