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산청모임 후기(도덕경 32장-그칠 줄을 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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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름가지 (211.♡.31.55) 댓글 13건 조회 8,891회 작성일 14-02-09 12:49본문
아직 세상엔 봄기운이 돌지 않았지만, 오다보니 산속에서 밭을 일구는 농부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땅을 갈고, 일굼으로 봄을 준비하고 또 가을에 추수함으로 우리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땅을 갈때는 그 바닥까지 깊숙이 갈아엎어야 생명들이 쑥쑥 자라게 됩니다. 우리 영혼의 양식을 준비하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어부인 베드로가 날이 새도록 그물질을 했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고 지쳐있을 때, 예수가 베드로에게 '너의 오른편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대로 베드로가 오른편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자,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일 뿐입니다. 인연따라 길거나 짧게 될 뿐이지, 그것 자체로는 길거나 짧은 것이 아닙니다. 길거나 짧은 것, 혹은 크거나 작은 것은 단지 이름 붙인 것일뿐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는 길거나 짧은 것, 혹은 크거나 작은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진실로 알면 다시 크거나 작은 것이 있음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오로지 크거나 작은 것, 높거나 낮은 것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사는 사람과 그것은 다만 이름붙인 것일뿐임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이름붙인 것일뿐임을 알지 못하면 집착하고 끄달리게 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자는 우주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집착하면서도 거기에 물들지 않는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예전에 전 깨달음을 지금의 초라한 모습이 아닌 다른 높은 모습일거라 상상했었습니다. 내가 도를 깨닫고 나면 지금의 초라하고 보잘 것 없고 수치스러운 모습이 사라지고, 누굴 만나더라도 편안하고 당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내가 부족하고 결핍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도를 추구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깨닫고 보니 부족과 결핍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건 아니야'라는 분별심하나가 저를 고통스럽게 했던 것이지요. 중생이대로가 곧 부처입니다. 우리는 그 무엇 하나 덧붙일 것 없는 완전한 존재입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경험하면 에너지 소모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올라오는 전부를 경험할 뿐, 그래서 매순간 에너지 덩어리로 살아갑니다. 이게 진정한 풍요로움입니다. '이건 진리가 아니야, 이건 나답지 않아'라는 이 한 생각, 분별심이 바로 자승자박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1월 모임에서 선생님 강의의 중심인물이었던 루시오가 왔습니다. 이전에 한번도 본적이 없기에 속으로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군대에 갔으니 20대 초중반이겠고, 또 글쓰는 것이나 선생님 말씀으로 보아 약간 삔질대는 기질이 있겠다 싶은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오늘 보니 제가 상상한 모습과 꽤나 닮았더랬습니다. 오늘 루시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도덕경 식구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루시오가 자신의 변화과정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또 말을 들었습니다. 표정이 차분하고 음성은 잔잔했습니다. 듣는 사람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반가웠어 루시오^^
댓글목록
루시오님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45) 작성일지리산에 3시간 자고 가서 하루종일 기분이 몽롱했었습니다.ㅎㅎ 기태 샘 차 안에서 돌아갈 때 푹 자고 나니까, 외출 복귀 시간에서야 에너지가 솟는 쥑이는 타이밍ㅡ_ㅡ 그래도 늘 사진으로만 보던 지리산에 가서 좋았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야마꼬님의 댓글의 댓글
야마꼬 아이피 (221.♡.229.222) 작성일
루시오님!! 반가웠어요^^
잔잔하게 경험담을 얘기할 때 엄마로써 가슴이 좀 뭉클할 때가 있었어요 다음에 또 뵈요
김미영님의 댓글
김미영 아이피 (49.♡.64.35) 작성일분노의 비빔밥을 10분째 쳐다보고 있음.생활의 분노를 요리로 승화시키는 멋진 야마꼬언니!
야마꼬님의 댓글의 댓글
야마꼬 아이피 (221.♡.229.222) 작성일
미영씨! 안녕!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때가 있지요
전주에서의 비빔밥도 그런 사소한 일 중의 하나인데
이렿게 언어로써 좋게 승화 시켜주니
앞으로도 계속 쭈~~~욱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싶어요
항상 두 분 건강하구요 미영씨 한국에 오면 먹고 싶다는 거 다 해줄께요 기록 해 놓으셔요^^
이미옥님의 댓글의 댓글
이미옥 아이피 (58.♡.1.193) 작성일
미영아!!
가끔 여기서 네 소식 본다..샘이랑 한번 다녀 갔드라..ㅎㅎ
정희씨 집에서 나눴든 우리들 얘기..정희씨가 맛있게 차려준 수육..그립다.^^
건강하고 다음에 나오면 함 보자.
