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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봄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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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121.♡.214.12) 댓글 0건 조회 3,635회 작성일 08-05-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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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향기가 콧등을 스치든가 유년시절 벌거숭이 아른 한 봄이 환영된다.
지천에 널린 풀잎 연두빛 여린 머릿결 위로 밟기가 송구스러워 뒷짐 지고 나뭇잎을 보니
투명한 초록이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두문불출하고 하릴없이 마음 단속만 하는 사이 봄은 오가고 새치만 늘었음직하고 용기는 병아리 소리만 하다.
바깥세상 소리는 열려있는 귀로 듣는 둥 마는 둥하고 만화경 같은 오락물에 너털우슴만 지우다가
세월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고 있음에 범부의 소심함이 울렁증으로 간혹 나타나 아스피린 한알을 먹다.

무엇을 쓴다는 것은 머리로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그냥 쓰여 져야 한다는 이바구에 공감한다.
앞뒤 재고 읽는 사람의 의중을 셈을 하여 글을 적는다면 그것만큼 힘든 일이 있겠는가.
내가 잡문이라도 긁적거리는 행위가 나의 자존감을 조금 확인 시켜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의도 되지 않는 글은 만나보면 그 속에서 진심이 묻어 나온다.
특히 타인을 소재로 한 다른 세상일 일상에 대한 글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삭여 나오는 글은 향기가 있다.
요즈음 글이 잘 쓰여 지지 않는 연유는 내 내면이 향기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인배의 충동적이고 정제되지 못한 심뽀가 업보로 남아있고 반성도 게으름으로 넘기기 때문이다.

사랑에서 집착이라는 요소를 제거한다면 그것은 자비이다.
집착치 아니하는 사랑을 해보고자 함이 또한 일생의 원이었으나 그리 잘되지 않았다.
비슷하게 쉽게 실행 할 수 있는 방법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 그것만은 제대로 하리라 다짐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뭇함이 양 볼에 도화꽃 처럼 번진다면 제대로 된 사랑이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 달고 본존에 넙죽 삼배만 하니 부처님도 ‘니 왔나’ 정도다. 자비로 여긴다.

재미가 점점 적어지려고 하던 차 도반격인 친구가 연락이 온다.
지리산 노스님 뵙자고 한다.
유일하게 내 마음과 몸을 공손하게 여미게 하고 일심으로 만드는 스님이다.
‘나도 아직 잘 모른다’라는 스님 말씀에 그 깊이를 절감한다.
잠시나마 후줄근한 마음을 스님 앞에 드러내어 마음 씻김 할 것이다.

간혹 예전 일을 되짚어 후회를 해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흠칫 놀라곤 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일까 마음이 편치 아니하여 잘 못 먹는 소주 석 잔에
혼침에 빠져 또 업장을 무겁게 만든다.
중생심이 곧 부처의 마음 즉 ‘道’라고 나를 위로하지만 속아서는 아니 된다.
나를 자유하게만 할 수 있으면 중생심이 무에 대수이겠는가.

그냥 살아지는 대로 한없이 받아만 들이고 자비심으로 바라만 볼 수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선정일 것이다. 비록 배는 고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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