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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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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4.♡.92.167) 댓글 4건 조회 7,354회 작성일 13-10-25 17:25

본문

루시오입니다. 한 1년 만에 글을 적는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사실은 제가 작년에 해병대에 입대하고 5일만에 또 가입소 기간에 귀가조치를 당했었거든요. ㅋㅋ
너무 부끄러워서 도덕경은 물론 지인들에게도 잠수 타고 지난 1년을 살았었습니다. 그러다
다음주 목요일에 다시 의무경찰로 재입대 하게 되었네요. ^~^: 죄송해요. 봐주실꺼죠?? ^~^
 
지난 1년간 어떻게 살아왔냐면요, 올 해 2월부터 5월까지 용인 에버랜드에서 맥주파는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 상사를 모시는 법과 동료와 지내는 법,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배우면서 몸을 많이 혹사했었습니다. 하루 13~15시간의 휴식시간 없는 강도 높은 일만 죽어라
하며 사회생활을 제대로 배웠네요. 그리고 직원분에게 놀이기구나 이벤트 쪽으로 부서를 옮겨달라고
조르다가 눈도장 찍혀서 재계약 불가 방침 통보를 받고 5월 초에 대구로 내려왔었지요.
물론 직원분들 눈에 보실 땐, 제가 일을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구요. 이 때 사회의 냉정함을 많이 배운 거 같아요.
 
대구에 와서 의경 입대일 10월까지 뭘 할까? 싶다가 에버랜드 호러메이즈라는 귀신의 집 연기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일이 참 재밌겠다...엄마 눈치 보기도 짜증난다 싶어서 다시 기숙사가
있는 에버랜드에 지원했었고, 합격해서 6월 25일부터 이틀전인 10월23일까지 일하다 어제 대구에 내려왔어요.
다음 주에 입대하니깐요ㅎㅎ
 
제가 재작년인가? 저도 기태 샘이나 정만이 형처럼 진리를 깨달은 사람처럼 되고 싶어서 한 달 실험도
하고 별의별 쑈를 다 해도 안 되서, 난 안 되나 보다....체념 하고. 아니 그 자리는 이루고 싶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믿고 포기하고 그냥 살았어요. 희망이 없는 사람처럼.
 
그러다 보니 정말 감사하게도...이번에 호러메이즈에서
일을 하면서 저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만나게 된 적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그 과정을
적은 글이 있어서....진짜 별 것 없도 대단하지도 않은 그 글을 올리고 싶어서 여기에 한 번 그 글을 복사해서
붙여봐요.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건승하세요.
내년엔 진짜 의경으로 휴가 나와서 안부 글을 적을께요.ㅎㅎ
 
-----호러메이즈에서 일하며 나를 접해본 일지.
 
2013년 6월 이후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깨어났다? 진리를 알았다? 솔직히 이런 건 모르겠다. 그런 표현도 부담이 된다. 나도 피 끓는 20대 청춘이고 남자였기에 또 타지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는데, 남들 다 하는 연애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외모가 요즘 여자애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는지, 인기가 없더라. 그래서 친구인 태룡이처럼 흉내를 내며 살았다. 그 친구는 유머도 있고, 배려도 있고, 장난 식으로 느끼한 행동을 해도 인기가 많았더라. 그래서 나도 여자들에게 되도 않는 말 개그나 하면서 느끼하게 들이대며 여자들과 어울렸는데, 어느 날 현지라는 친구가 날 보더니 피던 담배를 바로 버리고 도망가더라. 그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그날 밤 나보다 한 살 어린 이삭이가 내 방에 찾와와서 경고를 해주더라. “형, 남자들인 우리한테는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데, 여자들은 부담스러워 해서 형을 피해” 그 말에 난 복잡했다. 말 개그나 치고, 느끼한 행동하고, 억지 유머를 짓는 내 모습을 다 떼어보니 난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더라. 저절로 “나는 그럼 뭐가 남지? 난 뭐지? 난 누구지?”의 주제가 내 머릿속을 밤 새 울렸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연스럽게 우러나와 존재하는 매 순간의 내 모습이. 무어라 정의 할 수 없지만, 그 순간이 나 임을 결론짓고 나답게 살아가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매 순간 나로서 살려고 노력하며 살다 시간이 흘러 추석 당일 날에도 일을 하는데, 아직 비교의식이 많이 남았었는지 손님이 오기 전 대기하는 1평도 안 되는 커튼 뒤에서 눈물이 나더라.
 
