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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 들어야 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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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풀 (115.♡.168.47) 댓글 6건 조회 5,842회 작성일 11-06-24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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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몸이 좋질 않더니 요 며칠은 좀 더 심했었어요.
오늘은 기어이 병원에 가자는 남편의 재촉에 마침 걱정이 되던 차에
따라 나섰습니다. 같이 갔으니 다행이다 싶을 만큼 비는 오고 몸은 처지고...
병원에서 의뢰서를 써주는 통에
정신없이 진료실을 나오는데 남편 얼굴이 보이자 그냥 눈물이 나오더군요.
괜찮을거라고 밥 먹으면서 다독여주는 남편이라는 존재는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 사람...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가운데 끼어있는 좋은 사람...
그냥 기대보고 싶은... 그래도 될 것 같은... 세상에서 단 한 사람...나보고 기대라고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 10년을 넘게 살았어도 남편을 포함한 누군가에게 기댄다던지
의지? 그런 것 없이 오롯이 혼자 버티며 살아온 날들인데...
20대때 9개월 넘게 월급을 못받아 먹고 살 돈이 없어서 동동거릴때조차 가족 누군가에게 도움
을 청할 사람이 없어서 그냥 혼자서 버티고 버티고...먹고 살만했던 어린 시절에도 부모님이랑
식구들한테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내 학비랑 숙박비을 계산했다가 나중에 갚아드려야지 생각
했던거... 그게 그냥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빚청산, 또는 말끔한 관계청산의 의미... 뭔지는
몰라도 부모님에게 받은 돈은 단 한번도 당연히 받는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으니
나는 내 인생도 당연히 나 혼자 사는것, 가족이라고 있어도 나를 도울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도움 받을 일을 만들어 부탁하면 들어야 하는 잔소리나 너는 일을 이렇게 밖에 못하
냐등의 평가와 일 처리후의 댓가 지불 등...아무튼 도움을 받으면 나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
이므로 그들 앞에서 기죽어 지내야 하고 얼굴을 못들고 자신감을 잃어 말도 버벅거리게 될까봐
서 그래서 아예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어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구요. 물론 남편과의 사이에서도 이런 일들이 있었구요. 쉬고 싶어도
남편에게 신세지기 싫어서 직장을 계속 다니고.. 혹시라도 그만두어 쉬게 되면 얼마를 못버티
다시 직장을 구하는 일들을 하고...
남편이 말하더군요. 저를 보면 경주마들 같다구요. 앞만 보고 달리도록 얼굴 양 옆을 가리개로
씌어놓은 경주마...
그 경주마,,, 오늘 부터 휴업입니다.
몸의 말을 들으라고 단골 한의원 원장님이 한마디 던지셨어요.
몸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어요
스트레스는 현실과 이상의 간격이 클수록 많이 받는다고요.. 이제 그만 현실로 내려오라구요..
몸의 현실로 내려와서 몸과 같이 움직이라고요...
그런 말씀을 들으면 드는 생각
1. 나를 뭐라고 혼내시는구나. 듣기가 싫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2. 나를 욕심이 많다고 뭐라고 하시는구나. 아니라고 크게 항변을 하고 싶고
3. 나의 욕심을 꿰뚫어보시는구나. 이제 나를 보셨으니 그냥 그저그런 사람으로 보시겠구나.
예전엔 특별 대우 해주셨었는데...
4. 내가 뭐 욕심이 많다고...남들은 더 많이 해도 다 잘하던데...나를 뭘로 보시고...
5. 기죽는다...눈을 못마주친다...피하고 싶다... 분노가 일기도 한다...
6. 아주 조금.. 맞는 말씀이다...시간이 좀 흐른 후에는 정말 맞는 말씀이다..라고 생각한다.
내 속을 꿰뚫어 보시는 분들에게는 기가 죽어요...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분노, 허
세, ~인 척을 다 보시고 나를 저평가할까봐서...
-------얘기가 엇나갔네요.
쓰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네요.
또 잃어버렸던 남편의 존재... 나는 정말 양파같은 사람인가봐요.. 어떻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도 모르는 내가 자꾸 생각이 나는지...나에게만 집중이 되어 있어서 잃어버렸던 남편의 존재
오늘 하루 그 사람 때문에 제가 숨을 쉬었습니다...
종일 비오는 데 병원 3곳을 다니면서도 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그사람에게 나는 또
미안합니다... 다행이 큰 병은 아니라니 걱정도 사라지고...

댓글목록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222.♡.115.101) 작성일

어릴적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 그많은 가족을 홀로 지켜내야 했던 엄마
그리곤 너무 빨리 경제를 책임지신 큰형님~
아픔은 늘 같이 했던 젊은 날까지 그리도 속을 썩이던 막내아들
그속에서 엉엉 울다 군대를 지원해 달아났습니다.
그래서 군은 내 인생에 최고에 날들이었습니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하루하루가 참 좋았습니다.
그속에서도 내 삶에 화두는 엄마였습니다...
왕풀님 저도 역시 비슷합니다.
그런 아픔이 있기에 지금에 제가 씩씩하게 사는 가 봅니다.
괜찮아~ 다괜찮아~
그런 다독임을 듣고 싶었습니다.
두분이 오셔야 모임에 빛을 발하는데...
고맙습니다. 왕풀님
왕풀님 화이팅!!!!!!!

문득님의 댓글

문득 아이피 (14.♡.56.238) 작성일

저도 마눌님께 든든한 남편이 되어야 겠습니다!!

아무튼,,,,화이팅!!

바다海님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121.♡.176.101) 작성일

왕풀님..

님의 글을 읽을때 마다
누가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적었을까..

저도 그렇답니다
너무나...독립심이 강한...여자..!

왕풀님의 댓글

왕풀 아이피 (115.♡.168.47) 작성일

고맙습니다. 제가 던져놓은 말들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나이 들어서도 정리가 안된 생속을 드러내놓고 보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나를 무시하고 하찮게 볼까 하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고... 그런데요 그래도 조금은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라도 안하면 나는 늘 위선덩어리니까요. 정리하지 않고 지껄인만큼 제가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걸 안것도 있고 자꾸 가면을 쓰고 싶을때마다 내가 던져놓은 글을 생각하며 혼자 부끄러워하고 걱정하고 하면서 맘속에서부터 가면을 벗는 시도를 하니까요. 저를 어떻게 보던 그건 보는자의 몫으로 남겨놓기로...
휴업은 하려고 했던 계획을 다 내려놓고 그냥 쉬기로 했다는 의미이구요..ㅎㅎ 계획이 좀 무리한 면이 있기도 했었어요. 전부 학업관련된거라... 모임엔 갈거예요. 마음에 고민이 없었던건 아니지만...선생님 뵙기도 민망하고... 왜 이리 민망할까요...자꾸 위축이 되고.

왕풀님의 댓글

왕풀 아이피 (115.♡.168.47) 작성일

누구신지 못뵈었지만 화이팅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왕풀님의 댓글

왕풀 아이피 (115.♡.168.47) 작성일

남편이 10몇년째 기대어보라고 했었는데

그 말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던 적도 있었어요.ㅎㅎ 나를 뭘로 보고...

몸이 많이 아프면서 어쩔 수 없이 기대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고요.ㅎㅎ

내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게 참 너무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요...

서정만님이 마음을 여는 과정을 적은 글을 읽었을 때 너무 부러웟는데

한번 해보려구요. 제 진심인지 잠깐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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