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에서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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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海 (112.♡.241.42) 댓글 5건 조회 6,910회 작성일 11-09-23 15:11본문
조용한 수녀원의 아침을 맞고
창문 너머 가을 나무의 단풍이
내눈에 들어 왔다...!
달그락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한 수녀원의 아침식사를
마치고...
원장 수녀님과 산책로를 걸었다.
가을이 성큼 성큼
내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바람이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나는 바람이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바람이다..
나는 묶이지 않는다.
나는 바람이다.
.....................................................
가을은 역시 시인을 낳는다..ㅋ
나의 어릴적 꿈은 수녀님 이었다.
아니 수녀복을 입는 것이 꿈 이었다.
엉험하신 원장 수녀님 께서 나를 알아보시고
받아주지 않으신것이 이렇게 나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나와 같은 성당에 다니며 성소자를 꿈꾸던
베로니카 언니는 주님의 부름으로 이태리 수녀님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 원장 수녀님이 되어 있었다.
하룻밤 자고 가라는 언니의 부탁에
나는 무척이나 망설이고 머뭇거리고 쉽지 않은 발걸음을
떼었다...! 나같이 때묻은 사람이 가도 되나? 하는
참 착한? 생각이 나를 흔들어 댔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시외버스를 타고, 수녀원 근처에 내렸지만,
불편한 마음은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신호등...저 건너편에 하얀 수녀복을 입은 언니가 보인다.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 미묘한 감정들이 나를 휘감았지만,
역시나 나는 쿨하고도 거친척, 그리고 씩씩한척 하면서...마구 투덜대었다.
찾기가 왜이리 힘드냐는둥...!
길도 못 가르쳐 주냐는둥...! 씩씩 거리는 나를! 따뜻하게 두손 꼬옥 안아주면서
루시아야? 배고프제?
한다. 우씨! 당연하지? 빨리 밥줘!
수녀님은 진심으로 미안해 하면서 종종걸음으로 나를 모시고? 갔다.
칫! 미안할게 뭐가 있어서..! 이렇게 나를 보듬어 주는거야?
그런 마음이 나를 뚫고 올라 올때 마다...나는 거친 발걸음을 툴툴대며 옮겼다.
원장 수녀님께 끝까지...베로니카 언니~~!
라고 부르면서.....수녀님이라는 단어는 왠지 거리가 느껴지고.
남들앞에서 좀더 친하다는 표를 하고 싶어서 이다. ㅋㅋㅋ 나 좀 친해! 뭐 그런뜻!
수녀원의 생활은 생각처럼 신비스럽지 않았다.
괜히 바보처럼 쫄아서, 두려워 했던 내가 기억 났지만,
그래도 이렇게 당당히 수녀원 밥을 먹고 있으니...다행이지 않은가...!
언니랑 전기 담요 위에서 나의 근황을 이야기 하며,
은근히 걱정했다... 루시아야...! 그래도 너가 이러면 안돼지..! 뭐 그런 류의..충고..!
그렇지만 언니는 내게 말했다!
루시아 너의 하느님의 걸작이다. 역시 루시아다! 잘 했다! 참 잘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왔잖아! 넌 잘할꺼야...세상에 나아가 너의 이름처럼 빛이 되어야 한다!
난, 고백성사도 안하고 얼렁뚱땅 성체나 모시고
제멋대로 하는 날라리 신자 지만, 언니는 언제나... 웃어주었다! 넘 재밌다 우리 루시아!!!!
수녀원을 나서며,
아이처럼 해맑은 수녀님 들의 낭랑한 목소리와
따뜻한 악수를 뒤로 하며, 세상속으로 걸어왔다!
자매님! 2년뒤에 꼭 오셔서 세상 이야기 해주세요!
기도중에 꼭 기억 할께요...!
오...라뽀니!
지하철역 까지 나를 배웅해준 베로니카 수녀님의 앙상한 어깨를 안으며..
하얀 머릿수건이 보이지 않을때 까지 나는 뒤 돌아 보았다!
가을이 성큼 성큼 다가 왔다.
코 끝에 스치는 바람이 또다시 나를 바람 속으로 이끈다..
나..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며, 묶이지 않고, 자유로운 바람!
댓글목록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204) 작성일
글이 너무좋아요...^^
자유로운 바람...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1.♡.72.2) 작성일
바다해님 화이팅~~~!!!
流心님의 댓글
流心 아이피 (210.♡.134.200) 작성일
바람!
지금 생각하니 바다해는 바람인것 같애요
바람처럼 자유롭게
바람처럼 높게
바람처럼 시원하게...
바람처럼 멋진 삶을 살길 바래요^^
바다해! 화이팅 ~
aura님의 댓글
aura 아이피 (220.♡.255.40) 작성일
수녀!
이해인 수녀님 책 읽는데, 읽다보면 진짜 아기자기하고 소녀다움 가득하다.
낯 간지러울 지경인데,
조용히 또, 가만히 느껴보지 않으면 ,
안개처럼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표현들. ㅎㅎ
문학의 재능이란 그런 거구나~~~ 나는 안되겠다~~~~
갑자기 쌩뚱~~~ㅋㅋ
만허님의 댓글
만허 아이피 (118.♡.19.89) 작성일
어디에도 머물지않고
묶이지 않고,
자유로운 바람,
항상 나를 건들이는 바람,
오늘도 신작로에 먼지를 일으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