일혜님의 댓글
일혜 아이피 (222.♡.191.220) 작성일
가지님! 가지님의 글에서 순정한 따뜻함을 느낍니다.
세심한 시선과 온기를 가진 마음에서 이런 정성스런 글이 나오나 싶어서
후기를 읽을 때면 가지님과 나란히 앉아 차 한잔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현장의 분위기를 글로 적어 표현하는 것의 한계와 전달하는 자의 실수에 대한 두렵고 부담스러운 마음 한 가운데에서 나온 글이라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그 마음 잘 데리고 사이좋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진짜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미영씨가 10분째 쳐다보고 있었던 비빔밥 얘기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리움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요.
한참을 웃다가 가슴 한켠이 아릿해오는 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야마꼬님의 비빔밥을 당분간 가슴에 묻고 일상을 살아야겠습니다.
이미옥님의 댓글의 댓글
이미옥 아이피 (58.♡.1.193) 작성일
일혜님 오랜만이네..^^
산청 모임 눈으로만 보다가 이번 모임은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다음 모임엔 나도 갈께..쉼터 전경이 넘 예뻐..통창 너머 따뜻한 햇쌀..
커피랑 ..비빔밥..ㅎㅎ
미영이처럼 젤 먼저 눈에 들어온 비빔밥..ㅋㅋ
눈으로 맛있게 먹었네..
오늘 과메기님 소식 보고 ㅜㅜ
산다는게 뭐지?
야마꼬님의 댓글
야마꼬 아이피 (221.♡.229.222) 작성일
비원님의 강의 전 안솔기 공간의 이모저모는 알 수가 없는데(부엌에 존재하는고로)
이상하게 가지님이 전과는 다른 모습이 보여 "어~~~ 오늘은 가지님 참 말씀을 많이 하시네"
했었잖아요?
다 이유가 있었네!!
마지막 헤어질 때 제가 꼬~~옥 안아 드리니 "어? 어색한데...."하셨잖아요
저의 포옹도 곧 편안해 지시겠죠?
명도abcd님의 댓글
명도abcd 아이피 (1.♡.209.58) 작성일
비빔밥 옆의 초록색 물은 다슬기 국 같기도 하네요 ㅎㅎ
그리고 사자님의 사모님은 뒤의 배경이 마치 에덴동산을 방불케하는 그림같고
아기를 안고 계시니 성모 마리아를 연상하게 합니다 ~ 사진 잘 봤습니다.
여름가지님의 댓글
여름가지 아이피 (125.♡.160.2) 작성일
바람도 잔잔하고 햇살도 따뜻한 나른한 오후입니다.
루시오. 만나서 좋았어요.
자기세계를 갖고 있는자의 부드러운 안정감 같은.
다음에도 종종 볼 수 있기를.
미영씨! 고향이 미치게 그리울 것 같아요.
남반구에서 밤하늘을 보며 와인 한잔하는 로망을 늘 꿈꾼답니다.
일혜님. 참~....제가 일혜님 칭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랍니다.
야마꼬님. 그래요. 그날 참 신날만 했죠. 들뜬 어린아이마냥^^
제 삶의 마지막날 내 머리속에 가득할 안솔기쉼터......
명도님. 겨울철이 제철인 매생이로 끓인 탕입니다. 장에 편하고, 몸을 따뜻하게 합니다.
꼭 드셔보시길.
'나는 언젠가 들판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훌륭하지 않아도 살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토 다이조>
사자님의 댓글
사자 아이피 (1.♡.18.235) 작성일
여름가지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사진과 정성스레 쓰신 글도 잘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함에 산청모임 참 정겹고 고마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별일이 없으면, 다음달에 뵙겠습니다.
별일이 있다면, 마음으로 뵐게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그 자리에.
만허님의 댓글
만허 아이피 (218.♡.56.122) 작성일
글로서 이렇게 친절하시다니,
혹 이런 부작용이 걱정 되군요,
참석 아니해도 이렇게 친절히 해설 해주시니, 그냥 집에서 ㅋㅋㅋ
이번 봄에는 야마꼬님의 분노의 비빔밥을 알현 했으면, 고맙습니다,
여름가지님의 댓글
여름가지 아이피 (211.♡.31.55) 작성일
사자님!, 다음에 만나면 좀더 편하게 이야기 나눌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만허님, 어째 만허님 댓글이 안올라온다 속으로 섭섭했습니다.
늘, 친숙한 느낌입니다. 봄에 뵐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