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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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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끼 (14.♡.22.38) 댓글 29건 조회 5,987회 작성일 11-06-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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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새 아들이 생겼다. 남편의 조카인데 어려서 양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친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열 두 살이 되었는데 아직 많이 크질 못했고, 말수도 없었다. 자기 아들이 갓 두 돌을 넘었을 때인데 친구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는 친구가 엄마처럼 진심으로 다정하게 대해주니 중국말이 아직 서투른 외국인인 친구에게 아이가 마음을 열었다. 친구도 큰 아들처럼 생각했다. 아이는 친구 옆에 붙어서 여자처럼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친구에게 고민이 생겼다. 일이 바쁠 때 아이에게 심부름을 보내야 하는데 이 아이를 가게에 물건 사러 보내면 빈손으로 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수줍어해서 한 마디도 못하고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셨던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 얼굴을 보면 그냥 호박덩어리 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해봐

아이는 친구의 말을 믿었을까. 며칠 뒤 집에 갔을 때 그 아이가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 왔다며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주문인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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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 자전거가 한 대 생겼다. 아이도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긴 하지만 겁이 많아서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만 있었다. 두 세 마디의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나와 함께 며칠을 연습했다. 겨우 자전거를 탈만해졌다. 그런데 이젠 큰 길로 나가는 게 문제였다. 아이는 무섭다며 질색을 했다. 친구가 또 말했다.

큰 도로로 나가면 앞만 보면서 가. 뒤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뒤에서 아무도 너를 들이 받지 않아. “

2주 후에 시장에 가려고 친구 집에 갔다. 아이와 함께 다녀오라고 친구가 말했다. 혹시나 하며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큰 도로로 나가자 갑자기 이 아이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차들이 많은 도로로 아이가 먼저 들어갔다. 그러더니 몸이 가벼운 아이는 나보다 멀찌감치 앞서서 가버렸다.

?”

아이는 친구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었던 것이었을까? 알 수가 없다.

작년에 오랜만에 중국에 사는 친구집에 갔다. 친구에게는 어느 덧 아들이 넷이 되었다. 가장 말을 안듣는 남편, 그리고 이젠 친구의 키를 훌쩍 넘어선 그 아이 그리고 자신이 낳은 두 아들. 친구는 어린 아들들에게도 호박 이야기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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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4.5) 작성일

세상은 천사들이 이끌어 가는 거 같어요. 호박과 자전거와 사랑...
사진은 기인?? 음~ 자세히보니, 맨위에는 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재활용 패트병?!
음~ 자전거로 재활용품을 끌고 가는군요!
자세히 보지 않는 이 습관ㅋ, 뚫어져라 다시 한 번 봅니다...

두번을 보면 조금 더 보고, 세번을 보면 좀 더 보고, 네번을 보면 더욱 보고, 다섯, 여섯.......
그럴꺼 같어요......

aura님의 댓글

aura 아이피 (221.♡.72.17) 작성일

자꾸 눈물 납니다. (ㅠ_ㅠ)

좋은 얘기 고마워요 .. ..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17) 작성일

어제 자전거 얘길 했더니..또 이렇게 따뜻한 자전거 스토리를 듣게되고..
자전거에 얽힌 내 사연도 생각나고..완죤 자전거 판일세^^

상주는....자전거 동네라..
남녀노소 할것없이 다들 잘 타더라구..
할아버지.아버지,오빠들이 태워줬기에 ..
한번도 내 스스로 배워야할 필요성을 못느끼며 살았거든..

큰 도로로 나가면 앞만 보면서 가.
뒤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뒤에서 아무도 너를 들이 받지 않아.

그렇게 누군가 얘기했어도 난 울면서 엄살만 부렸을거 같아 ^^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이야기와 그림 좀 쌩뚱맞지요? ㅋ

글을 써 놓고 사진을 고르다 보니
자전거 들어간 사진이 이거밖에 없어서 올려봤어요.

실개천님 글을 읽어보고 저도 첨으로 사진을 자세히 봤어요 ^)^

세상은 누군가 이끌어가겠지요.
내가 지금 살고 있고요^^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아우라님,
저도 그리움과 눈물에서 시작해본 이야기랍니다.^)^

어제
일 때문에 티벳으로 들어가는 기차를 탔어야 하는데...
요즘 티벳이 다시 정치적으로 불안해지면서
갑자기 외국인이 들어가는 것이 차단되었어요.

