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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나무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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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평 (125.♡.109.135) 댓글 2건 조회 5,649회 작성일 11-06-0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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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단하 천연 丹霞天然:739-824)스님이라는 정말 천연덕 스러운 스님이 있었다.
겨울 어느날 길을 가다 날은 벌써 저물고 추운 날씨가 계속 되자
어느 절에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놈의 절에는 참는 것이 수행의 모토인가 부다.
장작은 커녕 마른 지푸라기 하나 없는게 아닌가.
엄동설한에 두꺼운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어도 무릎으로 파고 드는 찬 바람을 어쩌지 못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절 주변을 아무리 맴 돌아도 없는 건 없는거다.
이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법당(대웅전)문을 열자 석가모니 목불상이 날 잡아 잡수하며 배시시 웃고 있으렷다.
그 스님 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그 불상을 안고 나와서 아궁이로 직행.
도끼로 탁탁 쪼개어 아궁이를 데우기 시작하였다.
한편,
바깥의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깬 주지스님 그럴리는 없겠지만
가뜩이나 없는 절간살림에 행여 도둑이 왔나하여
간신히 덥혀 놓은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오는데,
못 내 아쉬웠는지 밖으로 나오기까지 한 참을 자신과 실갱이를 해야했다.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법당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보고는 설마가 머리를 스쳤다.
빨라진 걸음 걸음....
문앞에 서 보니 부처님이 안계신다.이를 어쩌나.
허둥허둥 대며 잠자던 스님들을 다 깨우고 비상소집을 명하게 되었다.
인원점검을 하여 보니 머릿수가 맞기는 한데 아까전에 왔던 젊은 스님 하나가 안 보인다.
그래서 그의 숙소로 가 보는데 부엌에서 연기와 장작떼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고 있었다.
주지 스님이 생각하였다.
'우리 절은 물론이고 주변에 마땅히 뗄감으로 쓸 만한 나무는 없었을텐데......'
갑짜기 밀려오는 불안 불안.....
'아니야, 그럴리 없을꺼야.....'
다시 빨라지는 발걸음....
이윽고 부엌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어보니
이미 불상의 절반은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지 오래고
나머지 반 마저 눈앞에서 아궁이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하이바에 스팀 받는다더니 이 도둑놈이 내 얼굴을 보고도 본체 만체 한다.
야이, 미친 중놈아 지금 무얼 하는 게냐?
참으로 뻔뻔스러운 이 중놈 하는짓을 보소.
불쏘시개로 뒤적거리며,
사리를 찾고 있는 중이요.
하, 이 젊은 스님 가진 제주가 참 용하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의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다.
10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이다.
아니나 다를까,
야이, 미친 놈아 나무토막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단 말이냐?
저 천연덕스러운 뻔뻔한 얼굴 무표정한 표정속에 살짝 입꼬리가 말린다.
그런데, 왜 나를 나무라는거요?
이런...
비장의 한 수가 있었군.
그 주지 스님 입만 벙긋 벙긋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석상이 되어 벼렸다.

댓글목록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4) 작성일

어린 시절 한때..법당에 들어가서 부처상(보살상)만 봐도..
내 죄를 낱낱이 아는 전지전능한 분이
그 안에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수 없었어요..
경건하고 거룩하고 발소리조차 못내게 하셨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목불상과 부처를 동일시 하지 않고..
우상숭배하지도 않으면서 현존했던
천연스님..깨달은 사람 맞는거 같네요^^

다리님의 댓글

다리 아이피 (118.♡.19.89) 작성일

그 절 스님들 아프게 말고.
근처 찜질방에나 가시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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