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모임에 참석했던 이나은입니다.
아....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제가 나름 모임 후기를 올려보려고 회원가입을 하려 했으나 계속 가입이 되어 있다고 떠서
제 아이디를 찾으려 온갖 메일 주소를 써도 안 찾아지기에 어쩔까 생각을 하다가
아버지 주민번호를 넣었더니 회원가입이 가능하다기에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아버지 걸로 할까하고...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 거라도 도용은 싫어서 그냥 포기하자 했습니다..ㅋㅋ
근데 뭔가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어서 아버지께서 평소에 타 포털사이트 가입시 잘 쓰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로ㅋㅋㅋ 로그인 했더니 뙇!!! 이런... 선수치셨네.
아버지께서 제 주민번호를 도용해 이미 여기 가입하셨던 겁니다.
아마 여기에 올려진 강의 같은 것들 열심히 보셨던 모양이네요.
하얀민들레.... 왠지 짠하고 눈물이 나네요. 여기에는 정말 길고 긴 사연이 얽혀 있거든요.
10여년 전에 아버지와 도덕경 강의를 열심히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때가 대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그저 대학생이 되고 보니 부모님께 감사한 생각도 들고 그다지 아버지와 친하지 않았던지라
아버지와 친해지고 싶어서 열심히 따라다녔지요. 아버지는 그 때 한창 깨달음에 목말라 하셨습니다.
아버지와 처음 모임에 나가서 강의를 듣고 정말 난생처음 들어보는 얘기들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와 강의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정말 좋다고 했던 게 생각나요.
어머니는 삶이 아닌 곳에서 따로 도를 구하는 건 개소리로 치부하시는 분이라
같이 모임에 나가자고 해도 싫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다가 아버지와 제가 점점 도덕경 모임에 열심히 나가고
1박2일로 놀러도 다니고 하자 점점 소외감을 느끼고 열받아 하셨습니다.
그러나 눈치없는 아버지와 저는 어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었지요.
특히 아버지께서 도덕경 모임에 깊이 빠지셨다는 생각이 들자 폭발하셔서....
암튼 집안 분위기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때 저는 원초적인 질투까지 마구 표출하시는 어머니를 막 경멸하고,
엄마한테 화내는 아버지를 경멸하고...ㅠㅠ
고2인지 고3인지 했던 동생은 황당해하고, 우리 가족은 완전 상처 투성이...
이거 원 깨달음을 얻기는 커녕 아버지는 이혼서류에 도장찍게 생겼으니
결국 도덕경 모임을 관두게 되었지요.
그 후로도 엄마는 도덕경이라면 치를 떠셔서 아버지는 평~생 입에 올릴 생각도 못하셨을테니
제 주민번호 도용도 이해가 가네요.
정말 우연히 이 사이트를 발견하고 선생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음에 뵙지 뭐 하다가 마지막 강의라는 말에 덜컥 참석을 했네요. 마지막이란 단어는 묘하게 사람을 조급하게 만듭니다.ㅎㅎㅎㅎ
모임장소에 가면서도 3시가 넘어서야 도착하게 생기자 마음속으로 괜히 늦게 들어가서 방해되는 것 아닌가 싶어 발걸음을 돌릴까도 했으나 그래도 거의 다 온 게 아까워서 기어이 갔네요.
역시나 민폐 제대로 끼치고...ㅎㅎ
선생님을 뵙고 나서 저는 제가 10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나 비교가 절로 되었습니다.
(근데 선생님께서 제 소개할 때 어쩐지 낯이 익다하셨지만 전 거짓말 하고 계신 거 딱 알았습니다.ㅋㅋㅋㅋ
세월도 흘렀고 제가 그때와는 다르게 앞머리가 있어서-나이들어서라고는 절대 인정 못하겠네요.ㅋㅋㅋㅋ 못알아 보실 거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선생님의 거짓말에서 사랑을 느꼈어요.ㅎㅎㅎ)
예전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습니다.
도덕경 모임에서도 다들 어른이시니 조금 불편하기도 했고
제가 감히 낄 주제도 못되어 거의 듣기만 하고 참 소극적이었지요.
