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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初禪)을 생각하며 - 여기에서 글연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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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요 (121.♡.142.197) 댓글 0건 조회 3,429회 작성일 08-04-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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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의 경전 다시 읽기> 에서 글연습하였기에 그동안 연습한 글을 여기에 남겨 놓습니다. 크게 허물하지 마시기를 바라오며, 감사합니다.

5

처이는 계속 길을 갔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앉아서 그동안 배운 것을 암송했습니다.

다시 일어나 길을 가서 어느덧 날이 저물어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 마을 앞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묵어 갈 사람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합니다.”

1. 다섯 가지 감각에서 오는 즐거움을 막아 내십시오.

2. 괴롭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다섯 가지 감각의 즐거움에 의지하여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그 괴롭고 힘든 일을 바르게 참아 내고 지나가게 하십시오.

3. 그래서 초선(初禪)을 닦을 준비가 되었으면, 우리 마을에서 묵어 가십시오.


처이는 이 마을에서 묵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은 범부이고 오욕락에서 떠나지 못했으니 이 마음에 드는 마을에 묵어갈 수 없음을 한탄하면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때 갑자기 괴물이 다가왔습니다. 처이는 무서워서 엉겁결에 그만 그 마을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습니다.


5-1

뒤를 돌아보니 괴물이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처이는 발길을 돌려 그 마을에서 나왔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괴물이 확 나타나지 뭡니까! 그래서 처이는 다시 그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마을로 들어간 처이는 갑자기 황량하고 처연해졌습니다. 그동안 누려온 오욕락에서 떠나려고 하니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텔레비전도 못보고, 그리운 사람을 떠올려 상념에 잠길 수도 없고, 귀여운 아이들에게서 기쁨도 거두어야 하니까 가슴이 아련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처이는 굳게 마음을 다졌습니다. 지금 이 생각은 곧 지나 갈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생각이 지나면 다른 마음 상태가 될 것이고 그러면 조금 전까지 가졌던 황량하고 처연한 자신이 극복되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잠시 시간이 흐르니 마침내 처이는 아까 그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처이는 단정히 앉아 마음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망설이게 했던 그리움과 회한은 멈추어졌습니다.


처이는 초선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초선은 스스로 악을 행하지 않고 자기에게 있는 불선법을 없애나가면서 행하는 선정이고, 그 초선에는 추론과 사찰이 있으며, 악에서 떠나면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처이는 기억했습니다. 부처님이 꾸짖는 즐거움이 있고 괜찮다고 하신 즐거움이 있는데, 선정에서 오는 즐거움은 괜찮다고 말씀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욕망은 밑빠진 독과 같아서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데, 그 욕망보다 더 뛰어난 곳에서 쉬어진다고 들은 것도 기억했습니다. 바로 초선에서 오는, 악에서 떠난 그 믿음이 욕망을 이겨낼 것이라고 처이는 생각했습니다.


5-2

처이는 다시 자세를 바로했습니다. 초선을 닦기 위해서 다시 앉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잠이 몰려왔습니다. 혼침이 몰려왔습니다. 다섯 가지 덮개 가운데 하나인 잠(혼침)이 몰려왔던 것입니다.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이제 앉아서 초선을 닦으면 되는데, 여기서 참이 밀려오다니,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될지 안타까웠습니다. 처이는 탐욕, 성냄, 잠, 들뜸, 의심의 다섯 가지 덮개 중에서 이제 잠을 물리쳐야했습니다.


‘이렇게 혼침이 있을 때에는 명상이 되지 않으니 잠시 눕도록 하자.’

처이는 몇 분 동안 누웠습니다.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두 발을 포개고 누웠습니다. 그러다가 곧 일어났습니다. ‘탐욕을 없애려고 노력했듯이 바로 그렇게 이 혼침도 없애야 되는구나.’ 처이는 다시 앉아서 혼침과 마주 대했습니다. 천신들이 돌봐주셨고 조상신들이 보호해주셨는데, 어찌 게으름을 피울 것인가 하면서 잠을 물리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자 잠시 잠이 물리처쳤습니다.


처이는 앞으로 나갔습니다. 아까 그 회한과 절망은 없어졌고, 이제 망상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망상과 다른 생각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있다가 그 두 가지와는 다른 상태도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①망상, ②망상 아닌 다른 생각, ③이 두 가지가 아닌 다른 상태, 이렇게 세 가지를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처이는 생각했습니다. 바로 후자의 두 가지가, 즉 ②망상 아닌 다른 생각, ③이 두 가지가 아닌 다른 상태, 이 두 가지가 바로 초선을 닦는 방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중에 잠이 나타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탐욕과 성냄을 막아내는 방식으로 잠을 막아냈습니다. 처이는 오늘 이렇게 처음으로 초선을 닦는 시도롤 했습니다.


5-3

처이는 초선(初禪)을 닦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잘 보냈습니다. 고마운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도중에 여러 번 잠(혼침)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찌어찌하다가 보니 그 잠이 사라져서 하루 종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약 20여 년 전에 처음으로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습니다. 그 때 그 수행자들은 하루에 잠을 세 시간씩 자고 밥을 한 끼만 먹었다고 했습니다. 처이는 그 글을 읽고 크게 한탄했습니다. 자기 자신은 도저히 그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난 이후로 어찌 된 영문인지 처이는 잠을 자면 거의 3시간이 지나면 잠이 깨었습니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다가 다시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마다 한 두 숟가락만 밥을 먹으면 졸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처이는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시 약 2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들판에서 모내기를 할 때 밀짚모자를 썼는데, 모내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밀짚모자를 쓴 머리에는 그대로 그 밀짚모자의 감각이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그와 같이 지금 처이는 초선을 배우려는 열망이 지금 자기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습니다. 그것이 팔정도 가운데 하나인 정념(正念)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었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에 얼굴이 묘한 한 여인을 보았습니다. ‘얼굴이 참 묘하구나.’라는 생각이 일어났고, 다음 순간에는 ‘바로 저 얼굴이 묘하다는 욕탐을 버리면 되는구나.’하는 앎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으로 버린다는 앎이 일어났습니다. 이제 처이는 눈에 보이는 빛깔뿐만 아니라,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에 드는 묘한 것까지 버려 낼 수 있는 기틀을 오늘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앎이 자기를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처이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계속 길을 가서 사선정 존자를 만나기보다는, 우선 이 초선을 닦는 마을 주위에 머물러 있자. 그래서 낮에는 밖에서 혼자 공부하고 밤에는 그 마을에 들어가서 밤공기와 추위를 피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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