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실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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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19.♡.124.87) 댓글 2건 조회 8,260회 작성일 15-08-10 20:30본문
실험의 목적: 변화가 목적이 아니라 지금에 머물며 지금에 존재함으로서 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자. 그 과정
속에 자신을 이해하며, 변화는 저절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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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 생각은 맘 껏 허용하며, 음식과 생리현상은 지키되 이 외의 것들은 일체 차단한다. 지루함과 모호함
속에 있으며 지금을 느끼고 나를 믿고 기다려라.
(실험 1일차~5일차에 적은 일지를 가볍게 요약해서 섞었습니다.)
나의 모든 애정, 관심은 동생에게 향했다. 난 실험을 통해 나에게 대화를 못함으로서 (미안해 주환아)
나에게 관심가져주고, 사랑해주고, 친절히 대한 적이 없음을 느꼈다.
실험을 통해 밖에 나가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불려간 것은 여전히 엄마를 무서워하고,
짜증냄으로서 엄마를 미워하는 감정이 남아있더라.
실험 2일은 실험 전 일주일과 맞먹을만큼 지루하다. 아직 나의 생각은 과거, 미래에 더욱 치중되어 있다. 지루하다.
(외부의 시선을 틀어막으니까 나와 온전히 있을 수 있고 지루하지만, 나를 되돌아볼 수 있어서 너무 좋고
감사하다. 어라? 내가 감사하단 말을 쓰네.)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원인을 되짚으면 문제는 해결되는구나.
아버지 사업실패로 집에 사람들이 찾아와 소리지를 때, 처음으로 불안했고 정서가 흔들렸다. 선생이고 엄한
큰 고모에게 벌 받고 혼날 때 두렵고 무서웠다. 친척집들에 얹혀 지내고 여기 저기 옮겨 다닐 때 늘 낯선 환경이
두려웠다. 새벽장사에 나가는 엄마가 없어서 늘 외롭고 공허했다(그래도 우리 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줘서 고마워 엄마)
할아버지 집으로 거쳐를 옮기고 늘 큰 소리치는 엄격한 할아버지 앞에서 자신감도 잃고 늘 주늑들었다.
그 때 내가 필요한 건 사랑이었는데.
엄마에게 버림받아 엄마가 싫었지만, 엄마의 사랑이 간절했었고 그래서 중학교 때 엄마를 따라 대구에 왔다.
엄마랑 행복히 살고 싶었는데, 유학 가기 싫었는데 강요 받고 엄마에게 욕 먹고, 맞고, 학대 받으며 외국에
가고 돌아와서도 늘 남들과 비교당하고 상처받고. 엄마가 무서워서 이젠 엄마가 없는 시간에 혼자 웅크려드는 게
편해서 은둔형외톨이가 되었었구나. 그래서 엄마가 오는 시간이 무섭고, 늘 긴장하고..
필리핀에서도 엄마가 강도당하고, 친구들이 살인 강도를 당하니 필리핀 생활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사형수
생활의 연속이었구나. 그래서 필리핀인들을 증오하고 가난하다며 무시하고 하루 빨리 귀국하고 싶었었구나.
-내가 사랑받지 못하니까 내 동생에게 사랑은커녕 상처만 주었다. 그것은 엄마에게 받은 상처와 분노를
분풀이 한 대물림이었다.
자존심만 강하고 온통 상처덩어리로 내 방에 방치된지 2년. 엄마의 애인인 박 목사가 등장하여 내 삶에 갖은
간섭을 하였다. 많은 상처와 그 속에서 많은 교훈을 배웠지만 그 속에서 난 많이 울었다. 아무도 나에게 사랑으로
다독여주지 않았고, 지난 6년간 늘 혼자였다. 주환아, 힘들 때 다독여주지 못해서 미안해. 박목사 그 찢어죽일
씨발새끼.내 삶은 6살 이후로 늘 정서가 불안하고 사랑이 결핍된 채 상처만 안고 살았다. 그래서 외부의
어떤 것도 이루지 않았고 늘 힘들고 부정적이고 자신없게 살았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미안하다 주환아.
사랑한다 주환아.
그리고 작년에 특전사에서 퇴교되도 무서워서, 힘들어서 다시 재도전 못하고 움츠릴 때, 방치하고 힘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주환아. 힘들면 특전사 안 가도 돼.
왜관에 버려질 때 엄마에게 전화왔었지. 홧 김에 엄마에게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소리치던 10살의 나. 그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어. 엄마가 미안하다고 하는 그 말을 기다렸는데, 엄마가 알았다고 답해서 엄마에게 버려진 그 기분. 그 때부터 엄마가 미웠어. 그러나 난 이제 널 버리지 않고 떠나지도 않을거야. 사랑한다 주환아.
4일간 혼자 있어보니 절대 tv,인터넷,책 등이 있으면 게을러지는 게 아니라 그 나태한 삶을 즐겼던 거야.
