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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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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재광 (210.♡.229.2) 댓글 2건 조회 4,443회 작성일 07-11-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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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좋아했었다.
어렸을 때 두리..라는 개가 있었는데 쥐약을 먹고 죽었다.
그래서 근처 산에 가서 묻어주었다.
그 개는 품종이 고급인 개였다.
내가 너무 어려서 감정의 교감은 약했던 것 같다.
그 개가 죽으면서 나도 죽음이란 걸 처음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좀 지나서 장난꾸러기 개가 우리집에 들어왔다.
그 개는 뽀삐..라는 여자친구 개가 생기고 난 후에 그 여자친구와 연애를 오래 하였다.
그 친구는 아주 정열적이었다.
여자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오면 사람들이 여자친구근처에 못 오게 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네 집에도 놀러가고 꼭 베르테르처럼 열정적이었다.
그 개를 보면 여자친구개와 사랑을 하는 것 같았다.
태어난지 며칠 안되서부터 길렀는데 어렸을 때 목욕을 하면
온몸을 머리부터 꼬리까지 차례로 흔들어서 우리집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우리 집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나중에 누군가한테 갔다.
그 뒤로 소방서를 지나다가 강아지가 있길래 이뻐했더니
아저씨들이 주인없는 개..라고 키우려면 키우라고 했다.
그래서 그 강아지를 옥탑방인 내방으로 데려갔다.
그 강아지도 완전 아기였는데 잘 때면 꼭 침대위 내 배에 올라와서 잤다.
바닥에서 낑낑거려서 침대로 올려놓으면 내 배로 기를 쓰고 기어올라온다.
그러고 나서 내 얼굴쪽으로 기어와서 내 얼굴에 살짝 키스를 하고
다시 배로 내려가서 꼬리를 머리쪽으로 맞닿게 몸을 둥그렇게 만들어서
내얼굴을 바라보며 쌔근쌔근 잠이 든다.
내 배가 숨쉬느라 오르락 내리락 하면 개도 같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서로 체온을 느끼면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 개는 며칠만에 어머니가 나 없을 때 누구 다른 사람에게 주어버렸고
나는 그 뒤로 그 개가 많이 그리웠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결혼을 하였는데
아내는 개가 이상한 동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코가 앞으로 길죽하니 나와서 이상하다는 것이다.
흐흠..
그래서 그 뒤로는 개를 못 키웠다.
그런데 몇년전에 내가 무슨 바람이 들어
매일 반야심경을 엠피쓰리로 들으며 산을 휘젓고 다니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 가서 반야심경을 반복해서 하루종일 들었는데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던 중에 산속에서 개집을 발견하였다.
이상하게 산속에 개집이 있고 진도개스타일의 잡종개가 있었다.
밥그릇은 말라붙어있고 개는 허기져있었다.
나는 천하장사 소세지 두어개와 우유 1리터짜리를 사서
개밥그릇에 소세지를 잘라서 말아주었다.
그 개는 순식간에 먹었는데 그 뒤로 그런 일이 오래 계속되었다.
오전에 가면 주인은 항상 없었고 밥을 준 흔적도 없었고 개는 내 밥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가 봄이었는데 나는 목줄을 풀어서 개와 함께 산들을 휘젓고 다녔다.
개는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산길을 개와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나 돌아올 때가 되면 나는 그 개를 다시 개집에 묶어주었는데
개를 집에 데려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를 그냥 산에 풀어주고도 싶었지만 그 개가 뭐 먹고 살까 걱정도 되고
또 우리가 그냥 헤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럴수 없었다.
그런데 여름이 다가오면서 이 개가 올 여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딱히 무슨 방법이 없었다.
나는 개에게 직접 먹이도 많이 주었다.
나는 개입에 손 넣는 것을 좋아한다.
개는 절대로 내 손을 물지 않는다.
도사견의 입에도 손을 넣은 일이 있다.
나는 개를 만나면 입속에 손부터 넣고 본다.
그 개는 천하장사를 좋아했는데 내가 천하장사를 입속에 넣어주면
실수로 내 손가락을 천하장사인줄 착각해서 깨문 적도 있었다.
천하장사인줄 알고 깨물었다가 내 손가락인 걸 알아챈 순간
개는 금방 이빨을 후퇴시켰는데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빨의 후퇴의 감촉속에 개와 나는 교감하였다.
개의 이빨이 손가락들을 애무하면서 혀가 핥으면서
결코 깨물지는 않고 자근자근 씹는듯 스쳐지나가는데
그 느낌으로 개의 마음이 느껴졌다.
개는 이빨과 혀로 말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개가 없었다.
주인이 어떻게 했구나..
생각하며 한참동안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녀석은 그래도 나를 만나 조금은 더 행복했겠지..

댓글목록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11.♡.133.179) 작성일

ㅠㅜ 다음에 올린 사진 그대로 푸다보니 안되는가 봅니다.

사모님이 개를 싫어하심에도 개를 좋아하시는 송재광님과 같이 사는 것은
전적으로 송재광님이 스스로의 취향을 포기하고
개를 집에서 추방시킨 결과시겠죠.
따라서 제가
송재광님과 사모님과 개가 함께 '온전히 화합해 살아갈 길'을 고민해봤습니다.

정답~~~
사모님이 개를 싫어하시는 이유는 '코가 튀어나온 동물이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담 코가 납작한 불독류의 개를 키우시는 겁니다. ㅋㅋ
암튼 화목하시길~~~

라임님의 댓글

라임 아이피 (211.♡.101.54) 작성일

송재광님 안녕하세요. 덕분에 마음이 한참동안 따뜻해집니다.
우리집은 개가 4마리에요. 모두 다 개성이 있지만, 저는 그 중 두마리만 억수로 이뻐하고 나머지 두마리는 본체 만체 해서 내가 잘때면 안 이쁨을 받는 두마리는 거실에 있고 이쁨을 받는 두마리만 제곁에 와서 잡니다.
근데 제가 암만 잘해줘도 엄마인 언니보다는 못해요. 엄마가 안방에서 잘라치면 죄~~그쪽으로 붙어버려서 가끔은 좀 섭섭하기도 하고,,,^^ 제가 우리집 개를 좋아해서 그런지 글 읽는 내내 아주 좋았습니다.
근데 헤어지고 나선 눈물은 안 나셨나,,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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