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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쓰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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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풀 (115.♡.168.47) 댓글 6건 조회 5,475회 작성일 11-06-0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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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은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하나 막막하기만 합니다.
글 쓰는 재주도 없고 그저 딱딱한 감상만이 남아있는 사람이라서...
게다가 막상 써보니 정리하면서 쓴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학교때 가게를 했는데
학교에 갔다 오면 엄마는 할머니가 서울 사촌집에 가신 사이에
돈을 번다는 목적으로 안방에 동네
얼굴 시뻘겋게 취한 아줌마, 아저씨들을 모아서 술상을 잔치집처럼 벌여놓으셨죠.
술 한잔도 못하는 엄마가 한 잔 드시고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노래하시는 모습이 정말 싫엇습니다.
그러다가 목놓아 우셨습니다...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가서
아버지를 부르면서 우시면 오빠들이 그만 하시라고 달래도
엄마는 술취한 상황에서 맨발로, 목놓아 우시면서
밖으로 나가겠다고 오빠들과 힘겨루기를 하셨습니다.
나 좀 그냥 놔둬! 제발... 나 그냥 죽게 놔둬!! 엄마는 큰소리로
우셨고 그쯤 되면 아줌마 아저씨들은 우리에게 엄마 주무시게 하라고하고
떠났습니다.
오빠들도 울고, 나는 뒷곁에서 몰래 울고...
엄마한테 술장사 그만하라고 말리는 오빠들에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계속 하셨고
제가 고등학교때 즘에 그만 두신것 같아요.
엄마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잡화만 팔아도 되는데
술까지 팔면서 술집이 되는게 정말 싫었습니다.
창피했어요.
엄마는 그 돈으로 우리를 넉넉하게 입히고 가르쳤어요.
물론 아버지도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셨지만
밖에서 호인이 안에서도 호인일 수 없었습니다.
교회엔 저와 할머니만 다녔습니다.
큰오빠는 말이 없고 성실한 성격인데
고등학교때 공부 안한다고 교회도 가지말고
기타도 치지 말라고 오빠가 그렇게도 애지중지하던
기타를 땅바닥에 쳐서 작살을 내고
뭔가를 불태우셨습니다.
그 뒤로 오빠는 교회에 가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 오빠를 데리러 와도 숨어서 나가지 않고
기타치며 오빠와 친하게 지내던 오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기타 때려부수는 소리를 듣고 마당에 나왔을 때는
오빠가 끔찍한 표정으로 울듯, 덤빌듯 서있었지만
아무도 대항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아버지가 악마 같아서...
말리던 엄마도 넋을 놓고...
어느날엔 아버지가 자식 4명을 다 모이라고 하셨어요.
왜 서로 형, 누나, 오빠라고 하지 않느냐고...
우리 4형제는 지금도 서로를 누나, 오빠,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그런지 몰라요.
그냥 못하겠어요 다들...
어렸을때부터 그냥 못하겠어요...
지금도 그냥 대충 부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못하고...
그날도 다리가 부러지도록 맞고 아버지 앞에서
모기 기어가는 소리로 호칭을 불렀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안불렀습니다.
그게 너무도 슬펐습니다.
아버지가 뭔가를 뺏어갔다. 뭔가 큰 상처를 주었어.
아버지가 가족관계의 뭔가를 다 끊어놓고
죽여버렸어...
부끄럽습니다.
저라도 했어야 하는데...
오빠 얼굴을 보면 불쌍해서라도 오빠라고 다정하게 불러주고 싶은데
잘 안됩니다.
언니라고 저는 부릅니다.
초,중,고등학교 때 앞집에 놀러라도 가면
몇분 지나지 않아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욕설같은 소리로 동생인 나를 찾는 언니에게
끌려서 집에가야 하는 나는 같이 놀던 앞집 언니들과 동생들에게
너무도 창피햇습니다.
그냥 좋게 와서 집에 가자고 해도 갈건데
욕설로...나를 앞장서게 해서 등을 치며 밀며...
어느날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앞집 언니네
재래식 화장실에 숨었습니다. 저도 놀고 싶었거든요.
와서 여기저기 뒤지며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더니
못찾고 그냥 가더군요. 심장이 뛰고...
니네 언니 되게 화났어. 빨리 가봐...
내가 놀러가는 유일한 앞집, 딸만 7명이어서 얼마나 화기애애한지
쌀이 없어서 매일 수제비를 만들어 먹던 그 집의 일원으로
나도 살고 싶었습니다.
군내나는 그 집 방바닥에 누우면 얼마나 편한지 잠이 스르르...
작년에 그때 그 앞집 언니를 만났는데
지금도 기가 죽더군요...
그때처럼 기가 죽어...
언니가 집에 데려가서 하는 말은
너 가게 봐... 방 청소하고... 어디를 놀러다녀? 싸가지 없이
저는 어려서부터 가게를 봤고 방을 청소하느라
동네 어디도 놀러가본적이 없습니다.
어린 저에게 방4개를 쓸고 두번씩 닦고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청소하다가 책이 보여서 책보다 잠이 들면
청소하기 싫어서 일부러 잔다고... 차가운 방에서 잠든 동생에게 온갖...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만성 두통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정말 죽을 것 처럼 아파서 '사리돈'을 가방에다
넣고 다니며 먹었으니까요.
작년에 언니가 제게 그러더군요. 내가 너한테 어렸을 때 모질게 대햇는데
기억이 나냐구요...
기억이 안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가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근데 신기하게도 그 날 이후부터 하나씩 하나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때는 토요일 학생부 예배와 일요일 오전 예배가 끝나면
바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좀 늦으면 언니가 난리나거든요. 가게를 봐야 하니까...
집 앞 마당 외에는 동네를 돌아다녀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엄마 심부름으로 콩나물이나 두부나 채소를 사러갈 때 다닌 기억 외엔...
-제가 왜 이글을 쓰게 되었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 이정도로 힘들었어 라는 과시용인가? 생각도 해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았던데 머 이까짓거 가지고 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2번째 글을 쓰기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이유는 잘 모르겠고
그저 저를 붙들어두고 싶었습니다.
초라하고 비참하고 기죽어 있는 나를 포장하지 않고 바꾸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를 살아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척'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아서 진짜 저의 모습을 잃어버렸거든요.
진짜라는게 없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저만이 아는 저의 모습을 그냥 인정해주고 싶었고 그 아이에게 그간 살아온 날들을
잘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댓글목록

