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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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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121.♡.214.114) 댓글 0건 조회 6,913회 작성일 07-09-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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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은 비가 많지 않았다.

철길을 이고 있는 다리밑 도랑은 검다못해 까만 윤기가나는 어머니 머리결 색깔이었고 여기저기서 뽀글뽀글 게걸스레 악취나는 거품 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 다리를 한번 건너는게 일과의 시작이었다.

철길 침목사이로 보이는 아래는 눈을 어질하게 했지만 다리 후들거리며 겅충뛰어 지나는 재미 외에는 일상이 지루했다.

시궁창 썩는 냄새가 코를 마비 시킬 즈음 다리옆 조그마한 골방 문을 열면 파아란 하늘색 비닐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아버지는 대나무 파란 우산을 만드셨다.

대나무 진내가 늘 내코를 선선하게 한다.

아버지는 나무살이 촘촘히 박힌 우산대를 좍 편다.

나는 얼른 하늘색 옷을 낼름 갖다바치면 일별도 주지않고 척받고선 인두로 옷을 발가벗기운 대나무살에 정성스럽게 입힌다.

머리통 짬매는 일은 내차지다.

동그란 상표를 한장 이름표처럼 부치고 딱지 크기만한 비닐을 곱게 싸서 실로 챙챙 묶는다.

비닐 타는 냄새와 시궁창 냄새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모두 말없이 우산대하고만 이야기를 한다.

어머님이 무겁게 말문을 여신다.

비가 좀 와야 될낀데...

그때 아버님 눈을 자세히 보진 못했다.

아마 잠시 손을 놓고 소주 한잔을 털어넣고 싶었던 눈이었을게다.

손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그 골방은 아버님의 자그마한 생존 사냥터 였음을 커서야 알았다.

그 좋은 먹이들이 많던 사냥터는 손수 선선히 내어주고 황량한 그 곳을 찾았을 때 그 맘이 어땠는지 그당시 나는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명색이 법대를 나오시고 천석꾼 아들인데 비닐우산을 만드셨던 아버지.

방학숙제를 채근 받지 않아도 좋았던 나는 아버지를 아무 느낌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느듯 만든 제품을 8개씩 묶어내는 아비지의 손놀림을 재밌게 바라보는 사이 나는 낑낑대며 짐자전거에 올려놓는다.

어머니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너거 아부지는 까자 만들어 팔때는 비가 너무 마니 와서 다 녹아어 뿌리더만 우산장시 할라꼬 항끼네 하늘이 저리 맬갛다.

4형제가 오골거리며 자라는데 부모님 마음이 땡볕 하늘처럼 아니 탓겠는가.

아버님이 납품나가신후 나는 조그만 창을 통해 다리위를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보는게 일상이었다.

의도는 간단하다.

더러 다리밑으로 빠지는 퍼포먼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달이면 너댓은 헏디뎌 풍덩 빠지는 진풍경을 놓치지 않으려면 끈기있게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런 철부지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는 아바지의 손을 이제사 기억을 해내곤 맘이 어둡다.

우산사업은 그리 길게하시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큰집 할아버지네에도 어느정도 논밭뙤기가 있었으나 전혀 손을 내밀지 않으셨다.

그이후로 손을 대신 사업의 갯수가 열손가락 꼽기가 힘들 정도다.

아들인 나도 어느듯 아버지가 가셨던 그길을 조심스레 걷고 있다.

내 아들 역시 그때 내모습처럼 나를 그냥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러히 고생하고 있으니 너희들도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나역시 아이들에게 나의 수고로움을 표하지 않는다.

단지 사람답게 튼실히 커나가기를 바랄뿐이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앞에 자기몸을 돌보지 않는다.

어르신 말씀중 너거들이 다 커봐야 부모님 맴을 안다라고 하신다.

나역시 얘들에게 한번씩 하곤하지만 부질없는 일인 줄안다.

내 아들이란 단어 앞의 '내'를 늘 떼어내려고 노력한다.

추석을 앞에두니 아버님생각이 부쩍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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