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는 텅 비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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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우 (211.♡.185.58) 댓글 3건 조회 6,815회 작성일 13-01-15 10:57본문
**김기태 선생님의 책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 (제목부터 예술입니다^^)를 잠시 뒤적이다가 발견한 글인데... 살짝 감동스러워서, 한 구절 한 구절이 예술이라서 올려봅니다.^^
(그리고 제 닉네임이 바뀌었는데, 저는 이 책을 출판한 사람입니다.)**
이 ‘나’라고 하는 것은
살아오는 날들 동안의 경험과 지식과 기억의 집적물로서,
그 오랫동안의 경험과 지식과 기억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틀지어지고 조건지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간에
나에게는 이미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조건지어진 ‘안경’이 씌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안경은
언제나 어느 때나 상대적인 규정 속에서 세계를 둘로 나누어 보는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것은 항상 나와 너를 가르고, 인식 주체와 대상을 나누며, 부족과 완전을 나누고,
중생과 부처를 따로 두며, 번뇌와 보리, 색과 공을 나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놓은 이 ‘안경’은
계속해서 다음의 두 가지 일을 교묘하고도 집요하게 해 나가는데,
그 하나는 그러한 모든 상대적 규정들이 ‘안경’ 자체에 속한 것일 뿐
실재하지 않는 허상이요 허구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감쪽같이 숨기고는,
세계와 ‘나’가 실제로 그렇게 둘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렇게 둘로 나뉘어 보이는 세계 가운데서
더 좋고 더 나은 쪽만을 끊임없이 추구하게 만들어,
결국 우리로 하여금 그 양편 모두에 항상 끄달려 다니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안경’의 교활함과 장난이 얼마이며,
그로 인한 자승자박과 우리 삶의 에너지 소모는 또 얼마인가.
그리하여 공(空)이란,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보는 이 안경이 내려지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이 안경에 의한 왜곡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나’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모든 이름과 상대적 분별을 떠나 있는 그 공의 자리에는
그래서 나도 없고 너도 없으며, 부족도 없고 완전도 없고, 중생도 없고 부처도 없고,
번뇌도 없고 보리도 없고, 색도 없고 공도 없다.
그 모든 상대적인 분별들이 텅 비어 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은 다만 있는 그대로일 뿐인 것이다.
_김기태,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 중에서
댓글목록
myh님의 댓글
myh 아이피 (175.♡.72.243) 작성일아멘!!!!~~~/()()()
느티낭님의 댓글
느티낭 아이피 (112.♡.168.6) 작성일
그 모든 상대적인 분별들이 텅 비어 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은 다만 있는 그대로일 뿐인 것이다.
아~~~!
파초님의 댓글
파초 아이피 (124.♡.35.155) 작성일좋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