아..
또 다시 어려움에 처할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예전에 함께 살았던 시간들을 추억해보았어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듯한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계속 숨은 쉬어지고, 배고파서 밥은 먹고.일을 하고..
그렇게 삶은 지속되고..

늦은 밤 일을 끝내고
라싸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삶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앞으로 가야만하는구나

외다리 일지언정 걸어가야겠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더랍니다.

아우라님 ^)^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완죤 자전거 판이지?ㅋ

난 자전거 타고 도로 나가면 씽씽~~~
잘 달리는데
핸들만 잡으면 달달달 ㅋㅋㅋ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25.♡.47.62) 작성일

오픈카를 몰아보세요!
저도 내년부터 운전할랍니다, 까이꺼 껌이지!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그래?  오늘 영화에서 오픈카봤다.ㅋ

말돌이가 운전한다고???
그럼 나도 해봐야징..
화딩!~~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멋지고 아름다운 글 잘 보았습니다. 글이 참 좋습니다.
처음에 이 글을 보고, 소설가의 글을 가져오신 줄 알았어요.
왠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은희경이 생각났습니다.
데끼님, 혹시 소설가 은희경의 사촌동생의 올케의 옆집 이웃의 고교동창의 여동생되시는지요? ^^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안녕하세요,일호님 ^)^

그리움이 깊어서 쓴 글이라 그리 보였을까요? ㅎㅎ

제가 비 문화인으로 산지 오래되어서..
텔런트 양희경은 알아도
소설가 은희경님은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볼께요.^^

한국에 얼렁 한번 오세요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오늘은 Sunday.
잘 쉬자.
휴일을 꼭 지킵시다 ㅋㅋ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데끼 님의 푸르고 맑은 영혼이 손끝에서 만져지는 듯 합니다...
너무나...아.름...다......


오늘
아들을 보러 학원엘 갔었답니다...
작년에 수능을 보진 않았으니 재수는 아니지만 재수의 형식은 띄고 있지요.

편안하게 공부하게 해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얼핏 눈물이 맺히는 거 같았어요.
무엇보다 열.심.히.는 할 것이라는 약속은 확실하게 드릴 수 있다고...
목소리는 나즉하나 제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돌아서 가는 아들의 등이
마치 태산과 같았습니다...
또다시
푸르고 맑은 영혼.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를 두고 누구는 이상의 '날개'를 뛰어넘는 비작이라 하더군요...
은희경의 소설은 재밌습니다.문장은 좋아요. 그저 문장만 좋을 따름이지요.
작가들, 농담이 아니고,
마음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합니다.
또다시, 농담 아니고,
데끼 님보다 훨 삶에 대한 깊이와 철학이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그녀는 위악스럽고 단정적이며 조롱하고 있습니다.
깊은 열등감의 산물이죠. 저 역시 그러하지만.

데끼 님의 댓글은 좀 다르더군요...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앗! 데끼님, 죄송합니다.
양희경이었는데, 은희경으로 오타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데끼님. 멋져부러~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앗~
작가들을 위한 변명을 해야겠네요. 제가 작가는 아니지만서두. ㅋㅋㅋㅋ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양희경도 작가인가요?^^
은희경을 모르면 멋져지는 건가요???^_^
이상한 조크...헐...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아들의 등이 정말 태산과 같네요.
열.심.히는 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는 아들...

제가 맘이 다 든든해집니다._()_()_()_

그런데, 정리님꼐서 제게
맑다는 말씀을 해주시니
왠지 몸이 가려워 오네요.ㅋ
저랑 별로 안 어울리는 듯해서요.

저는 들판을 뛰다니는 한 마리 짐승이고 싶답니당. ㅋ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가렵던가 말던가, 그건 데끼 님 사정이고...
제 느낌은 그렇단 말이지요.으흐흣.........

맞아요, 들판을 뛰다니는 맑고 힘찬 한마리 짐승..머찌다...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방금...은희경을 검색해서 읽어봤어요.

