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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낀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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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얀민들레 (125.♡.162.137) 댓글 2건 조회 6,916회 작성일 12-12-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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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말 오랜만에 증오돋는ㅋㅋㅋ 일이 있었다.
 
요즘 우울하거나 기분이 나빠도 (별로 그럴 일도 없지만) 오래 안가는데,
꽤 오랜시간 기분이 가라 앉아 있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나 나도 모르게 분석하고 앉아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늘 평온한 상태에 있었는데, 왠만한 일도 나를 어지럽히지 못하는데,
희한하게 어제는 정말 나를 기분나쁘게 만드는 일이 연타로 일어났다.
 
모든 사건은 그냥은 벌어지지 않는다. 어떤 교훈이 반드시 숨어 있을 거라 생각하는 나...
 
뭐 사실 다 갖다 붙이면 뭐든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래도 어떤 메시지를 찾아낸 것 같다.^^
 
엊그제만해도 아는 언니랑 즐겁게 영화보고 밥먹으면서 세상, 사랑, 꿈에 대한 얘기도 하고
즐겁게 보냈는데, 그 담날 이런 일이 터지다니...
 
어제 나누었던 사랑이 무색해지게 오늘 나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다.
 
음... 온갖 비교와 판단이 올라오는 구나.
 
어젯밤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마 괴로워서 인 듯.... 괴로우면 사람이 이상해진다.ㅋㅋㅋ
 
빨리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빨리 육신을 벗어나서 해방감을 맛보고 싶다.
(선생님의 답변이 무색하게시리ㅋㅋㅋ)
그러다 개미가 보는 세상은 어떠할까, 인간이 개미를 관찰하여 이런 저런 이론과 추론을 내놓지만
과연 그게 100% 맞다고 할 수 있을까? 개미가 돼보지도 못한 주제에 개미에 대해 이런 저런 내놓는
이론이 과연 확실한 것일까? 사실 알고 보면 개미들도 철학을 논하고 신을 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의 손가락에 개미가 한 마리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개미가 인간을 과연 얼마나 인식할 수 있을까?
인식은 뭐고 자각은 뭐고......
인간이 개미가 될 수는 없나?? 개미가 인간이 될 수는 없나??
 
별별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증오를 사랑하자!’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함부로 용서하지말자는 생각도...
 
내가 왜 힘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증오하는 나를 못 견뎌 했던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평온과 사랑의 느낌이 좋아서 그 속에만 있으려고 했구나...
 
증오하지 않으려고, 뭐든지 다 용서하려고만 해서 힘들었구나...
 
그래 증오가 오면 증오를 하자!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자!
 
내가 무언가 증오하고 있다는 걸 무서워하지 말자.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무서워하지 말자.
 
 
이런 결심을하고 신기하게도 나의 증오를 느끼고 표출할 상황이 금방 왔다.
그래서 당당히 하고 싶은대로 증오를 느끼고 행동했다.
너무나 사소한 행동이라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게 뭐 할지도 모르지만ㅋㅋㅋ
어차피 모든 건 내면의 일이니까 뭐...
 
 
이상하게 개운하다~^^
 
 
내가 성인군자가 되려고 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ㅋㅋㅋ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내 속에서는 사랑 그 자체가 되려고 애쓰고
내가 정의한 사랑의 느낌과 모양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증오와 미움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솔직해 지자! 미움은 미움이다. 증오는 증오다. 앞으로는 거기에 색칠하지 않으리라.
내가 미워하고 증오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ㅎㅎㅎ 다 죽었어. 앞으로 나 괴롭히거나 기분나쁘게 하면 마음껏 증오해주겠어.
마음껏 복수해주겠어. 열배로 갚아줄거야!ㅋㅋㅋ
 
이제야 진정으로 누군가를 증오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세상을 혐오하고 증오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한 번도 진정으로 혐오하고 증오해본 적이 없음을 알았다.
 
정말... 모든 일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안고 오는구나.
감사한 일이다.^^
 
 
 
오늘 내가 타고 다니던 버스가 오랜만에 만석이 되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타시길래 자리를 양보했다.
반자동으로...
그 사소한 행동하나에도 온갖 생각이 밀려온다.
 
서서가기 싫은데...
착한 척 하려고 일어선 거 아냐?
착한 척이든 뭐든 나만큼 거동이 자유롭지는 못한 노인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까지...
 
그동안 거의 매일 편하게 앉아서 갔으면서 겨우 이번 한번 서서간다고 왠 불평이냐
 
하는 순간, 까칠한 목소리가 올라왔다.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지! 예전에 아무리 편하게 다녔다고 해도 지금 내가 편하고 싶다는데
왜 과거를 들먹이는 건데? 앙?
 
 
이 까칠한 목소리야 말로 어쩌면 신의 목소리인 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ㅋ
오히려 인자하고 착한 목소리야 말로 에고의 목소리인 것은 아닐까?
 
자꾸 무언가 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착하지 못한 나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니 말이다.
 
 
 
 
 

댓글목록

느티낭님의 댓글

느티낭 아이피 (182.♡.71.29) 작성일

오~~~! 증오하는 마음을 만났군요.
드디어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군요.
오~~~~~~! 정말 축하해요~.^ㅡ^~
저의 분노 시리즈 1탄-엄마편을 중심으로 써내려갔었는데 핸드폰이 꺼져 글이 공중분해 되었어요.흐헝~...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이야기 할게요.
산청 모임이 기다려져요.
ㅎㅎㅎ 다 죽었어! ㅋㅋㅋㅋ

파초님의 댓글

파초 아이피 (124.♡.35.155) 작성일

있는 그대로를 몸소 체득하신듯..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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