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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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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1.♡.228.4) 댓글 0건 조회 5,247회 작성일 08-03-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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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프래그머티즘’의 선구자이다. 프래그머티즘은 한국적 표현으로서는 실용주의로서 세계는 물질도 정신도 아닌 ‘순수경험’으로 이루어졌다는 이해가 깔려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이러한 주장은 기존의 세계관이 너무나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이며 한편으로는 인간 의식을 배제한 외면 적인 것에 대한 관심 투성이였음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가 이러한 주장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생물학 교수에서 심리학과 철학교수로 사고의 지반을 바꾸면서 그가 발견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분석이 기반이 되었다. 그는 의식의 유동적인 성질을 간파하면서 그 전까지 인간의 의식을 '고정된 것'으로 보던 생각을 바꿔냈다. 그는 ‘어떠한 관념이든지 그것이 믿는 자에게 효용이 있을 때는 그러한 한에서 그것은 진리’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그러한 ‘믿음’자체가 모두 ‘객관적’ 진리라는 주장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는 불과 얼마전까지 유럽대륙을 지배하고 있었던 봉건 질서의 폭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던 각각의 ‘개인’에게 ‘스스로 원하는 것을 믿을 권리’를 부여한 것이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1인칭 ‘의식의 흐름’의 기법을 이용한 소설 [율리시스](1920)도 바로 그 직전에 윌리엄 제임스가 ‘의식의 흐름’이라는 심리학적 현상을 ‘심리학의 원리’를 통해서 밝혀냈었던 것에 대한 부산물 이었다. 아마 윌리엄제임스가 없었다면 우리는 ‘사적인 사고/자유’를 조금 더 더디게 맛봤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의식’의 고정된 실체는 없고 누구도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사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개인’에게 엄청난 자유를 주는 동시에 엄청난 책임을 지워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실지로 이 당시 기존의 봉건질서가 무너지면서 산업발달로 인해 쏟아지는 막대한 상품과 자본에 사람들은 휩쓸려야 했는데, 과거의 차별화된 신분제도 사회에서와는 달리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가난해질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면서 개인은 막대한 자유와 한편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자유가 부담스러워서 계속 귀족에 종속된 (노예)생활을 자처한 이들도 상당했다.


인간 개개인의 경험과 의식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강조한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는 한편으로는 ‘상업주의’ ‘물질주의’를 부추긴 면이 없지 않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천재적 작업에 대한 ‘부산물’일 뿐이었다. 실지로 윌리엄 제임스는 사람들의 ‘부에 대한 추종’을 비판했으며, 물질적 풍요가 만들어내는 인간 정신의 황폐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노력했다.


별 쓸모도 없는 사치품들이 점점 필수품이 되어가면서 이를 얻어 위신을 세우기 위한 노동자들의 자발적 혹사를 살피면서, 한편으로는 물질적 불평등으로 4세도 안된 아이들도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노동에 혹사당해야 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시스템에 교묘히 편승한 이들이 막대한 부를 쌓는 모습을 보면서 윌리엄 제임스는 역사상 전대미문의 정신적 타락을 확인하게 된다.


윌리엄 제임스는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받고자 하는 심리를 분석하게된다. 이에 타인의 시선이 부러움의 경향을 띄고 있으면 우쭐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참담해지는 심리를 파악한다. 이러한 인간 평가의 기준은 ‘물질적 풍요’인데, 이러한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인생을 작업장 속에서 견뎌내야 하고,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자신의 부를 유지하기 위한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강구한다.


윌리엄제임스는 오직 이러한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욕망의 원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사회현실이 인간의 정신을 타락시키고 있음을 살피면서 ‘그럴 필요가 없음’을 그의 이론을 통해서 설명해 나간다.