이것들을 안 하고 있으면 얼마나 지루해? 그 누구도 게으른 자는 없구나.
내가 은둔형외톨이가 된 건 엄마 영향이 커. 근데 엄마라고 자식에게 상처를 일부러 줬겠냐구?
엄마도 피해자고, 그걸 가한 가해자인 외조부 외조모도 피해자야.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피해자면서 가해자야.
사람의 모든 근원의 문제는 사랑이다.
그러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과 큰 연관이 있는 존재구나. 할머니가 보고 싶다. 날 키워주신.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기필코 이 실험을 완수하리라.
엄마도 날 사랑한다. 그러나 표현방법이 잘못되었을뿐.
20년간의 김주환이는 상처덩어리였다. 내가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대중의 사랑을 받는게 부러웠고,
정치인을 하고팟던 건 힘을 가지고 싶었고(어려서부터 힘이 없었으니까).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던건
국제평화라는 의미있는 일을 통해 엉망인 내 인생을 만회하고 싶던 내 속마음을 알았다.
난 내가 뭘 원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난 언제나 사랑을 원했다. 그것도 20년이나.
부모에게 사랑을 받은 적이 없으니 사랑을 모르고, 나는 물론 남도 사랑하지 못할 수밖에.
이런 내 속마음들과 내 상처, 사랑의 원함을 알아서 너무 감사하고 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기에 실험은 계속 된다.
난 자랑할 건 무지 자랑하고, 못난건 엄청 축소시키며 다녔구나. 난 거짓투성이었구나.
근데 왜 그리 되었을까? 어른들이 좋고 나쁨의 기준을 만들어 주었고 좋은 것에 다가섰을 때 사랑받을 수 있어서.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나를 믿어주지 않아서 거짓의 힘을 빌린 것 같다. 주환아, 그렇게 사랑받고 싶었니?
내가 널 사랑하고 내가 널 믿어주마.
나의 에너제는 실험전에 늘 외부로 향햇다. 실험 5일째인 오늘도 나의 생각은 외부로 향해있지만, 그 에너지는
나의 내부에 존재하며 함께 있음을 느낀다. 나 자신을 돌아봄으로서 속마음을 보고, 비록 지루하지만
나에게 존재하며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정만이 형이란 분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차라리 선생님을 몰랐더라면. 아니 차라리 실험을 몰랐더라면.
너무 지루하고 답답하다. 아직 25일이나 남았다. 근데 실험을 관두면 다시 나를 모르는 답답함 속으로 가는 거기
때문에 포기 하지 않을거다. 지난 20년의 고통과 견주면 고작 30일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답답함과 지루함아. 너흴 믿어줄게. 그러니 나에게 참 자유를 다오. 나를 찢어죽여도 좋으니 날 해방시켜다오.
이제 나를 알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사랑한다 주환아. 이젠 내가 널 지켜주마.
깨달음? 자유? 개나줘라 씨발. 그딴 거 필요없다. 너무 괴롭다. 우리 가족이 흩어지고 할머니 품에 안겨
울던 핏덩이 7살짜리의 나. 그런 내가 뭘 그리 잘못했나? 내가 날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내가 필요한 건 사랑이라고 사랑.
.
.
.
(그렇게 25일이 넘게 저의 시선은 과거로 향했고, 스스로가 어루어 만져주지 못한 아픔에 함께 울고 웃으며
매 순간을 멍히 보냈습니다. 시간은 흘러 마지막 날인 28일차로 향합니다.)
오늘부로 실험이 종료다. 아프고 숱하며 외면한 과거의 날 돌아보고 같이 울어주었다. 이미 나를 찾았다.
근데 여전히 내 속마음은 ‘나 잘났다’임을 외치고 있구나. 실험이 종료되어도 계속 배우는 구나. 그래, 나 잘했어.
이제 나 자신에 대해서 다 머리로 이해했어. 이제 이론을 토대로 실전에 나가는구나. 실험은 종료된 시점에서
진정한 실험은 이제 다시 시작이야. 주환아 그동안 고생했어. 잘 인내해줘서 고맙다. 영원히 사랑한다.
매 순간이 기적이다.
댓글목록
여름가지님의 댓글
여름가지 아이피 (117.♡.172.26) 작성일
루시오,
이런말 하면 안될것같지만,
'그 찢어죽일 씨발새끼'에
느낌이 팍~ 온다.
늘, 늘~
루시오의 여정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7.♡.98.71) 작성일
ㅠㅠ 죄송혀요..ㅠㅠ
많은 선생님들이 보시는 글인지라 언어를 순화해야 하는데...실험일지를 저도 읽으며
고대로 적다보니 울컥하다가도 욱 하다가 하다 보니 고대로 적었습니다.ㅠㅠ
많이 뵙고 싶네요 형님..^^ 늘 행복하시길!
댓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