산하님의 댓글

산하 아이피 (211.♡.212.252) 작성일

왕풀님~  기어이 저로 하여금 로그인하여 글을 쓰게 만드시는 군요!
가감없이 내려 쓰신 왕풀님의 성장기 기억에 숙연해집니다.
저도 댓글을 달면서 이만큼 힘든 적이 없었네요!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왕풀 님...뵌 적은 없지만...

저만이 아는 저의 모습을 그냥 인정해주고 싶었고 그 아이에게 그간 살아온 날들을
잘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을 뿐

네...정말 잘 하셨고. 괜찮으세요...

괜찮아, 괜찮아...정말 괜찮아...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2)

여름가지님의 댓글

여름가지 아이피 (220.♡.240.24) 작성일

왕풀님,

이렇게 풀어 내보일 수 있다는게,

다른 사람들에게 내 보일 수 있다는게

자신의 과거로부터 좀더 거리를 둘 수 있게되고,

스스로 객관적이 되어가고 있다는게 아닐까요?!!

제가 스스로 생각하는 불행이란 어떤 일에 '묶여있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풀리지 않는 일을 계속 생각함으로서 현실로부터 멀어지는게 불행아닐까요?

님이 글로 자신을 스스로 내보인 것은,  '나 이만큼 힘들어'하는 '과시용'이 아니라

스스로 묶여있는 마음을 풀어내는 행위라 생각해요,

그리고 풀어내는 과정이기도 하구요(님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5.♡.103.29) 작성일

풀꽃 / 작가모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자주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17) 작성일

나태주님의 시예요^^
나두 저런 깔끔한 시를 쓰고 싶었어요
뭐든 다 그런거 아닐까요?
자주보거나 자세히 본다는 건 ..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인데...
작가의 애정어린 심성이 묻어나서 좋아요^^

無心님의 댓글

無心 아이피 (121.♡.7.136) 작성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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