어쩜 일호님은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계신가 했어요.
작가 은희경님은
나랑 분명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구나 그랬어요.
그래서 책을 한번 읽어봐야 겠단 생각도 했어요.^^

<남을 의식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제게 30이전까지는 그런 성향이 분명 굉장히 강했거든요.
좀 더 분명히 말하면
남을 의식해서 행동하고 말하는 성향이 강했지요.

또, 정리님께서 말씀해주신 은희경님의 면들.
<위악스럽고,단정적이며,조롱하고 있다>
저는 은희경님을 전혀 모르니까...
제 이야기로 들리네요.ㅋ(첨엔 좀 쓰리지만..이내 ~~)
어쩜 또 그리 잘 표현해주셨을까? ㅎ
정리님,
제 안에 분명 그러한 날카로운 칼이 있어요.

글쓰기를 좋아했었고
한 때는 현학적인 면이 강했기 때문에
경쟁심리,혹은 열등감이
때로는 그런 면으로 교묘하게 나타날 때도 있었어요.


와우!~~
오늘은 예전의 저를 만나는 듯 해요.
아마 그 습이 현재 진행형으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 수도 있겠어요...^^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정리님//댓글 바꾸려고 했는데, 안된다네요.
정리님의 말씀 여전히 그녀는 위악스럽고 단정적이며 조롱하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은희경'을 좋아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네요. ^^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

aura님의 댓글

aura 아이피 (221.♡.72.17) 작성일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보았네요. 말씀이 나와서 옆에 있는 책에 끄집어 보는데,

<환부와 동통을 분리하는 법>이 딱 저인거 같네요. ㅋㅋ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음.......그렇군요.
그러니까, 데끼님과 정리님과 저는 비슷한 면이 있는 거였네요.
갑자기 소설가 은희경한테 고마워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어디 사는지 알면 통닭이라도 한마디 배달시켜드리는건데 말이지요. ^^

데끼님, 정리님 우리 계라도 하나 해요.
지 잘난 줄 알았다가 이제는 돌아와 지가 괜찮아진 사람들의 친목계. ^^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Shall we? ^)^

일호님과 정리님께 고마워유~~

옛날에 내 이야기가 들키면 줄행랑인데..

요즘엔 들키면 첨엔 좀 뜨악하다가
이내 쬠씩 편해져요.ㅎ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제가 먼저 말했잖아요. 데끼님 멋져부러~ 라고. ^^

이렇게 먼저 데끼님보고 멋지다고 말하는 나는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멋져부러요? ㅋㅋㅋㅋㅋㅋㅋ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그려요, 그려..^)^
(제가 일호님 글 팬인거 아시믄서)

근데..
일호님 통닭 말고 아구찜 안될까요??..
오늘 그게 무지 땡겼거등요.소주랑.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데끼님//
(말돌이님 말투로) 아구찜 안 되요!

아무개와 저는 족발당 당원이자 만두파 행동대원입니다.
행동강령3에 보면,
아구파에 붙는 자는 죽음으로 응징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죄송!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허걱 //
무서운 족발당 만두파다.
아구찜 한 번 먹고 싶다고 했을 뿐인디 ㅠㅠ

이럴 때는
무조건 삼십육계 줄행랑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족님의 댓글

지족 아이피 (112.♡.206.210) 작성일

권위적인 남자들을 보면 즉각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기저귀차고있는 남자아기의 모습을, 그러면 귀여워요^^

정말 아름다운 친구, 그런 분의 얘기를 들어서 행복하고, 얘기를 드려주신 데끼님, 아구찜 일호님 몰래 사드릴께 제주오세요^^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15.♡.215.169) 작성일

저 집 네 남자들은
제 친구를 사이에 두고
크나 작으나 모두가 연적이 된답니다.ㅋㅋㅋ

저보다 세살 어린 친구지만,
그 앞에 가면 제가 어린아이처럼 고분고분해집니다.
삶을 참 곱고 힘있게 살아가는 친구라서요.
말도 놓지 못하고
 네, 네~ 머 그럽니다.ㅎ

제 친구를 아름답다고 해주시니
참 좋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늘 한 공간에 함께 하는 지족님,
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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