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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을 닮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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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5,224회 작성일 07-10-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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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에서 피운 모닥불을 헤집자 일렁이는 불씨가 벌겋게 꿈틀되었고
아롱이가 '워-어 워-어'하고 두 서너 차례 짖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아롱이는 짖지 않는 개로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롱이는 요크셔 테리어 수컷인데 중추신경 장애로 혀가 반쯤나온 채
들어가지도 않고, 오른 쪽 눈에 비해 왼쪽 눈이 작아 안면 신경이 반쯤
마비되어 버려진 채로 발견 되었습니다. 심한 피부병으로 인해 목덜미가
주름까지져 처져 있었지요. 안락사 시킬게 불쌍하여 우리집에
반 년 전 입양한 유기견 입니다.
아롱이는 하루종일 벽화의 그림처럼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습니다. 개란게 까불고 짖고 아양도 부리고 꼬리도 흔들고 해야 하는데
그는 항상 수줍은 듯 얌전히 동정만 살피고 있지요.
또 겁이 많고 내향적 성격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흔적이랄까. 심리적
외상(Trauma) 같은 자국이 은연 중 내비쳐, 아마 이전 주인에게 폭력을
당한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롱이를 보고 있으면 꼭 누군가를 연상하게 됩니다. 보면 볼수록 장국영을
닮아 있습니다. 서늘하고 처연한 눈빛, 금방 건들이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 간혹 미소를 띄지만 서늘한 그늘 아래 힘없이 살짝 비치다가 다시 슬픈
얼굴로 돌아가는, 뭔가 보호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아우라가 짠하게 스며
들게 하지요.
장국영,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요.
비록 은막의 스타란게 조작된 이미지를 시장에 팔아 먹고 사는 직업이지만.....
그의 눈빛과 얼굴에 새겨진 고즈넉함은 그가 배우로서 지어낸 가식적 이미지는
결코 아니였다는게 드러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착하게 살아왔고, 어떤 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았지만
항상 공허한 어떤 슬픔을 느꼈다고 합니다.

우...울....
친구들 모두 고마워
펠리스 리 막 교수님 고마웠습니다.
올해는 너무 힘들었다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려워....
통 선생 고맙습니다.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팻 시스터에게도 고마움을.....
나는 살아오면서
단 한 번 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나.요? 레스리 (장국영의 영어 이름)
그는 그 자신 답게 자신에게 은혜를 준 이들을 하나씩 호명해 가면서
예의 바르게 감사함을 전달하고, 착하게 살아온 자신이 왜 이유없이
그토록 고통을 받아야 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웨이터에게 볼펜과 메모지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난 뒤, 바로 휘갈겨
쓴 그의 마지막 유서이지요.
그리고 담배 한 갑, 사과 한 쪽, 레몬즙이 들어간 냉수를 호텔 24층
클럽에서 주문하고 바로 빅토리아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서
고공낙하를 했다고 한다.
아롱이는 짖지 않는 개입니다. 개가 짖고 꼬리를 흔들며 네 발로 뛰어 놀아야
하는데 장국영이 처럼 얌전히, 다소곳히 가만히 있습니다.
아롱이는 불씨가 숯더미 사이로 번져가는 걸 처음 보았는지 짖었습니다. 뭔가
깜짝 놀라 한 순간 그 자신을 잊어 먹었나 봅니다.
알고보니, 아롱이는 한 밤 중에 자면서, 꿈을 꾸면서 웡웡 짖는 잠꼬대를
간혹 한다고 합니다.
아롱이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국영이도 인생의 언저리 어디선가 삐긋했겠지요. 타인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주는 선량한 사람이였지만
정작 그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는 않았나 봅니다.
아롱이와 장국영의 눈빛은 바라보는 마음을 묘하게 빨아들이는 어떤 흡입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면의 상처에서 나오는 고통의 흔적이란 걸
그 자신도, 사람들도 이해를 못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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