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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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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카오스 (125.♡.150.165) 댓글 6건 조회 7,123회 작성일 13-03-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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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힘든 일주일이었다...
남편이 카카오스토리에 너무 아무 사진이나 막 올리는것같아서 좀 잘나온사진만 올리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화를내면서 일주일넘게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말. '유치원비 내야된다' 이런말 외에는 대답도 하지않고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침일찍 나가서 새벽 1~2시가 되야 들어왔다. 모델을 맡게되서 지금 한창 젤바쁠때라는건 알고있지만 다때려치우고싶은 마음이 한두번 들때가 아니었다.
게다가 애 유치원 학기초라서 단 하루도 빠지면 안되는데다...여러가지 신경쓸게 많았다.
새로배정된 선생은 왜그렇게 무심한지...애가 내복이 밖으로 다 삐져나와서와도, 잠바지퍼를 올리다가 지퍼에 천이 끼여도 전혀 도와주지않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점점더 같은유치원다니는 동네아줌마들의 시선이 고와지고있지않음을 느끼고있었다...
처음엔 나도 같이 웃으며 필사적으로 끼이고 어울려볼려고 했지만
아무리 그들과 비슷한척 숨기려해도 뭔가 다른 '분위기'를 그들도 감지한 모양이다...
단순히 아줌마다운 수다를 못떨어서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기보단 본질적으로 나랑 그들이 다르다는 이질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피차...
나는 이런일에 익숙해져서 상관없는데...불쌍한건 내 아이다.
아직 어리고 이곳 분위기도 좀 별난편이어서 엄마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자연히 아이들도 친구가 되고 하는 분위기인데...나는 아무하고도 친하지못해 우리애는 친구를 만들수가 없었다.
친한엄마들끼리 몰려다니며 아이들 키즈까페며, 쇼핑도 같이다니고 호프집까지 같이가는 분위기인데 도저히 나는 거기 끼일수가 없었다.
친한 엄마들 아이들끼리 늘 같이놀다보니 우리애는 자연히 도태될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이 등하교때마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인사하고 수다를 떨고, 또 하교하고나서도 놀이터에서 애들을 놀리면서 아줌마들끼리 벤치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게 무슨 관례처럼 되어있었는데, 대인공포인 내게 이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우리애도 놀이터에서 놀고싶어서 나한테 떼를써대서 몇번 벤치에 앉아있어보았지만...계속 수다떠는 다른 아줌마들 사이에서 1시간, 2시간을 앉아있는건 정말 목을 죄어오는 공포였다...
그래서 밖에서 놀고싶어하는 애가 불쌍함에도 불구하고 애를 억지로 끌고 집안으로 들어오곤했었다.
그 결과 우리애는 다른애들보다 뒤떨어지는 사회성과 운동신경을 갖게되었고...그것이 전부 내탓이라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어쩌다 얘기가 여기까지 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옆친데덮친격으로 오른쪽귀가 먹먹하고 잘 들리지않았다. 답답해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이관개방증이나 이관폐쇄증이 의심됬다. 말할때마다 먹먹한증상이 더심해져서 애한테 말도 많이 못시키게하고...학습지도 잔뜩 쌓여있는데 전혀 시키지못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모르겠다...
뭐가 옳은 삶인지 모르겠다.
표정을 편안하게 내가하고싶은대로 해보고 말도 하기싫은대로 안해보기도 하고 혼자 뒤에 서있어보기도 하고 했지만...주위 눈총이 편하지가 않아서...계속 할수가 없었다. (웬지 아줌마들이 꼬라보는것같음)
남편은 집에오면 딱 컴퓨터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나 하고 말한마디도 안하고 전화걸면 꼭 할말만하고 끊어버리기일수라 분노를 솟구치게한다. 내가 집안일하고 애봐주는 기계인가. 집안일하고 애만보면 어찌되든 그만이라는 태도가 종종 보여서 분노를 솟구치게한다.
도대체 평범하고 상식적인 삶이란 뭘까...
여기 이 아파트의 대다수의, 아니 99프로의 사람들은 대단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들로서, 평범하고 상식적인 삶에서 1프로도 벗어나지않고 1프로만 벗어나도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이 사람들한테 나는 외계인이고, 이물질이고, 불량품인것이다...
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 아파트안에 무슨 소문이 돌지 상상만해도 두렵다.
지긋지긋하다...지친다...힘겹다...앞날을 생각하면 엄두도 안난다....
 