이를 분석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자존심’이다. 인간의 생존 방식은 ‘자존심’에 따라서 결정된다. 이 ‘자존심’은 (앞서 인간의식이 유동성 있다는 것을 말했던 것처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각자의 선택에 따라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윌리엄 제임스는 ‘자존심’을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한 달성정도’라고 정의한다. 가령 어린 아이가 조그마한 블록 맞추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을 때 이에 대한 성취 자체가 이 아이의 자존심이다. 물론 나이들면서 이 기준은 바뀌게 되는데, 문제는 산업사회에서의 성인의 자존심은 하나같이 ‘물질적 성취’가 된다는 것이다.


달성한 것(취득한 물질)

자존심 = ---------------

이루고자 하는 것(물질적 성취)


전대미문의 생산혁명을 통해서, 막대한 물질이 유입되고 그것이 끝없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간질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에만 몰입하게 되고, 이의 성취 여부가 각각의 자존심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뭔가 많이 거머쥔 사람들은 어깨에 힘이 빵빵이 들어가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고개도 못 들고 다니면서 실의와 좌절에 빠진 상태로 어떻게든 물질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기를 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맛’을 본 이들은 이 ‘느낌’(환희와 치욕)을 다음 세대로 감염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다음 세대의 좀 더 거대화 되고 집약된 기술은 그 ‘느낌’을 더더욱 증폭시키기 위하여 지구자원을 보다 더 대규모로 파헤치고, 더욱 막대한 분량의 물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전제되는 ‘풍요’ 속에서 ‘개인’은 ‘내가 최소한 이 정도는 갖아야 하지 않는가?’하는 기준을 갖게 되고, ‘이 정도’는 성취되는 즉시 더 높게 갱신되곤 한다.


이러한 사회적 역학 속에 ‘정신적 여유’가 끼어들 자리가 없기에 인간은 타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윌리엄 제임스는 자신의 자존심 이론으로 이러한 타락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자존심’의 수준을 바꾸는 것이다. 즉 자존심을 ‘물질적 성취’에 두지 말고, 좀 더 고귀한 그 무엇에 두라는 얘기이다. 그리하면 물질적 풍요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조바심이 나거나 수치심을 얻어 오직 그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심신을 혹사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좀 다른 방식으로 말하자면, ‘많이 갖기 위하기보다는 많이 나누는 방법’이고, ‘채우려는 욕심보다는 비우려는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자존심의 수준이 이런 식으로 이동하면 우리는 현재와 같이 다른 사람들 보다 하나라도 못 가져서 안달 날 일이 없을 것이고, 그렇게 서로 간에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으로 인해서 ‘개인 간’ ‘집단 간’ ‘나라 간’ ‘세대 간’ 싸울일도... 환경 파괴를 통해서 공멸로 치달을 일도 없을 것이다.


참으로 미국다운 ‘실용주의’의 시조인 윌리엄 제임스의 전혀 미국인 같지 않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물질문명사회에 내던져저 변질되어가는 인간 정신'에 대한 그의 고뇌를 살필 수 있다.


[우리 같은 영어권 민족들 가운데 누군가가 가난에 대한 찬가를 한번 더 대담하게 불러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마디로 가난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우리는 자기 내면의 삶을 소박하게 가꾸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난해지고자 하는 사람을 보면 비웃는다. 그가 보편적인 사회 속의 쟁탈전에 참여하지 않거나 돈을 벌러 거리에 나와 헐떡이며 거리에 나와 뛰어다니지 않으면, 그를 얼빠졌다면서 야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형편이 더 낫다는 현대 사람들이 인류 역사상 그어느 때보다 물질적인 고난을 두려워할 때, 멋진 집이 생길 때까지는 결혼을 연기할 때, 은행에 모아둔 돈이 없으면 아이 가질 생각은 어림도 없다며 일에 파묻혀 지낼 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토록 비 인간적이고 불경한 심적 상태에 저항해야 한다....

나는 이 문제를 여러분이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교육받은 계층이 현재 갖고 있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문명이 겪고 있는 최악의 도덕적 질병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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