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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 에서 일상 4(나와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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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海 (121.♡.176.64) 댓글 2건 조회 6,174회 작성일 11-05-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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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떠난 숙소에는
파란눈, 하얀피부, 노란머리 이쁜 서양인들이
짝지어 나타나,
주인 잃은 풀장은
그녀들의 비키니에 되살아 났다
아무리 봐도 정말 여배우 뺨치게 이쁘다.
그들에 비해
나는,
그냥 대충 바른 썬크림 덕에
덕지 덕지 올라온 기미와 대책 없이
촌빨 날리게 타버린 뒷목과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정쩡한 40대 아줌마..나!
난..이제 내 방갈로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도 통하지 않고,
아니..말 걸 용기도 나지 않고,
그냥..칩거 하기로 결정 했다.
내방엔 4개의 창문이 있다
이곳 저곳 풍경은 사뭇 다르다.
그래서 한곳만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바라본 입사귀엔 이름 모를 새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밤마다 비가 내려
나는 어김 없이 수재민이 되어 침대 귀퉁이에
겨우 기대어 잠을 자지만,
주인 아줌마에게 항의할 의욕조차 없다.
아니...용기가 없다
나는..
말이 없어졌다
아니..
할수가 없다.
귀도 할 일을 잃었다
그들의 수다는 내게 전혀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알아듣지 못하고, 말 할줄 모르는 내게
이곳은 나의 독무대다.
외로움과 함께 올라오던 대책없는 배고픔도
이젠 사라져..
식욕조차 잃었다.
소변이 마려워 변기에 앉아 있다
문득, 발 밑을 바라보니, 개미들이 곤충의 시체를 열심히 옮기고 있다
나는 궁뎅이를 까고
변기에 몸을 실은채, 그들의 협동작업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리가 져렸다..
아...다리야..!
양치를 하다보니
한나절 내내 고막 찢어져라 울어대던 매미가 임종을 앞두고
나무에서 떨어졌는지 샤워실 바닥에 있다
그녀석이 불쌍해
내 침대 위에 올려 두었다
그녀석..침대보를 꼭 쥐고..마지막 힘을 쓰고 있다
매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날개를 다듬어 주었다. 죽었다. 죽어버렸다.
매일 아침 개미들의 행렬을 바라보고
누워서 거미가 집을 짓는 공사 현장을 보고,
동남아 에만 서식하는 찡코 라는 작은 도마뱀을
스토커질 하며 눈을 돌린다.
그림일기를 쓰기로 했다.
내가 아는 단어로 표현 하기엔 너무나 이쁜 꽃들과
알수 없는 곤충들을 나는 그림일기를 써가며
그들과 놀았다.
밤새 내린비로
내방앞 고무나무는 훌쩍 자라 있었고
뜨거운 태양 아래 빨깧게 열매를 맺던
머루나무는 검게 익어갔다.
매일 열매를 따 먹어도
점심 때가 되면 또 내가 먹은 만큼 익어서 나를 유혹했다
그때,
이노래가 나왔다
무엇을 먹을까? 걱정 말아라!
무엇을 입을까? 걱정 말아라~~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위하여 이모든 것들을 마련하셨다
역시 인심좋은 하느님 이시다.
사방에 널려진 곤충 친구들과
이제 대화 까지 하는 내가 되어 버렸다
연못에 물고기들은 내가 던져준 식빵으로
살이 쪄가고 있고,
내안에 수다장이는 끊이 없이 내게 말을 시킨다
나..
그녀석과 대답하며 놀고 있다.
병명으론 대인기피증
상황으론 운둔생활
내가 내린 결론은..................혼자 놀기!
나..pai 에서 [파브르의 곤충기]를 재편집 할뻔 했다
그러고 보니 열흘동안 한마디도 안했다.
조용한 여자...그것은 상상 이상 이었다. 후후

댓글목록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211.♡.56.32) 작성일

앞글에서 용기백배 충전했다가 이 글 보니
사기가 완젼 꺽어졌다는.

아...
아무래도 언어도 안 되면서 혼자가는 여행은 힘들꺼 가터.

컴 앞에 넘 오래 앉아있어서 피곤하넹.

나중에 다시 집중해서 읽어야쥐.

바다海님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121.♡.176.64) 작성일

ㅎ ㅎ ㅎ

언니를 위해

방콕으로 귀환한 나의 모습을 적어야 겠어..ㅋㅋㅋ
걱정마..

나 이제..몇마디는 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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