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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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리 (211.♡.56.32) 댓글 5건 조회 8,245회 작성일 11-06-01 19:19본문
뻑 간 이후, 우리는 간간히 만났다.
남들은 연애를 하면 맨날맨날 만나고 밥도 함께 먹고 하더니만,
이 남자는 꼭 그렇지는 않더라.(나를 덜 사랑했나?)
아무튼, 그래도 대략 우리도 남들처럼 연애의 형식은 띄우면서 시간이 지나다보니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되었고 '내 남자'는 '내 남편'이 되었다.
그런데 '남자'일때엔 '극명한 간명함'이 그렇게도 멋있더만,
'남편이 되고 나니 멋있기는 커녕 속 뒤집어지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가 아닌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뻑감에 마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할려는 듯 삶 자체가 극한의 ‘간명’속에 있다.
‘매미’라는 태풍이 오던 저녁 무렵이였던가.
아파트관리실에서는 오후 내내 바깥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TV에선 계속된 사고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퇴근한 남편이 마라톤복장으로 현관을 나선다.
뜯어말렸다.
“아니, 당신이 무슨 선수야? 선수라도 오늘 같은 날은 쉰다, 안그래?
도대체 왜그래?“
(깊이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며)
“좋아서.”
그리고는 나갔다.
졌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진다.
말없는 남편에게 말이다.
작은 넘이 학교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엄마인 나는 참 많은 말을 했던 것 같다.
설득도 하고 공감도 해 주고 위로도 해 주다가
나중에는 나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면서,
“친구들은 성적 때문에 머리카락도 빠지고 여학생들은 생리도 끊어지고 한다는데,
니는 머리카락이 빠졌냐? 생리가 끊어졌냐?
맨날 농구만 하고, 살만 피둥쪘구만...”하며 혼자 온갖 생쑈를 다 하고 있을 무렵,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지리산에 갔다.
“앗싸~~~이건 완죤...진검 승부다. 누가 이길까???
재우아빠가 이길까? 재우가 이길까? 이건 창과 방팬데...“
나의 친구들은 남편과 아들넘의 고집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라 재밌어 했다.
남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무도 없는 산 깊은 골짜기에 별빛이 쏟아진다.
재우랑 음악 듣고 있다. 재완이랑 너랑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도무지 이겅 뭥미? 의아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과 아들,
나는 계속 탐색했지만 별다른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
참다못한 내가,
“아들아...아빠랑 어떻게 이야기가 되었느뇨???”
“네? 아무 말씀, 없으셨는데요?”
“뭐? 그럼, 넌???”
“저도 아무 말 안했는데요...”
아...평범한 나와 나의 친구들의 촌스런 마인드는
남편이 아들을 설득을 할려고 산으로 데리고 간 줄 알고 그렇게 궁금해 했었는데
한방에 우리들의 촌스럼을 무질러 버렸다.
한번은 아침운동을 하고 온 남편이 내의를 찾다가 없었나보다.
순간,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내의를 갈아입는 남편에게
짜증이 확 올라왔다.
“우씨-, 오늘은 내가 꼭 죽고 말거야. 두고 봐!”
하며 씩씩 거렸다.
울 남편,씩 웃음을 머금고
“빤쭈는 빨아놓고 주거라...” -.-
아아...나는 이런 남자랑 산다.
아니, 나는 이런 남편이랑 산다...흑.
댓글목록
지족님의 댓글
지족 아이피 (112.♡.206.210) 작성일ㅋㅋ 정리님 자랑하시는 거죠? 무위, 무심교육을 생활로 보여주시는 멋있는 분이신듯^^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204) 작성일
정리님이 글을 정말 잘쓰시는것같아요~생생하게 보는것같아요~
저랑 우리엄마같네요~
밥먹어라~ '응' 머했냐? '몰라' 저도 엄마한데 말좀 길게 해야겠어요~^^
히피즈님의 댓글
히피즈 아이피 (110.♡.44.69) 작성일
남편 분이 쏘 쿨~ 하시네요. ㅋㅋㅋ
혹시 B형 아니신가요?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182.♡.165.252) 작성일
은근히 남편 흉보는척 하면서 자랑질 하는거 맞죠 ^^
건강해 지는 정리님 모습을 보는거 같아 즐겁습니다
수수도 날로 날로 좋아지고 있습니당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19.♡.14.170) 작성일
정리님의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니, 저도 참 기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