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변성 의식에 대하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1건 조회 4,127회 작성일 07-11-16 14:13

본문


오늘 소음진동에 조예가 깊은 분과 우연히 이야기를 하다가 옥상에 있는
보일러 진동으로 인해 건물이 차츰 좌측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복도에 나와 천장을 보니 정말 좌측 천장이 조금 낮아져
보이네요. 그런데 나는 왜 그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나의 관심이 전혀 그쪽으로 집중되지 않아 언제나 똑 바른 상태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삐뚫어져 있는데 정상으로 보이는 착시로서
살아 왔다는 것이지요.
최면학계의 거두, 밀톤 에릭슨은 어릴 적 소아마비로 전신이 마비되어
사경을 헤매었고 의사가 부모에게 내일쯤이면 애가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엿들었습니다. 그는 죽음의 공포에서 '내일 하루 더
해지는 붉은 노을을 보았으면 좋겠다'하고 소망했지요.
그리고 계속하여 노을을 보았는데......어느날 아버지에게 마당에
있는 큰나무와 바위를 치웠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어리둥절 했지요. 나무와 바위는 그대로 있었거든요.
에릭슨이 노을을 바라 볼 때 온 세상이 붉고 노란 빛으로 가득 찬 걸
보았지만 그 때 나무와 바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에릭슨은 자신의 체험을 나중에 회고할 때. 노을을 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스스로 자기 최면을 걸었고, 깊은 최면에 빠진 상태에서 바로
눈 앞에 보이는 큰 나무와 바위 조차도 인식에서 지워 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에릭슨은 치유를 위해 최면을 걸 때도 자기를 먼저 최면 상태에 빠지게
한 이후에 타인 최면을 걸었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의 의식이란 항상
이런 저런 최면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았지요.
바라보기 위빠사나 명상도 일종의 최면이고
화두선을 잡고 선정에 몰입하는 것도 일종의 최면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전자는 해리가 일어나고, 후자는 고도의 집중 기법으로 모든 사념을
배제 하지요.
그래서 사람은 어떤 깊은 의식 상태에 빠져 일종의 변성 의식계로 진입
한다고 합니다.
변성의식계는 일상의 의식계와는 달리 인지와 감각이 모두 달라집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변성의식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데, 어느날
평상시와는 달리 세상에 대해서 느끼는 인지와 감각이 달라 보이는 순간이
있지요.
지독한 감기에 들어도 그렇고, 몹씨 피곤해도 그렇고, 한 밤중에 자다
깨어나 오줌을 눌 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무아 체험이나, 합일감이나, 인식이 수 십배로 증폭되는 체험을
수시로 합니다. 그것이 막연하고 얕은 의식 상태에서 본인이 인지를
정확히 하지 못해 그럴 뿐이지요.
그렇다면, 변성 의식계가 깨달음의 상태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평상시 흐지부지 자신이 뭔지, 주위에 뭐가 있는지 반수면, 반최면 상태에
있다가.
어느 순간 고도로 깨어나 집중력이 배가되고, 특이한 감각과 인지 상태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면, 그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며
다른 차원 입니다.
명상에서 현재 상태에서 즉각적으로 깨어나 고도로 민감한 차원에서
자신과, 자신의 생각과 상태를 바라보면 우리는 몰랐던 많은 비밀을
알아 챌 수 있습니다.
이것이 깨달음이다 하여도 별 지장이 없는 듯 하지만
이런 상태가 깨달음 그 자체라고 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릅니다.

변성의식에 관한 연구와 고찰이 많이 따라야 하겠지요.
그리고 자기 암시나 최면 상태에 빠져 전혀 다른 변성의식 상태에
빠졌다고 하여 그것을 깨달음 자체라 평가하는 일에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듯 합니다.
에릭슨이 큰 바위와 큰 나무를 의식 속에서 완전히 소멸시켰다고 하여
그것을 깨달음이라 여기지 않고, 단지 의식이 노을에만 집중되었기에
잠시 의식에서 지워 졌을 뿐이라고 본 것 처럼.

댓글목록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20.♡.43.140) 작성일

좋은 말씀입니다.

그 '에레베이터공포' 시리즈에서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 하며 전율을 돋게한 귀신도
아마 그 최면 기법을 이용했읍죠. ㅋㅋ

Total 6,194건 50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969 강촌촌놈 5970 07-11-06
4968 자유인 4785 07-11-06
4967 김윤 4604 07-11-06
4966 싸움둥이 4920 07-11-09
4965 둥글이 5347 07-11-10
4964 송림 14476 07-11-10
4963 정리 4614 07-11-11
4962 노자 4344 07-11-12
4961 아리랑 6219 07-11-12
4960 둥글이 4737 07-11-12
4959 그리운날 4112 07-11-13
4958 도요새 6527 07-11-13
4957 문지영 4634 07-11-14
4956 자몽 4230 07-11-14
4955 밝음 14929 07-11-14
4954 김영대 4991 07-11-15
4953 침묵의향기 4891 07-11-16
열람중 자몽 4128 07-11-16
4951 침묵의 책 6529 07-11-16
4950 보름달 4036 07-11-16
4949 정리 4567 07-11-16
4948 자몽 4682 07-11-17
4947 공자 12732 07-11-17
4946 둥글이 5350 07-11-18
4945 죽어가는 게시판 4593 07-11-18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9,487
어제
15,921
최대
16,082
전체
4,024,552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