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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식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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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무 (112.♡.11.75) 댓글 1건 조회 5,428회 작성일 12-02-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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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는 비지식非知識의 상태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벽에 걸린 시계를 삼십 분 정도 바라보고 있어도 몇 시인지 모릅니다. 그것이 시계라는 것도 모르죠. 내면에는 놀라움뿐입니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저의 존재가 하나의 커다란 물음표가 되죠. 이 상태는 경탄의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제가 배운 모든 지식은 필요하지 않으면 배후에 남아 있습니다. '풀린 상태'이죠. 누군가 저에게 시간을 물으면 지식은 쏜살같이 되돌아옵니다. 그래서 대답을 하죠. 그리고 저는 다시 비지식의 상태, 경탄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여러분은 내면에 언제나 존재하는 평화를 알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평온을 찾으려고 기울이는 노력은 여러분의 내면에 더 많은 갈등을 만듭니다. 여러분은 평화에 대해 말하고 생각을 조용히 시키고 스스로 매우 고요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이것은 평화가 아닙니다. 폭력이죠. 평온해 지는 연습은 필요 없습니다. 침묵을 수련할 필요는 없습니다. 구도자들은 생각이 죽어 버리는 것이 진정한 침묵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침묵은 폭발적인 것입니다. '나는 이제 평화를 얻었어. 나는 침묵을 경험했어.' 이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화산처럼 폭발합니다. 그 에너지와 생명력은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제가 아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스스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생명은 자신의 모습에 깨어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느낌'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느낌과 다를지도 모릅니다. 사실 느낌이란 육체적인 반응입니다. 가슴샘에 가해지는 자극이죠. 가슴샘은 갈비뼈 아래에 있는 내분비선입니다. 가슴샘은 어린 시절에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사춘기가 되면 활동을 멈춘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면 이 가슴샘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
합니다. 그곳을 통해 느끼게 되죠. 느낌은 그저 자극입니다. 좋거나 싫은 것으로 번역되지 않죠. 외부에 움직임이 있으면 -시계추가 흔들린다던지, 새가 하늘을 가로지른다던지 - 그러한 움직임도 가슴샘으로 느낍니다. 우리의 전존재가 외부의 움직임과 함께 움직이고 떨립니다. 거기에 분리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날아가는 새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죠. 거기에 '나'란 없습니다. 대상도 없고요. 무엇이 그런 느낌을 일으키는지 모르는 겁니다. 그것이 느낌이란 것도 모르죠.
애정(affection)이라는 말은 주위의 모든 것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일정한 정서가 자기에게서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죠. 자연스러운 상태는 아주 예민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 예민함은 감각의 물리적인 예민함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친절이 아닙니다. 이제 '다른 사람'이란 없습니다. 분리가 없죠. 그래서 느껴지는 더 큰 연민이 남습니다.
여러분이 말하는 '나'라던가 '생각', '자아'라는 것들이 실체가 있는 것입니까?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는 여러 가지 감각들은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어 움직이는 것일까요? 지휘자가 있는 걸까요? 감각들은 서로 따로 활동합니다. 감각들 사이의 빈틈을 이어주는 중재자가 있죠. 바로 생각입니다. 생각은 감각들을 서로 연결시켜주고 '연속된 자아'라는 환상을 심어 놓습니다.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감각들이 받은 정보를 서로 연결시켜 주는 중재자가 없습니다. 각각의 감각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독립적으로 기능합니다. 감각들이 조화를 이루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할 필요가 생기면 일시적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그러나 중재자는 없습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조화의 상태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연속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필요한 일을 해내면 감각들은 다시 서로 떨어집니다. 언제나 이런 식이죠. 일단 연속성이라는 환상이 사라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습니까? 이해가 되지 않죠. 여러분은 경험의 틀 안에서 이해합니다. 그것은 사고의 틀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는 이 상태는 경험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그 '느낌'이라도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되질 않는군요. 제 몸에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생각에 때묻지 않은 원초의 의식입니다. 중재자가 없으면 감각은 서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감각을 해석하는 번역이 이루어지질 않죠. 감각은 그저 감각으로 남습니다. 그것이 감각이라는 것조차 모르죠. 저는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을 봅니다. 저의 눈은 말하는 사람의 입을 쳐다보죠. 입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귀는 소리의 울림을 받아들입니다. 그 두 가지의 사실을 연결시켜서 그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리는 프로그램이 제 안에는 없습니다. 샘이 솟으며 물소리를 내는 것을 보아도 그 두 가지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저의 발을 내려다보아도 '나의 발'이라는 판단은 들지 않죠. 저는 걸으면서 움직이는 저의 발을 봅니다. 우습죠? 저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 무언지 모릅니다.
사람의 눈은 매우 예민한 카메라와 같습니다. 생리학자들은 대상에 반사된 빛이 눈의 망막을 자극하고 그 감각이 뇌의 시각신경세포로 전달된다고 말합니다. 시각의 기능은 순전히 물리적인 현상입니다. 초점을 맞춘 대상이 눈 덮인 산봉우리인지 쓰레기통인지 눈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기능합니다. 눈은 아무런 구별 없이 대상을 봅니다. 눈을 조작하는 카메라맨이 있죠. 그러나 눈에게 그냥 맡겨 놓아도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항상 움직이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죠. 움직이는 것들이며 빛이며 색을 봅니다. 보는 '나'는 없죠. 산이며, 꽃이며, 소가 저를 봅니다. 의식은 마치 거울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비춥니다. 그러나 사물에 대해 해석을 내리지 않습니다. 제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면 분리는 없습니다. 그것과 나 사이에 거리는 없죠. 방 저쪽에 앉아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 숫자를 센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갑작스러운 위험이 닥치기 전에는 눈이 깜빡이지 않습니다. 외부의 사물이 항상 주의를 끌기 때문입니다. 눈이 피곤해지면 육체의 메카니즘이 연결을 끊습니다. 눈은 뜨고 있지만 침침하죠.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계속 뜨고 있으면 안구는 마르고 눈이 멀게 됩니다. 그래서 눈의 바깥쪽에 있는 눈물샘이 활성화되죠. 여러분의 경우에는 눈물을 흘릴 때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눈물샘에서 항상 눈물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기쁨의 눈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신성한 것이 아닙니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연습을 한다고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눈을 상하게 만들뿐이죠. 정신병원에는 눈을 깜빡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은 병의 증상이죠. 약간의 운과 이상한 우연에 의해 자연스러운 상태에 들면, 이런 일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을까요? 아니면 대상에 있는 것일까요?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아름다움은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산을 보고 멈춰 서서 시를 쓰지는 않습니다. 제가 걷고 있을 때 빛이 바뀌어서 산이 다른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새로운 것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주의를 집중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빛에 변화가 생긴 것이죠. 아름답다는 인식은 들지 않습니다. 빛이 변하기 전보다 선명해졌습니다. 의식이 대상의 크기만큼 확대됩니다. 그리고 폐가 깊은숨을 들이쉬죠. 이것이 프라나야마(호흡수행법)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구석에 앉아서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쉬고, 다른 콧구멍으로 내쉬는 것은 프라나야마가 아니죠. 프라나야마는 언제나 일어납니다. 호흡이 변하면서 의식은 다른 곳으로 옮겨갑니다. 소의 울음소리, 자칼의 울음소리. 언제나 움직이죠. 아름답다고 정해 놓은 것에 매달려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한 곳만 향하지 않습니다.
                                       ------유지 크리슈나무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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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님의 댓글

이무 아이피 (112.♡.11.75)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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