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간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가현 (115.♡.93.66) 댓글 0건 조회 10,022회 작성일 18-06-16 10:45

본문

어떤 감정이 일어나든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일어나는 일들에 반응하는
반복되는 감정과 생각이 지루하고 재미없어진다.
꼭 그래야하나? . . . 하는 낯선 의문이 일어난다.

모든 책과 말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수려한 문구로 진리를 설한 책이라도
아무리 그것에 가깝게 설명하려 애쓰는 강의도
아침에 눈뜰때의 약간의 불안과 허전함만 못하고
지금 있는 이 초라함만 못하며
지금 있는 이 아무렇지 않은 이것만 못하다.


나이듦이 얼마나 좋은지

TV도 책도 열렬한 강의도

아무런 감흥도 재미도 주지 못한다.

어느 비 내리는 휴일

단순히 비가 보고 싶어

일부러 엘리베이트를 타고 잘 정비된 아파트 단지의 정원으로 내려가

우두커~~~~니 앉아 오로지 내리는 비만 본다.

덤으로 그 배경이 되는 비구름 낀 초록의 산도 느낀다.

이 또한 나이듦의 덕분인가 . . . . 이 보다 좋을 순 없다.


형제 중 맏이인 큰 언니가 세상을 떠난지 50여일이 지났다.

지난 토요일 남은 4 남매가 잘 다듬어진 언니의 무덤앞에섰다.

무덤 위 떼로 입힌 잔디가 예쁜 초록으로 자라 있다.

산자와 죽은자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한 몸은 죽어서 흙에 스며들고 있고

다른 한 몸은 그 흙을 딛고 서서 맑게 개어 높아진 하늘과

한껏 물오는 나무들과 들꽃들을 본다.


무슨 말이 필요하고 무슨 경전이 필요할까.

색색의 들꽃이 있고,높아진 하늘이 있고

예쁘게 웃던 생전의 언니에 대한 기억이 있고

약간의 가슴 아림이 있고

그리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간다.

잡을 수도 없고 잡으려는 순간 어느새 없다.

아름답고 감사한 삶의 전개

전혀 관여할 수 없는  . . . . .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348건 45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248 짬뽕 9481 15-03-11
5247 서정만♪ 10204 15-03-11
5246 서정만♪ 9680 15-03-09
5245 루시오 9488 15-03-07
5244 루시오 9535 15-03-05
5243 오로라 9963 15-03-01
5242 봉식이할매 10384 15-02-26
5241 서정만♪ 9460 15-02-25
5240 루시오 9029 15-02-25
5239 서정만♪ 10542 15-02-23
5238 바다海 10773 15-02-22
5237 루시오 10579 15-02-21
5236 루시오 9875 15-02-21
5235 여름가지 13285 15-02-20
5234 루시오 9560 15-02-19
5233 바다海 9756 15-02-16
5232 바다海 10014 15-02-13
5231 바다海 11017 15-02-13
5230 마로 9465 15-02-16
5229 꽃으로 8688 15-02-10
5228 바다海 10145 15-02-08
5227 바다海 9578 15-02-08
5226 봉식이할매 9991 15-01-27
5225 바다海 9875 15-01-27
5224 바다海 9921 15-01-27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