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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에 전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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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119.♡.114.245) 댓글 9건 조회 11,436회 작성일 12-11-2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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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읽었던 에세이 중에 『썩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습니다. 빨간색 양장 표지에 금빛 글자로 제목을 새겨 넣은 예쁜 책이었는데, 책 제목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아 얼른 사서는 참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한 문장만은 지금도 제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가을날, 내면의 충일 때문에 제 스스로의 가슴을 쪼개고야 마는 석류처럼……”
   다른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오직 이 미완의 문장만은 그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퇴색되지 않고 제 가슴 속에 새겨져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저 자신도 가을날의 석류처럼 내면이 가득 찬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지요.
 
   얼마 전에 아들 녀석이랑 목욕탕엘 같이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던 중에 문득 (30여 년 만에!) 이 미완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짧은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울림이 제 안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아, 내가 이미 그런 존재가 되어 있구나!”
 
   지난 10월 산청 안솔기 쉼터에서 있었던 전국모임에 갈 때의 일입니다.
   창밖으로는 가을을 가득 머금은 단풍들이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고, 저 멀리 보이는 들판에서는 추수를 기다리는 벼들이 익을 대로 익어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빛깔을 눈앞 가득히 펼쳐 보이고 있었습니다. 아, 아름답구나....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익을 대로 익어 낫을 기다리는 벼들을 거두어들이면 많은 사람들이 먹을 아름다운 양식이 되지만, 때가 되었음에도 추수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저렇게 선 채로 썩어가겠지.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인데....’
 
   그런 생각들이 점점 차오르던 중에 갑자기 제 안에서는 어떤 뜨거운 열망 같은 것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아, 책을 쓰고 싶다! 내 가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번 쏟아내어 보고 싶다!’
   어느 날 문득 느껴진 제 가슴은, 그렇게도 꿈꾸어 왔던 가을날의 석류가 되어 있었고 추수를 기다리는 누런 들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모든 것들을 다 쏟아내기 전에는 17년 동안 한결같이 이어왔던 강의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많게는 하루 2~3개씩 다녀야 하는 바쁜 강의 일정 때문에 제대로 앉아 집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저는 전국의 모든 강의를 접고 집필에만 전념하고자 합니다.
   또 한 번의 ‘변화’의 때가 제게 온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각 지역 모임에 나오셔서 마음을 다해 강의를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 가슴 속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고 나면
   또 한 번 성장하고 변화된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은 ‘아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아    래   ―
 
   1. 11월말까지만 강의를 하고 12월부터 내년 1년 동안 집필에만 몰두할 생각입니다.
   2. 전국의 모든 모임을 접더라도 <소통과 만남의 장> 하나는 남겨뒀으면 좋겠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 주셔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있는 산청 안솔기 쉼터 모임은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3. 강의가 없는 대신 매월 2~3편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겠습니다.
   4. <질의응답>방에 질문글을 올려주시는 분들께는, 제가 집필하는 곳에 인터넷이 없는 까닭으로 답변이 다소 늦어질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댓글목록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18.♡.192.215) 작성일

사랑하는 형!!
모처럼 햇빛이 좋아 빨래를 해서 널었네..
방금 서울강의를 위해 ktx타고 올라가신다며 통화했는데,
목소리가 언제나처럼 밝고 힘차서 기분이 좋아졌어요..ㅋㅋ
예전에 좀 아프실때 목소리가 힘이 없어 마음이 아팠는데..

그래요, 형이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멋진 책을 선물할 때가 된것 같아요..
형 강의를 들으며 행복해 하던 사람들도 1년은 잘 기다려 줄꺼야..
역학자인 저로선 언제나 화두가 바로 그 "때"...
여러사람을 상담하면서 한 인간의 삶에서 그 "때"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어..