 
 
 
 

댓글목록

김미영님의 댓글

김미영 아이피 (175.♡.120.185) 작성일

저도 지난 일주일 너무나 힘들었어요...시골이고 백인위주다 보니 학교선 나보다 20살이나 어린 호주 여학생들한테 무시아닌 무시를 당하고-슬랭이나 농담에 잘 반응하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쿨하고부유한 외국인이 아니다보니-열심히 해 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점점 혼자만 더 외계인이 되어가는듯함요...빨빨 돌아가는 한국시스템과는 달리 모든것이 느린 시스템에 적응이 안되어 혼자 끙끙 앓다가 포기하기를 여러차례..세대차이에 인종,언어장벽(호주 슬랭이나 강한 액센트에 적응 안됨),문화적 관점차이 등등..모두가 나를 등뒤에서 비웃는것 같고 한국서 왔다고 하면 노스코리아에서 왔느냐는(난민자격으로) 수십번도 더 해대는 지겨운 질문들까지...ㅠ.ㅠ

우리님의 댓글

우리 아이피 (121.♡.71.205) 작성일

그런 적이 있었어요.아주 아주 아주 오랜동안... 나혼자 깜깜한 카오스속에서 어쩔 바를 모르고 죽을것 같았던 ... 그때의 내심정이랑 참 비슷해요. 여기 말로 같은 병동분을 만나니 남같지 않아요. 자주 오시고 함께 했으면 해요.
지난달에는 산청가지못했고 이번에 산청갔더니 님 오시지않았다고 야마꼬님이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아름다운 산청에 자주 오세요.

일혜님의 댓글

일혜 아이피 (222.♡.190.90) 작성일

안솔기쉼터에 도착해서 카오스님이 안 계셔서 좀 늦으시나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일요일 모임이라 착각하셔서 못 오신다는 얘길 야마꼬님으로 부터 듣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요.
카오스님이 보낸 그 힘든 일주일
다음 모임때까지 함께 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야마꼬님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을 만드셨어요.
사진방에 가셔서 한번 보셔요.
서진이가 많이 좋아할 거에요.
여긴 꽃이 참 아름다운 곳이에요.
4월엔 꼭 함께 우리 산책해요.

야마꼬님의 댓글

야마꼬 아이피 (125.♡.245.77) 작성일

카오스님!! 이번달에 안 오셔서 서운했어요^^다음달에 오면 쑥과 씀바귀 캐러가요!!

덕이님의 댓글

덕이 아이피 (210.♡.14.24) 작성일

글 잘읽었습니다
무의식에 있는지 오래된 업인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같은....
몇개월에서 몇년까지 버티고 버티고
그래 지지 말자 ..한번 버텨보자.....아니 이겨보자..
우울증이 오고 면역이 약해져 감기몸살도 오고....결국은 회피와 도피를 하게되지만 ;;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것 살려고 한다는것 ...넘어지지만 또 일어나려 하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오스님 글을 읽으면서 카오스님도 대단한 사람이고 따뜻한 어머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느티낭님의 댓글

느티낭 아이피 (112.♡.167.123) 작성일

카오스님~! 안녕하세요.
글을 읽으며 감정이 전해졌어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되었던것은 이곳에 마음 열고 글로 표현할수 있는 카오스님이라는것!
제가 잘 모르지만 조금씩 나아질거라 믿어요.
산청모임엔 저도 매달 가야지 굳게 결심을 하고 두달째 못갔어요.
4월엔 다섯살 딸래미와 가려고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어요.
그때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손수건 준비해갈테니 같이 울어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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