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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말돌이 (125.♡.47.62) 댓글 13건 조회 5,493회 작성일 11-05-1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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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험했던 한토막의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을 때입니다.
아이는 텃밭 가꾸고, 벌레잡고, 흙놀이하는 평온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는데,
초기 적응기간에 아주 흥미로운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동년배 여자아이 하나가 제 딸아이를 계속 때리고 구박하고 못살게 굴어서
아이는 늘 눈물에 젖어서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더군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등원시간에 살펴보았지요. 어떤 천사가 무슨 연유로 그럴까 싶기도 했구요.
그 아이를 보니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그저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사랑스러워요.
근데 제 딸이 들어서자 '너 들어오지 마!'하며 벌써 방어태세입니다.
저는 두 팔을 벌려서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안아주려고 했죠. 아이는 멀찌감치
도망갑니다. 저는 빙긋이 웃고는 제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왔죠.
그렇게 그 아이에게 무조건 아침마다 내 아이에게 무릎을 꿇고 안아주고
얼굴 비벼주고 '좋은 하루 되거라'(사실 나쁜 하루란 없기에) 하는 것처럼
그 아이에게도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려보았습니다. 어쩌다 운 좋은 날은
그 아이가 팔 한쪽을 내어주기도 하더군요. 제겐 내 아이를 줘팼다는 그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모든 아이가 다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느낌밖엔 없었지요. 그렇게 몇 달이 흘러가도록 두 팔을 계속 벌려보았습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가까이 오더니 '아줌마, 안아주세요.' 합니다.
오! 신이시여~! 그 아이를 힘껏 안아주었습니다. '00아, 사랑해.'
그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아이는 휘리릭 가버립니다.
아침마다 계속 내 아이처럼 그 아이와 스킨십을 하고 안아주고 볼을
비벼주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원의 아이들을 그렇게 안아주었죠.
뭐 더 특별나게 유별나게 그 아이만 안아준 것도 아니고 잘 안기려고 하지 않던
아이가 비로서 자신이 줘패던 친구 엄마에게 마음을 연 것이죠. 그 원의 엄마들은
보통 그렇게 열린 맘으로 아이들을 안아주는 분위기이기도 했구요.
어느날 제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00이 너무 좋아.'라고요. 왜냐고 물으니 자신에게 너무 잘해주고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선생님들께 그 아이의 배경에
대해서 듣게 되었는데, 부모가 이혼해서 엄마와 떨어져사는 아이였다고 하더군요.
매일 아침 사랑으로 포옹하고 볼을 비비며 아침인사하고 들여보내지는 제 딸아이가
너무 부러웠던 것임을 그제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지요.
하루는 원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뒷마당에서 아이들이 흙놀이를 합니다.
저 멀리서 00이가 눈썹을 휘날리면서 달려옵니다.
'00아 안녕?' 하니 '아줌마 이거 먹어!' 합니다.
'이게 뭐지?' 하고 내민 손을 보니 그 작고 오밀조밀한 손 안에
누릉지 한 덩어리가 쥐어져 있는게 아니겠는지요. 땀이 나서 간이 잘 배인
누릉지 말이죠.^^
'네 것 아니니? 너 먹지 그래...저녁간식이잖아.' 했더니,
'아니, 아줌마 먹어.' 하고는 누릉지를 제 손에 쥐어주고 휘리릭 달아납니다.
그 누릉지를 손에 들고 교실로 들어와서 한참을 눈물 속에...
허걱~지금도 눈물이 핑~ㅠ_ㅠ
맛있게 먹는데...그건 사랑을 넘기는 감동적인 순간이었고,
정말 잊지 못할 맛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아주 갓난아기 때 엄마를 잃어서
누구에게도 쉽게 안기지 못하고 대상을 두려워하고 믿지 못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였지요.
애초부터 어떤 문제(내 아이를 줘 패는)가 왠지 문제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그저 그들 나름대로의 순수한 이유를 갖고 있고,
때묻은 어른들보다 훨씬 순수하기 때문에 무슨 골맺힌 감정으로
친구를 대하지 않습니다. 그 천사들은 어른들이 그들을 이해할 기회를 주는
아름다운 존재들이죠. 어른들이 사랑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천사들이요.^^
이런 이야기들을 부모교육강의를 했을 때 자주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사랑밖에는 도리가 없고, 내 아이 네 아이라는 분리가 없이 똑같이 대할 수 있을 때,
그것도 측은함이나 어떤 다른 장막을 갖지 않은채로 대할 수 있을 때 바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요. 거기에 '안스럽다'랄지, '불쌍하다'랄지의 생각이 지배했다면,
그 아이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분명히 장애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희안하게 '안스럽다', '불쌍하다'라는 연민의 감정이 전혀 없이 그런 느낌을 단
한번도 가지지 않은 채 그 아이를 사랑했습니다. 만약 제가 연민의 감정으로 그 아이
를 사랑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오히려 편견이고, 있는 그대
로의 그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가로막는 일이었겠죠. 엄마 없는 맘아픈 아이여서
사랑한다는게 말이 되겠습니까. 그 아이는 내게 가장 순수한 사랑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니 어찌 아이가 스승이 아니겠습니까.^^

댓글목록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제가 훔치는거 싫어하지만, 뭐 도덕경모임에서 한것도 없고해서, 좋은 글이라도 ...ㅎㅎㅎ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4.♡.22.24) 작성일

그러니 어찌 우리 막내 말돌이가 스승이 아니겠습니까^^

훔친 글 넘넘 잘 읽었어..고마우~~~~
말돌이~말돌이~~
(나 오버해도 넘 혼내지마ㅋ)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80.♡.6.2) 작성일

안수는 모임에 참석만 해줘도 그저 고맙고 감사한 일이여~~^^
한 걸음 더나가 이렇게 좋은 글을 전해줘서 더욱 고마워~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혼내지 않을테니 계속 이뻐해주세요 ㅎㅎㅎ
허나 , 막내는 무연님이나 이번에 친해진 무심이란걸 명심하시고, 막내라고 할때는 꼭 서울도덕경을 앞에 붙여주세요!ㅎㅎㅎ
제가 쫌 까탈스럽습니다.(다른 막내들의 질투를 받기싫음 )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쁜글 또 보면 훔쳐오겠습니다 !!!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09) 작성일

제2의 일호..말돌이님..
넘 아쉽네요
더 많은 예기 나누지도 못하고...
행복하세요 ^^

화평님의 댓글

화평 아이피 (125.♡.89.148)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어쩐지 낯익은 이야기더라 했더니 훔쳐온글이엿군요....ㅋㅋ...
담엔 훔쳐 오시지 마시고 빌려오세요...소리 소문없이....ㅎㅎㅎ

바다海님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121.♡.176.64) 작성일

말돌이님..

누나는 뭐하고 계시나요?

ㅎㅎㅎ

훔쳐온 글 잘 읽었어요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아가씨 처럼 새침한 꽃씨님!
행복 안할려구 했는데 꽃씨님이 하라고 하시니까 행복할게요.
그리고 남녀관계는 얘기가  중요한게 아니랍니다! ㅎㅎㅎ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일하고 있지요.
근데, 참고로 저는 누나 좋아하는데 저희누나는 날 무시해요!
누나 이쁜동생들이 많아서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누나가 자기 입장 곤란하다고 그래요!
작년에 공공근로하면서부터 찍혔음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1) 작성일

전 새침한게 아니라..
컨디션이 안좋았을 뿐입니다 ㅋㅋ
남녀 관계에 더 중요한게 뭘까요?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몰라요!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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