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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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75.♡.214.244) 댓글 1건 조회 7,426회 작성일 14-07-16 21:27본문
청소가 대충 끝난 일요일 오후 2시 밥 먹을 때가 됐나 머릿속에 탕수육이 떠다닌다.
아버지 오시면 탕수육 시켜먹자고 할까?
그러던 차에 아버지 오셨고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탕수육 시켜먹을까?"
이럴 때는 아들과 아버지 사이가 맞는 거 같다.
그렇게 탕수육 시켜놓고 밥 먹을 준비하니
아버지는 언제나 소주 한 병 꺼내 오신다.
일하고 마시는 소주 한잔이 기가 막힌다면서
건강이 걱정돼 적당히 마시라고 해도 세상사는 낙이 술 마시는 것이라는데 어찌하겠는가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면 언제나 그렇듯 월남전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 시절 때는 말이지 참 잘 못 먹었다.
월남 가려고 배를 탔는데 이거 부식(밥, 반찬)이 장난 아니게 나오는 거야!
이게 웬 천국이냐! 싶어서 먹은 놈도 또 줄 서서 먹고 계속 먹은거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못 먹고 지냈으면 배 멀미 하면서도 먹었다.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미국 측 책임자가 한국 장교를 불러
이런 식으로 먹으면 배가 베트남 도착하기 전에 식량 바닥난다.
그러니 나중에 굶기 싫으면 적당히 먹으라고 당부를 하더란다."
처음 듣는 이야기면 재미있게 들릴지 몰라도
술만 드시면 이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신다.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오늘은 한번 물어봤다.
"아버지 그 이야기 예전에 하셨나요? 하지 않으셨나요?"
그 동안 몇십 번 이야기하는 걸 모를까?
아니면 그냥 생각이 나서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 걸까?
아버지는 "그냥 이야기하면 들어라. 했던 이야기든 하지 않았던 이야기든 뭐가 그리 중요하냐?"
난 아버지랑 대화할 때 '그냥 들어라.' 이런 말이 제일 듣기 싫다.
상대방이랑 주고받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대화만 하시니 말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하고
자신은 아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시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들어서 아버지랑 부딪히면 독립해야지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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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25.♡.71.112) 작성일
ㅋㅋ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재미있고 편안하게 잘 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