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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보낸 편지 고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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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리 (14.♡.240.211) 댓글 6건 조회 5,532회 작성일 11-06-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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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종일 꼼짝도 못하고 널부러져있었어.
50이 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듯 하느님께서 많은 공부거리를 마구마구 제공해주시네.
다른건 너무 긴 이야기들이라 접어두고
내가 하던 텃밭말이야.
아버님이 극심하게 분노하셔서 접을까싶었어.
최근에 농사싸이트 들락거리다가 자연농법을 알게되었거든.
무농약은 물론 무경운, 무비닐,무비료 ..... 환상적이더라.
밭을 산처럼 환경을 만들어주는거지.
일본의 기적의 사과와 같은 논리인거야.
대신 처음 일년은 엄청난 양의 풀을 계속덮어서 건조상태의 부산물을 10센티높이로 만들고
산에서 유용한 미생물을 델꼬와서 심어주고 미생물이 잘살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거란다.
벌레도 죽이지않아도 되고 김도 매지않아도 되고 살고싶은것들은 다 살게 모든 생명이 함께 하는 농사법인거야.
문제는 아버님의 고정관념에서 볼때 계속 쓰레기끌고와서 밭을 벌레천지로 만들고
김을 매지않아 풀이 수북하니 미칠 지경이신거라.
농부도 아니시고 농사에 관심도 없어신 분이
단지 관행농과 다르다는 점에서 격노하셔서 상식밖의 언행이 마구마구~~~~
결국 어제는 다 포기했단다.
그동안의 모든 정성과 나의 예쁜이들을 포기하니까 일시에 맥이 빠지고 암것도 못하겠더라.
거의 매일 새벽에 나가서 것도 모자라 때로는 오후에도 나가서 노가다를 했었어.
지금 내꼴이 시골에 사는 아줌씨들 저리가라야.
풀섶을 잘못 건드려서 온 얼굴이 벌레에서 공격당해 불룩불룩하고 한놈이 내 눈속에 다이빙해 들어온 바람에
그 독때문인지 눈이 퉁퉁 부어있어. 게다가 물론 새까맣게 탔고.
그래도 그런 것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더라.
노가다에 지친 몸이 몸살로 이틀을 들누워있어도 툭 털고 일어날때는 상쾌하기까지하고말야.
이때까지 내가 해본 그 어떤 것들보다 이 일이 매력있어. 남은 여생을 농부로 살고싶을 정도야.
할 수 없어 어제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축 늘어져있다가 오늘 새벽에야 하나의 대안을 발견했어.
우선 올해까지만 저 밭을 이용하고 심어놓은 작물들은 마무리하고 - 그러기 위해서는 아버님의 뜻을 따라 나의 자연농법을 일단 포기하고
김부터 매고 그냥 저냥 아버님이라 화평하게 지내면서 다른 땅을 구해서 그곳에서 내생각대로 땅을 만들 생각이야.
겨우 요거하나 해결하는데 그렇게 꽁꽁 앓았으니 내그릇은 참 작기도 하제?
아버님 원망하느라 다른 생각을 못하다가 포기하면서 아버님 입장도 이해가 되다보니까 해결점은 너무도 가까이 있더라구.
아버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없어. 그냥 참 가엾게 느껴진다. 그 딱딱한 마음으로 사시려니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면서 감사합니다 한단다.
근데 배우는거 참 힘들다. 내게는.

댓글목록

누이님의 댓글

누이 아이피 (58.♡.244.35) 작성일

우리님 텃밭농사꾼이였군요.
찌찌뽕 소리 들었을때... 아~ 이분 한수하는 분이구나...짐작했는데..
저도 고추모종 심으면서 시커먼 비닐 덮고싶지 않아 걍 심었더니
옆집 할매가 남은비닐로 곱게 덮어 주셨더라구요.
할매 정성이 하도 고마우셔서 올해는 비닐사우나 시원하게 시켜줄려구요.
주신 바질... 요놈이 잘 자라질 않는데... 이번에 뭔 찌찌뽕을 해서 그럴까요?

우리님의 댓글

우리 아이피 (14.♡.240.211) 작성일

싹은 텄나요?  바질은 원래 첨에 농때이 엄청 부려요. 싹트고 한참을 얼음땡놀이 쫌 하다가 폭풍성장하는 성질이 있어요. 제가 드린 그리스미니바질은 다 자라봐야 키가 20센티정도고 회양목처럼 동그랗게 된다고해요.
햇볕을 좋아해요. 햇볕이 없으면 비실거립니다. 바질페스토에 피자치즈녹여먹어도 맛있고 스파게티, 피자에 토핑으로 좋고 상추쌈먹을때 한잎씩 얹어도 향이 좋구 샐러드에 넣어도 맛나요.

지족님의 댓글

지족 아이피 (112.♡.206.210) 작성일

우와 우리님의 농사일기 무척 기다려져요, 우리님의 멋진 새밭이 얼릉 생기기를 기도합니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아~ 농사일 또 하나의 세계이지요.
잘 보았습니다.
'기적의 사과'를 여기서 보다니 반갑네요. ^^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222.♡.115.101) 작성일

누님을 만나면 참 편해요.
대구 말씨에 인상도 넘 편하고 집안에 누님처럼 느껴지네요.
누님 말마따나 노가다는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안겨 줍니다.
온몸에 때를 벗듯 노동을 하다보면 자신에 모습이 좀더 구체적으로 보이네요.ㅋㅋ
처음으로 온몸으로 일할때 ,비오듯 쏟아지는 땀방울 앞에 얼마나 무기력 햇는지
친구들은 킥킥거리며 등치 값도 못한다 놀리기 일쑤였는데~
암튼 누님에 글을 읽다 보면 삶을 고스란이 만나는 것 같습니다.
누님 고맙습니다. 만이만이~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211.♡.56.32) 작성일

육체적 고됨을 체험하고 잘 견디는 분에게는 기본으로 신뢰가 저는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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