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거리의 미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화평 (118.♡.250.61) 댓글 12건 조회 7,378회 작성일 11-05-20 02:29

본문

모처럼 서랍과 책꽂이를 정리하였지요.
서랍속에서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한 노트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제목만 그럴듯 하게 달아놓고
미처 채우지 못한 페이지....
몇 년전..
한참 대금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지요.
그 날도 대금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복지관을 들어서다
무심고 둘러보던 내 시선으로
꽉 들어찬 그림 한 점이 발걸음을 세웠습니다.
켜켜이 쌓여있는 장작더미가
마치 눈앞에 쌓여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었지요.
나도 모르게 그 그림속으로 걸어가듯
다가갔습니다.
그 그림앞에 선 순간,
갸웃뚱...?
너무 엉성해 보이던 붓자국이며 연필스케치가
그 그림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약간의 실망을 뒤로 하고
강습실로 들어가려다
다시 한 번 뒤돌아 보았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은 나를 놀리 듯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그 그림앞에 다가가
우측 하단에 있는 쪽지의 메모를 보니
세월이라는 제목의 그 그림은
미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였습니다.
아!...그렇군요.
그림엔 그 그림이 가장 돋보이는
거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거리는 그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칼릴지브란도 예언자의 입을 빌어
그 거리를 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을까요.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인간(人間)'이라 불리울때,
사람과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의 사이에도
분명 거리는 존재 하겠지요.
과거에 내가 맘아프게 했던 그 사람,
혹은 날 많이도 아파하게 했던 그 사람,
그 모두가 어쩌면 그 거리를 몰라서 생긴 오해를
차마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였을까요.
그래서 저 장작더미의 쪼개진 결들이
흐르는 세월 만큼이나 낡아버린 그 사이사이가
알싸하게 눈에 밟혔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요.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군요.
그 사람이 내 눈 가득히 밝게 빛났던 때를,
그리움으로 잠 못 이뤘던 그 때를.
여러가지 이유로 합리화하기 전에,
그런 저런 이유로 이별을 선택하기 전에
그 사람이 가장 밝게 빛났던 그 거리에서
한 번만, 한 번만이라도 뒤 돌아 봤었더라면...
지금은 낡아버려 볼품 없는 저 장작더미가
한 때는 푸르렀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었을까..
시간은 참으로 덧없어서
못잊을 것만 같았던 아픔도 추억으로 포장이 되어
과거의 개념속으로 흘러가고
오늘의 내가 여기에 서 있습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었음에도
지금 여기 서 있는 이 곳이 최선이였음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느 날이라도 또 한 번
그대와 내가 찬란하게 빛나는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판도라의 상자를 품은 이 어리석은 가슴이
다시 또 한 번 뜨겁게 벅차오를 수 있기를..
바랄 뿐인 것이지요..^^

댓글목록

산하님의 댓글

산하 아이피 (211.♡.81.22) 작성일

아~  넘 좋습니다.
시인이시네요!
아침에 읽으니 더욱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도에 대한 담론 보단 이런 글들이 훨씬 생활에 밀접해 있고
감동을 주지요
화평님 전국모임 때 얼굴만 보고 별 대화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4.9) 작성일

아~~~...... 그렇군요... 시인....
화평님이 어떤 색깔일까 궁금했는데, 이제 이해가 되는 거 같어요 ㅎ
영롱한 무지개빛......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122.♡.80.77) 작성일

화평님
이번 서울 모임에 오심 안되나요
다른 모임 다른 날짜로 옮겨 보심 좋은 일이 일어날수도 ^^
수수는 고향에 있는 시간이 한정 되어서요
화평님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요
먼 거리를 좀더 가깝게 조준해 보고 싶걸랑요 ㅋㅋ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59.♡.158.132) 작성일

전국모임 이후...무언가에 삘을 받은게 분명해 ㅋㅋ
글이 너무 감동적이잖아?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그대와 그대의 그대와
어느날 마치 기적처럼
빛나는 거리에서 해후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화평님의 댓글

화평 아이피 (125.♡.64.145) 작성일

네 감사합니다....
저도 그 날은 아직 서먹하여 다른 모든 분들과도 별로 대화를 못해본 것 같습니다...
시인이라는 칭호를 듣기엔 아직 미숙함이 많고요....
학교공부한답시고 넘 오래동안 삭막하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당....*^-------------^*

화평님의 댓글

화평 아이피 (125.♡.64.145) 작성일

감사합당....^0^*
무지개는 생명이 짧으니 무채색으로 해주삼요....*^^*

화평님의 댓글

화평 아이피 (125.♡.64.145) 작성일

좋은 일이요??....
호오...갈등생기네요...ㅎㅎ
일단은 여러 형님 누미들과 의논을 해봐야 하는데
거리를 가깝게 조준하신다니 쬐끔 겁나네요....ㅎㅣ~~
날짜 조율을 함 시도해 보기는 하겠지만
일단 장담은 못하겠네요...

화평님의 댓글

화평 아이피 (125.♡.64.145) 작성일

빙고!!....전국모임뿐 아니라 도덕경모임 자체에 관심이 생긴거지요....*^^*

화평님의 댓글

화평 아이피 (125.♡.64.145) 작성일

저두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 모두 가장 빛나는 최선의 거리를 찾아서
늘 빛나는 모습으로 마주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15) 작성일

혹시?>>>>>>>.......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4.9) 작성일

ㅎㅎㅎ

Total 6,216건 95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866 일혜 5173 11-05-22
3865 일혜 5770 11-05-22
3864 꽃씨 5997 11-05-23
3863 화평 6969 11-05-22
3862 실개천 6475 11-05-21
3861 꽃씨 14330 11-05-21
3860 일호 6063 11-05-21
3859 산하 5811 11-05-21
3858 둥글이 5083 11-05-21
3857 누이 7702 11-05-21
3856 일호 7692 11-05-20
3855 둥글이 5477 11-05-20
3854 아무개 7208 11-05-20
3853 아무개 4835 11-05-20
열람중 화평 7379 11-05-20
3851 야마꼬 6063 11-05-19
3850 인화 4958 11-05-20
3849 아무개 5093 11-05-19
3848 서정만 7135 11-05-19
3847 Lala 5029 11-05-19
3846 꽃씨 14505 11-05-19
3845 무불 6698 11-05-19
3844 아리랑 6594 11-05-18
3843 실개천 5061 11-05-18
3842 서정만 5813 11-05-18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0,484
어제
16,777
최대
16,777
전체
5,109,772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