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가을 핑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그냥- (121.♡.214.107) 댓글 0건 조회 5,218회 작성일 07-10-04 17:37

본문

아침에 '아욱 아욱'하는 소리가 공중에서 뱅뱅 돌아 고개를 치켜드니 기러기가 V자를 그리며 날고 있습니다.
대장 1명이 길을 안내하고 후미에 다른 1명이 일행을 챙깁니다.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가을이 왔음이 아니고 천리 만리 날아온 그들의 지쳤을 법한 날개가 가여워 보였습니다.
이제 다왔음직하니 겨울동안 편하게 물가에서 잘놀고 새끼 무럭 키워 봄에 다시 잘 돌아갔으면 합니다.

긴팔을 입어도 모자를 쓴 이마주위 땀방울이 맺혀도 몸은 거추장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한방울의 피라도 마실양 가미가제 공격하는 모기들도 개체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파리 주변이 연황색으로 물들여 지는 중이고 어느해 가을즈음 이유없이 훌쩍 가버린 그대가 심중에서 고개를 내밀고
그리움조차 말라버린 느낌을 그래도 애써 불쏘시게로 뒤척거리는 모양새가 가을중에 가난해 보입니다.

특별히 계획을 만들지도 않고, 딱히 구인연이든 새인연이든 사람들과 교분도 뜸하고, 일상은 판박이로 돌아가고, 입력된 자료보다 삭제되는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해서 가슴은 치면 통 소리가 날정도로 비어져 가고 , 그 빈 가슴을 주체키위해 또하루를 비틀거려야하고, 어긋지는 발자죽을 살포시 덮어주는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는 '가을'이 왔는데... 하며 담배를 피워 뭅니다.

깊은 상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헤부작거리며 길을 나설 것입니다.
지난한 삶을 한켠으로 물러 세우기 위해 나를 달뜨게 하였던 순간들을 나비 날개위에 실어 몽환 저편으로 갈 것입니다.
구절초 앙증맞은 얼굴과 갈대 서걱이는 바람소리로 둔덕에 덜썩 앉아 거무틔틔한 시름을 해바른 곳에 말릴 것입니다.

가을이 어느새 닥아 옵니다.
내 모든 잘못하였거나 하고 있는 일을 그 핑게로 기소유예처분을 마음대로 내립니다.
감성만이 살아 움직이도록 마음을 내려 놓습니다.
깨침도 내려놓아야지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194건 46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069 자몽 4153 07-09-19
5068 아리랑 4944 07-09-19
5067 그냥 4907 07-09-19
5066 식객 4531 07-09-19
5065 칼잡이 5091 07-09-20
5064 자몽 7175 07-09-20
5063 운영자 7328 07-09-20
5062 자몽 4350 07-09-20
5061 자몽 6289 07-09-20
5060 공자 6139 07-09-20
5059 aratcu 5037 07-09-20
5058 자몽 4327 07-09-21
5057 그냥- 6913 07-09-21
5056 aratcu 4583 07-09-21
5055 김영대 5522 07-09-23
5054 자몽 4567 07-09-27
5053 자몽 4554 07-09-27
5052 자몽 6188 07-09-27
5051 무아 4226 07-09-27
5050 공자 5068 07-09-28
5049 자몽 4461 07-09-28
5048 달그림자 4816 07-09-29
5047 공자 7348 07-09-30
5046 aratcu 6009 07-09-30
5045 둥글이 6165 07-10-01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9,512
어제
15,921
최대
16,082
전체
4,024,577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