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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虛)] 과 [무상(無上)]의 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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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117.♡.185.66) 댓글 0건 조회 7,284회 작성일 13-06-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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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웠다.(虛)’는 말을 ‘아무것도 없다.(無)’는 말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무상(無上)’의 의미를 ‘아무것도 없다.(無)’는 의미로 이해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실로 이
는 불교와 노장에 심취한 이들의 상당수의 모습이다.

이러한 이들은 노장-불교에서 말하는 ‘비움과 무상’의 의미를 ‘허무’의 의미로 받아들여 ‘인
생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장땡’임을 선포한다. 이들에게 ‘인간사의 갈등과 환경재
앙의 심각성’을 풀어내기 위한 작은 고민을 요청할 때면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뭔가를 하려는 인위적 마음 자체가 세상의 문제를 만들었다. 마음을 비워라’는 등의
소리를 주절거린다. 하지만 ‘비움’과 ‘무상’의 이미는 ‘인간 미라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우선 ‘비움’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예를 들면, 컴퓨터 하드가 꽉 채워져 있으면 구동이 잘 안되고 버벅 되는 상황에서, ‘비움’
의 의미를 오용하는 이들은 컴퓨터의 운영체제까지 싹 다 밀어서 먹통이 되게 만드는 이들
이다. 반면 ‘비움’의 의미를 현명히 이해하는 이들은 컴퓨터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 없
는 프로그램과 파일들을 적당히 삭제하여 컴퓨터가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이다. 비움이란 ‘잘 쓰여 지기 위해서 여백을 만드는 것. 숨을 쉬기 위해서 구멍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을 잘 살기 위한’ 방편으로 비워야지, ‘허무’의 의미로 왜곡해서
는 안 된다.

‘무상’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무상’의 의미를 오용하는 이들은 ‘인간적 삶’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허무주의자들이 대부분
이다. 이들의 허무주의는 근본적으로 ‘영원성에 대한 갈망’ ‘영원한 행복에 대한 갈망’으로부
터 시작되었다.(허무주의자들은 근원적으로 쾌락주의자이다.) 인생이 영원하지 않고, 인생이
행복만 있지 않다보니, 즉 고통만 기억되다보니, 인생이 전부 ‘괴로움’이고, ‘이 괴로움을 끊
기 위해’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정신이 ‘무상’의 의미를 ‘허무’에 다
다르게 하는 것은 필연이다.

반면 ‘무상’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이들은 ‘생로병사’를 인간의 삶으로 수용한다. 하여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게 인생’임을 인정하기에 ‘고통이 없는 상태’ ‘(흔히 말하
는)열반의 상태’만을 추구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냥 잘 살다가 죽는 것이 이들에게는
‘무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비움’과 ‘무상’의 의미가 그들에게는 그렇게 ‘인생 회의와 허무’의 내용으로
전도되었을까? 그것은 지극히 간단하다. 고래로부터 권력자들이 ‘불교’와 ‘노장사상’을 받아
들이는 와중에 어용학자들을 통해서 그 종교의 ‘실천성’ ‘혁명성’을 거세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여 불교와 노장사상에서는 ‘인생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잘 살 방법론’이 빠진 것이다.

대신 ‘회의’와 ‘허무’, 거창한 인생론, 우주론만 횡횡한다.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
겠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럴싸한 회의와 허무의 철학만 읊조리는 ‘우민화된’ 민중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방법인 것을. 더군다나 한번 그렇게 만들어 놨더니 자기들 끼리 끊임없
이 회의와 허무를 재생산하는 것을...

이러한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으며 ‘인생이란~’을 설법하는 ‘우민
화된’ 민중을 깨우는 것은 자각한 인간들의 책무이다.

우리네 살아가는 세상이 인간이 살아가기 적절하고 자연이 번성하기 바람직한 ‘실질적 세
상’이기 위해서 우리는 그 모든 허무와 회의, 집단 정서와 조직이 제공하는 가치의 안락을
벗어나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입에 던져진 것을 생각 없이 씹으려 하지 말라.
우선 철저히 홀로되기 위해서 힘을 쓰고, 홀로 선체로 당신의 먹이를 찾으라!

* 특이한 사실은 ‘무상’, ‘무념’, ‘비움’, ‘무위’를 설법하는 이들은 ‘인위적으로 움직이지 말
것’을 설법하면서, 반면 자신의 아가리에 밥숟가락을 집어넣기 위해서 기를 쓰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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