 “나는 아니 우리 가족은 다 찢어져서 추석 당일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두 일하는데, 저 사람들은 가족들끼리 명절에 와서 웃으며 귀신체험을 하고 있고, 난 얼굴에 분장하고 가발이나 쓴 광대 같은 내 모습은 뭐냐?” 에 서러워 눈물이 나더라. 꼭 난 잘 돼서 내 자식들에게는 이런 고통 주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과 함께 찾아오는 씁쓸함? 서글픔? 억울함? 아무튼 그런 감정이 찾아와서 “그래 지금 나에게 찾아오는 네 놈들이 내 가족이다. 와라” 하며 맞이하며 펑펑 울던 기억이 난다. 분장이 다 지워지건 말건 눈물로 적시며, 울면서 손님들에게 괴음 지르며 연기했었는데, 실 컷 울고 나서 다시 내 귓속에 꽂힌 무전이 들리더라. “현재 손님 위치는 수술실입니다. 곧 수술실로 손님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커튼을 재치고 워~ 하면서 놀래 키려 나갔는데 6명의 동남아 친구들이 매우 놀래 면서 깔깔깔 웃는 모습을 보고는 “그래, 지금의 나는 아니 내 에너지는 이 수술실의 공간과 저 친구들과 하나다. 저들이 기뻐하니 나도 기쁘다.” 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지금의 수술실 박사 귀신이 나고, 나의 공간 속에 나의 연기는 아니 나의 에너지는 지금 수술실 박사 귀신이기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길, 나를 사랑하는 길이라 생각이 들더라.
 
그 때부터 하나하나 삶에 대해서 배워지게 되며, 웃을 땐 웃고, 슬플 때는 진심으로 슬퍼하며 나를 찾아온 내가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내 몸은 그냥 빈 공간처럼 내어주고는 늘 그렇게 허용해주고 배우고를 반복하며 조금씩 성장해감을 느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며 또 다시 시간이 흘러 퇴사일인 10월 23일 마지막 연기 날 고문실 귀신 역할로 맞이하였는데, 가장 힘든 포지션이면서 가장 역한 포르말린 냄새가 진동하는 그 곳. “그래. 난 고문실 귀신이고 여기 이 공간, 이 냄새, 이 공기, 이곳은 곧 나와 하나로 교류하는 곳이다. 내가 고문실이고 고문실이 나다.” 라는 생각을 가지는 순간 나는 이 세상과 하나가 된 기분. 아니 모든 우주를 다 가진 부자가 된 느낌과 함께 너무 가슴이 벅 차 뛰더라. 그리고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며 진짜 고문당하다 죽은 귀신처럼 빙의되어 손님들에게 무섭게 다가가는데, 나도 모르게 진실로 최선을 다하여 하나가 되었고 너무 좋았다. 기뻤다. 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해서 배우고 또 배워지게 되며, 배움에 끝은 없음을 배우게 되더라.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이 나를 만날 수 있기에 나의 목표는 오로지 지금뿐이다. 그리고 나는 성장하고, 성장하고 성장할 뿐이다. 굳이 언어로 표현되는 감정들. 우울함, 씁쓸함, 기쁨, 충만감 등 매 순간의 나를 만나게 되면, 그 맛이 또 나름 재미가 있더라.
 
지난 24년간 매 순간 나를 거부하며 지옥같이 살아왔던 날을 생각하면 여운의 웃음이 난다. 난 앞으로 지금뿐인 앞 날 동안 계속해서 나를 만날 것이고, 계속 해서 배우고 성장할 뿐이다. 그저 감사함이다. 진심으로.
이제는 어떤 시련, 무엇이 나에게 와도 다 받아들일 것 같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을 거 같다...

댓글목록

매순간님의 댓글

매순간 아이피 (116.♡.82.232) 작성일

"계속 해서 배우고 성장할 뿐이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을 거 같다..."

뭉클합니다. 멋찌십니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4.♡.92.167) 작성일

매순간님 안녕하시죠? 1년여만에 나타난 루시오에게 답글 남겨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네요.
빈 말 같긴 하지만, 지난 1년간 내심 도덕경 분들이 그리웠었답니다. 또 뵐께요^-^!!

김미영님의 댓글

김미영 아이피 (49.♡.6.142) 작성일

루시오야~~잘지내고 있었구나.방갑다.그동안 군대에 있는줄 알았더니 알바하면서 부쩍 자랐구나.^^의경가서 건강하고 무탈하게 군생활 마치길바래~~또 만나.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4.♡.92.167) 작성일

미영 누나아아아아~~보고 싶어요. 밑에 글 읽었어요. 호주 잘 가셨지요..? 호러메이즈에 있을 때, 여자 코치님을 보고 어디서 많이 봤다 봤다 싶었는데ㅋㅋㅋ 그 분이 누나랑 싱크로율 99%에 가까울 정도로 똑같이 생기셨었네요. ㅎㅎㅎ 혹시나 해서 홈페이지 가서 코치님 성함봤는데, 누나랑 성이 다르네요^-^: 해주신 말씀 감사하구요, 또 뵐께요. 누나도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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