김기태선생님도 참 마음이 넉넉하신 분인 건 알겠는데 왠지 제 속을 꿰뚫어 보시는 것은 아닐까
(깨달음을 얻으셨으니 왠지 초능력-특히 제가 젤 두려워하는 독심술ㅋ도 알게 모르게 쓰실 것 같고..ㅋㅋ)
괜히 꺼려져서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습니다.ㅎㅎㅎㅎ
이번엔 모임에 참석한 순간부터 여러분들과 헤어지는 순간까지
그저 저 내키는 대로 현재에 머물다 왔다는 충족감이 드네요.
예전같으면 수줍어하고 얼굴 빨개지고 말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선생님께 책에 사인해 달라고 당당히 부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드리는 제 모습에 살짝 저도 놀랐습니다.)
2차로 호프집에 가서 선생님께서 제 옆에 앉으시자마자 무슨 방언터진 것처럼 질문해대고 건방지게 선생님 손을 덥썩 잡지를 않나, 하고 싶은말-그것도 제가 제일 싫어하는 두서없이-마구 해대고.ㅋㅋㅋ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이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제 모습에 살짝 놀랐지만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며 옛날의 제 모습과 어찌나 대조가 되던지 모임생각을 계속하다가
샤워타올에 바디클렌저가 아닌 샴푸를 펌핑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그 때 현재에 충실한 게 왜 중요한 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10여년전과 다름없이 넉넉하신 선생님을 뵙고 나서,
수면 아래에 있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10년 전이었지만 점점 과거의 기억들까지 생각이 나면서 문득 엄마와 얘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엄마에게 어린 시절 제가 느꼈던 감정들과 에피소드들을 명확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솔직하게요...
엄마는 처음으로 털어놓는 저의 이야기에 놀라시면서 무척 미안해하셨습니다.
저는 엄마와 손을 마주잡고
"엄마, 엄마를 용서하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도 피해자라는 것을 알아요.
엄마가 그 시절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셨다는 것도 알아요.
엄마가 더 이상 자식들에게 최책감을 안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런 용서는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제 진짜 상태를 몰랐었기 때문에 제 얘기를 듣더니
니가 이정도로 정상적으로 큰 것만해도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저... 앞으로 덜 구박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아버지 계실 때 함께 얘기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출장중이시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런 건 하고 싶을 때 해야 하니까요.)
도덕경 이야기도 나왔는 데 요즘만 같았어도 아버지가 도덕경 같은 모임에 나간다고 해도 안말리셨을 거라고 하시네요. 이젠 니네 아빠가 뭘 하든 말든 관심도 없으시다면서ㅋㅋㅋㅋ
여전히 복수심과 애정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엄마마음ㅋㅋㅋ
도덕경 덕분에 집안에 풍파가 일었지만 그 에너지 덕분에 가족이 더 단단해 진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한 인간으로서, 나만큼이나 나약한 인간으로서 더 잘 이해하게 된 측면도 있구요.
정말 비 온 뒤에 땅이 굳더라구요.
여기에 모든 것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털어 놓을께요.
저희 부모님은 고부갈등으로 참 숱하게 싸우셨어요. (저는 결혼도 안했는데 시댁이란 단어에 거부감ㅋㅋㅋ)
두 분 다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부모님 아래에서 커서 사랑에 인색한 분들이었습니다.
두 분 다 가정에는 참으로 충실하셨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셨지만 물질적으로 부족함없이 해주면 다 되는 걸로 생각하셨던 분들이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두 분이 싸우시는 모습에서 충격을 느낀 후로 저는
아마 두 분을 저의 보호자라고 인식하지를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절대 얘기 안하고 속으로만 삭이는 아이가 되었거든요.
동생은 온갖 얘기를 다하는 데 저는 부모님께서 답답해 하실 정도로
밖에서 있었던 일은 얘기 안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는 나름대로 저에게 무슨 고민이 있는 지 늘 들어주려고 노력도 하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지만 정말 제 속에 있는 얘기는 안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일찍부터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부모님께 사랑받는 것에도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인간에게는 기대하면 안되니까...
누군가에게 하소연같은 것은 더더욱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문제는 자기가 짊어져야 하는 거라고 늘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남들에게 얕보이지 않으려면 절대로 감정을 드러내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슬퍼하거나 약한 모습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지요.
대신 저는 늘 무력감을 느끼고 늘 우울하고 왠지모르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상태에 있었고,
아무런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갑갑한 학교생활하며... 원하지도 않는 과외를 해야 하고...
