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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슴이 두근 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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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3건 조회 4,948회 작성일 07-09-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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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 쓰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3-4년 전 일이였다.
전문작가나 문학수업에 뜻을 두지 않으면서 글쓰는 자신을 발견한 계기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우연히 올드팝에 가입하여 나는 잊혀진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다.
그럴 때면 나는 깊숙한 회상의 터널 속을 통과하여 기억 속에 묻어난 검댕이를
자주 글로 털어내었다.
돌아 보면 감정 노출에다 멋대로 해석이 곁들여져 우격다짐식의 난삽한 글이라 밖에
할 수 없지만 호감을 가진 분들은 그것이 '자아가 새어 나오는 글'이기 때문에
관심을 둔 듯 하다. 사람은 모름지기 타인의 성격, 생각, 감정의 냄새를 킁킁거리고
즐기면서 자기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왜 나는 음악을 들으면 아드레날린, 도파민 같은 호르몬이 분출되어 전혀 다른
시공을 넘나드는 유체이탈자가 되었을까. 왜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을까.

음악은 공기의 진동이 파동으로 바뀌어 작은 고막을 때리고 이것이 액체의 율동으로
바뀌어 다시 뇌에 전기충격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물리 작용이다.
섬세하고 미묘한 전기충격은 기억, 감정, 본능이라는 네트워크에 마치 인터넷 하이퍼
텍스트 처럼 링크 된다. (여기서는 심미적 작용이다)
왜 모든 종교 제식에 북소리의 긴 여운과 중얼거리는 기도문을 읊조릴까.
그것은 소리의 힘이 정신의 세계를 움직이기 때문은 아닐까.
음악은 순수한 감정에 소용돌이를 일어켜 미쳐 날뛰게도 하고 시냇물 처럼 고요하게
잦아 들게도 한다.
우리의 불안, 좌절, 고통, 충격, 혼란, 슬픔, 기쁨이 가득 담겨 있는 웅덩이에 음악은
음파를 넣어 무늬를 만든다. 무정형 감정에 일시적 패턴의 파문이 생겨난다.
음악을 듣는 순간이면 격렬한 그리움으로 타오르기도 하고, 막막한 고통에
신음하기도 하며, 비상하는 환희를 염원하기도 한다.
이것은 다시 그리움, 갈망, 상처, 죽음, 용서, 희망이란 언어로 채색되고 변주되어
나오는 것이 곧 '글'이다.
우리는 마치 언어로 생각하고 말을 하고 소통하는 듯 하다. 그런데 언어란 일정한 관념이고
너무 표준화되고 규격화시켜, 찢어 발겨 틀에 집어 넣은 무자비한 획일적 성질을 갖고 있다.
'너를 사랑한다: I love you' 라는 글은 단순한 뜻 전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음악에 실거나 담게 되면, 노래를 부르는 이나 연주하는 이에 따라
그 의미의 진폭과 영역은 거의 무한대의 스펙트럼으로 전개된다.
똑같이 사랑한다 말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랑, 도어즈의 사랑, 도노반의 사랑은
전혀 다른 개성의 차원이다. 스윙재즈 식으로 말하는가, 컨츄리 음악적으로 말하는가,
블르스적으로 말하는가에 따라 느낌과 풍경은 또 달라진다.
음악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이를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사람 숫자 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뉘앙스를 가진다.
범주 차원에서 음악은 언어보다 원초적이고 무량하며 직역되기 곤란한 자연, 생명, 영혼에
닿아있다.
결국 음악이란 배, 의식, 통로, 마약의 힘을 빌어 나는 글을 썼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의식의 나, 무수한 자아, 기하급수적 기억의 파편들과의 만남이기도
하였다.
나는 가슴이 두근 거려요.
당신만 아세요.
열일곱살일걸요.
가만히 가만히 오세요.
이런 뽕짝만 들어도 나는 키보드 좌판을 미친듯이 두들기고 있었으니. 음악의 힘이란.

댓글목록

길손님의 댓글

길손 아이피 (58.♡.32.14) 작성일

음악의힘 그정체는 못보셨는지요?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이 세상에 '참나' 혹은 '진아'를 봤다는 사람은 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고로 나도 느꼈을 뿐, 말하지 않으렵니다.

고원님의 댓글

고원 아이피 (210.♡.78.231) 작성일

말씀 잘하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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