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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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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호 (14.♡.40.191) 댓글 1건 조회 7,490회 작성일 11-06-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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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많이 인쇄된 책은 성경이라고 합니다. 번역본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거의 단일화된 경전입니다. 분량으로 따지자면 그다지 많지는 않은 책입니다만, 이를 두고 무수히 많은 교파가 있고, 또 교리해석의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불교는 어떨까요? 불교는 언뜻보면 그다지 교리논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안집을 보아도, 깨달았다는 선승이나 조사들의 일화를 보아도, 말이 안 되는 말들이 넘쳐나니 분위기가 논쟁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불교에도 이런 논쟁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대승비불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승비불설은 '대승불교는 붓다가 설한 바가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근거는, 붓다가 이 세상에 있을때 직접 말하지 않은 내용은 붓다의 가르침으로 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승불교의 경전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금강경이나 연화경, 반야경같은 대승불교의 경전들은, 비록 그 경전들이 '나는 이렇게 들었다'라고 시작된다 할지라도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개 현대의 학자들은 대승경전이 역사상 실존했던 붓다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이 붓다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므로 불교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성철스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답변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불교을 처음 접했을때, 법구경이나 아함부경전의 구절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불의하고 쓰레기같은 세상에서, 법구경의 주옥같은 말들, 아함부경전의 아름다운 일화들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매혹적이었습니다.
반면에, '대승불교'는 남을 돕는다는 봉사나 보시를 기회로, 자기 우월감이나 확인하는 족속들의 핑계로 보였습니다. 내가 먼저 죽게 생겼는데, 남 돌아볼 여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남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대승불교의 교리는 퍽이나 말이 안 되었습니다. 어리석었고 그만큼 힘들던 때였습니다.
문제는 답을 구함으로써 해소됩니다. 답이 문제를 사라지게 합니다. 또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문제가 애시당초 문제가 아니었음을 아는 것입니다. 고통이 문제인 사람에게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가 답이 되겠지만, 고통이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답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승비불설에 대한 성철스님의 답변이 있는 책에는, 또 다른 신도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큰 문제인데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지요(성철스님의 답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질문하신 분은 아마도 시사에 밝고 아는 것도 많아서 인류의 미래가 굉장히 염려스러웠던 모양입니다. 80년대가 아닌 지금이라면 이 질문은 당연히 나올 수가 없을테지요.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요즘이니 말입니다.
지금 나의 문제는 과연 문제인가? 도를 도라고 하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문제는 문제로되, 사실 문제는 아니다. 역시 문제의 부정으로 문제는 해소되는군요. 문제는 없다, 그것이 바로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인생의 문제에 관한 얘기입니다. 수학시험에서는 영이나 일 또는 플러스 마이너스 일을 쓰는게 그나마 낫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댓글목록

지족님의 댓글

지족 아이피 (112.♡.206.210) 작성일

문제는 좀 있으면 문제가 없게 되고, 문제없으면 좀 있으면 문제가 생기고...문제가 있어야 푸는 과정에서 경험도 얻고 지혜도 생기고...

기태샘이 문제투성이집에서 태어나 문제를 가득 안고 씨름한 덕분에 쉽고 적나라하고 편안하게 갈켜주시니 역시 문제는 있어야 한다!! 머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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