중고등학교 때 엄마가 걱정하실 정도로 잠만 퍼질러 잤습니다. 편식도 엄청하고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때는? 잠잘 때랑 책 읽을 때.
오로지 잠자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것이 없었거든요. 공부도 싫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나마 책 읽는 취미라도 있었던 것이 다행이네요.
신기하게도 대학에 가고 나서 제가 어느정도 자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자
입맛이 돌아오고 부모님께 키워주신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들어서 그 때 한창 깨달음에 목말라하는 아버지와
여기 저기 열심히 다녔네요. 결과적으로는 그 때 주워들었던 깨달음에 대한 얘기들이
저를 더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차츰 그런 것들과는 관심이 멀어졌지만
알게 모르게 저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부모님께서도 나이가 드셔서 뒤를 돌아 볼 여유가 생기게 되자
당신들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었는지 더 객관적으로 보게되셨고
저와 동생을 제대로 못키웠다며 미안해하시기도 하고,
얼마전엔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한 동생과 가족상담도 받으셨습니다.
(동생은 저와 다르게 부모님의 사랑을 목말라 한데다 아버지께서 자기를 언니인 저와 차별했다고 생각하고 깊은 상처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그냥... 모든 것이 저의 문제이므로 저 혼자 치유했습니다.ㅋㅋ
3년 전쯤 우연히 시크릿이라는 책을 보고 처음으로 긍정적 에너지와 사랑의 중요성을 마음깊이 느꼈고,
문득 김기태선생님이나 여러 깨달음에 관한 책에서 말하려던 것이 이 내용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마음이 하늘까지 치솟는 경험도 하였으나, 불쾌한 일이 생기자 바로 기분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끔찍한 경험도 했습니다. 조울증 환자가 왜 괴로운 지 이해가 되더라구요.ㅋ
그냥 기분 나쁜 상태에서는 더 나빠봤자 별 거 없지만 기분이 한없이 좋다가 나빠지는 경험은 끔찍했습니다.
그러다가 진정한 긍정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부정적인 면까지도 다 긍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언제인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거울로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은아 이 세상사람들이 모두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고 등돌려도 나는 절대로 너를 안 버려.
설사 니가 살인을 저질러도 난 널 이해하고 감쌀거야. 나는 끝까지 널 사랑할거야."
뭐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못느끼고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 후로 언제인지도 모르게 평생을 괴롭히던 이상한 초조감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늘 슬프고 공허한 상태가 정상이겠거니 했는데 슬픔과 공허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더 이상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정말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저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그런 후에는 한동한 무감각 할정도로 무덤덤했습니다. 너무너무 심심할 정도로....
늘 느끼던 것들을 못 느끼니 그랬나 봅니다.ㅋㅋ
그리고 지금은 평화롭습니다.
많은 것들에 여전히 목말라하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느끼고,
성공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고, 부모님께 떳떳한 자식이 되고 싶고, 효도하고 싶고,
예뻐지고 싶고, 부지런해지고 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를 사랑하고 있고,
제 마음의 그릇이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는데도 마음 편히 지내는 이 뻔뻔함!!!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더 조바심을 내야 되는데 이러고 있는지도....ㅋㅋㅋ
써 놓고 보니.... 정말 헐.... 입니다.
왜 이리 주책맞게 제 과거 이야기까지 줄줄이 늘어 놓는지....
진짜 나이들었나 봅니다. 이건 모임 후기가 아니라 무슨 인생고백 같습니다..
그래도 그냥 올리기로 합니다.ㅎㅎㅎ
토요일날 집에와서 자기 전에 모임에 참석하셨던 분들의 얼굴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봤습니다.
순간 모든 분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목말라하고 변화하고 싶어하고 행복해지고자 하는 모습들이 정말로 마음깊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 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여러님들과 훌륭한 강의에 이어 저의 질문에도 충실히 답해 주셨던
김기태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 모든 분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 분 한 분의 얼굴은 기억합니다.
만일 더 만날 기회가 있으면 완전히 익힐 날이 오겠지요. 용서해 주세요!^^
모두들 행쇼~ㅋㅋㅋ
(행복하십시오의 줄임말입니다. 혹시라도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