1년동안 좋은 책 쓰시라고 이곳 강원도 산골에서 늘 우주에 기도할께요..ㅎㅎ
무엇보다 늘 건강에 신경 쓰시기 바래요...
어떤 멋진 책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만땅입니다~~

myh님의 댓글

myh 아이피 (175.♡.72.243) 작성일

때로는  조금  그리움을 품고 사는  것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강의를 못듣는 대신
어쩌면 자신을 더깊이 만나는 기회가 되지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의  다른사람에 의한 깨달음이 아니라
오롯이  스스로 알아가는 기회를  갖게 될것도  같고요 ^^
선생님의 말씀이 책으로 되어나오면
자신을 만나가는 아름다운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어나겠지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있고
하나이지 않을까요?^^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선생님 
홧팅입니당!!!♥♥♥♥♥

꽃으로님의 댓글

꽃으로 아이피 (183.♡.212.36) 작성일

사랑하는 선생님~
강의를 접으신다는 걸 글로 다시 접하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오네요.
때가 이르렀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네~ 때가 이르렀으면 하셔야죠! (가끔 제가 이렇게 잘난척을 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ㅎㅎ)
가슴에 담긴것 다 쏟아내셔서 멋진 책이 탄생되기를 기대합니다~
가슴을 따라.. 가슴 뛰는 삶을 사시는 선생님~ 정말 멋있어요.^^
저는 1년 남짓 도덕경을 배우면서 많이 자라고 많이 행복해졌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만 내년부터는 선생님을 보지 못 한다는 섭섭함과 왜 하필 산청이지.. 서울도 있는데..
라는 어린애 같은 투정의 마음도 들긴하지만요.
꼭 1년안에 책이 완성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서정만1님의 댓글

서정만1 아이피 (175.♡.57.48) 작성일

기태선생님 화이팅~~!! 12월 마지막으로 보고 1년은 못볼지몰라도 배운대로 삶속에서 성장해서
다시만날 그날이 기대가되요...책출판되면 서점가서 꼭 사볼께요 ^^
사랑하는선생님의 열정과 노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되길 바라며..
정말 감사해요...사랑해요..기태쌤 ^^

vira님의 댓글

vira 아이피 (110.♡.248.78) 작성일

고맙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3배 올립니다.

김미영님의 댓글

김미영 아이피 (175.♡.12.163) 작성일

기태선배님,안거(?)에 들어가시는군요.또 한번의 내면의 폭발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목마름을 적셔줄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여기는 남반구라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습니다.북두칠성말고 남십자성을 보면서 도덕경 모임의 모든 분들이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만허님의 댓글

만허 아이피 (14.♡.152.11) 작성일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석류가 익어  터져서 속살을 내 비칠때 까지
비원님을 기다리고 있어 야지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찾아 헤메이는 이들에게
비원님의 시원한 안내서가 그들의 방황을 멎게 하겠지요,

그 안내서가 나올때를 조용히 기다리며 삼배 올립니다_()_ _()_ _()_

덕이님의 댓글

덕이 아이피 (112.♡.118.54) 작성일

김기태 선생님 감사합니다 처음도덕경에 방문했을때는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으려 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강의는 저에게 잘 안들렸고 저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후 방황과 고민에 하루하루를 살았었습니다.... 어린시절보다는 몇천배 살기 편해졌지만
계속되는 목마름과 알수없는 갈증에... 다시금 제 자신을 채찍질하고 비판하고 못난 내자신이 싫어서
 무언가를 찾으려 할때 문득 오래전 도덕경이 떠 올랐습니다 다시 게시판에 들어와 보니 다행히
제 아이디는 존재하더군요 ㅡ.ㅡ;;;  무조건 모임에 참석하고 선생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습니다 .....  선생님의 "더이상 무엇을 추구하지말라는...그만 내자신을 괴롭히라는 가르침에
저는 묘한 해방감과 안도감을 느꼇습니다 아....나 그만 해도 되는걸까?? 불안감과 묘한 행복감
이것이 내 자신의 게으름과 나약함에 대한 변명과 내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는 실패인가라는
기분에 ...아니면 정말이지 있는 그대로의 내자신과의 만남의 시작인지......
하지만 그후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가는 마음은 선생님의 말처럼 관성의 법칙에 따라 계속오지만
문득문득 내 자신을 만나려하는 내모습에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 한동안 모임이 없어져 아쉽지만 이것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선생님 그동안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선생님 정말 책쓰시는동안 건강조심하세요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고 싶어요 ^^

바다海님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182.♡.69.2) 작성일

쌤? 축하드려요~~~12/20일에 휴가차 한국 갑니다.  뵐수 있을까요?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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