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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위한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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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21.♡.23.185) 댓글 4건 조회 7,456회 작성일 14-10-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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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무실에서 잠을 자다 꿈을 꿨었다. 꿈 속에서 3살로 보이는 가늘고 여린 내 여동생이 나왔다.
어려서의 내 여동생은 늘 나를 따랐다. 그런 여동생이 난 부담스러웠다. 불과 7살인 내가...
부모가 일찍이 이혼을 하였고, 나와 내 여동생은 친척집들에 돌려가며 맡겨지면서 늘 둘이서 붙어다녔고,
그나마 7살인 나는 부모와의 추억을 기억하지만, 핏덩이 3살짜리 동생은 부모와의 기억이 거의 없었기에
늘 나에게 의지했었다.
 
7살인 나는 내 동생에게 사랑을 주기엔 버거웠고, 힘들었었다. 7살의 나는 누군가를 지켜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막 대했었다. 나에게 오빠~하고 다가오는 여동생에게 꺼져~라는 말과 함께 발로 차고
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행동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난 부모의 품을 그리워하며, 나에게 의지하려는
3살배기 동생이 너무나 싫었었다. 여동생이라는 짐을...들기가 버거웠고, 싫었었나보다.
그 3살짜리 여동생이 내 꿈에서 나온 거였다.
 
꿈에서 3살짜리 여동생이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장을 들고 내 앞에 오더라. 나는 그런 동생을 품에 꼭 껴안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 여동생 보경아...어떻해...어떻해 그리 혼자서 다 짊어졌었어...아이고..아이고"
꿈에서 깨어났음에도 눈물이 나더라.
 
난 어린 내 여동생을 싫어했었고, 아니 부담스러워 했었고 부모로부터 주어진 저주받은 환경을 부정하고자
내 여동생을 멀리했다. 그리고 내가 10대에 접어들며, 여동생이 내 전부라는 생각이 들며 온간 간섭과
관여를 하였었노라.
 
"대학을 가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야지, 아님 경찰공무원 준비해야지. 왜냐고? 내가
너보다 인생을 더 살아봤기에 하는 말이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난 날 희생해서 널 키운거다."
라고...입에 수세미 쳐 넣고 싶을 정도로 정말 역겨운 말들만 했었다.
 
그 당시엔 내가 동생에게 간섭을 하는 게 여동생을 위하는 길인 줄 알았다.
여동생이 공무원이 되는게, 그래서 빨리 결혼해서 남편에게 사랑받게 하는게...대학을 가서 무시 안당하게
하는게 동생을 위하는 길인줄 알았다.
 
잠에서 깬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근데 지금 이 순간은...내가 동생을 위해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 하늘의 스케쥴대로 잘 가고 있기에, 난 그저 슬퍼해주고 미안해하는 것 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더이상 몇 년전처럼 간섭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아파해주는 것 만이...
그게 나와 동생을 위하는 길이었노라.
 
"사랑하는 동생 보경아. 미안하다. 간섭하고 강요해서 내가 말하는 대로 되는게 널 위하는 건 줄 알았다.
몰랐다. 내가 날 사랑할 줄 몰랐기에, 너도 사랑해주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이젠 진짜 널 사랑할 줄 아는
오빠가 되어줄께"
.
.
.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게 되었다.
 
"미안하다, 주환아. 옳고,틀리고를 재고..지금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계획만이...늘 생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게 날 살리는 길인 줄 알았어. 몰랐어...미안해. 이젠.. 이젠 내가 날 사랑해줄께"
 
외박 때, 동생을 꼭 안아주고, 내가 잘 몰랐음을...그래서 미안했다고 그 말을 꼭 해주어야겠다.

댓글목록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24) 작성일

많이 힘들었겠다...루시오...
글 보는데 맘이 아프당..

짐...이란말에 아련하게 그러네...
누군가가 늘 다가오면 나도 짐 처럼 느껴졌었는데...

그렇게 누군가와 헤어지고 누군가가 떠나길 바랬고...
자책감이 들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것인줄 몰랐다...
글보면서 어릴적 기억이 떠올랐어...

'이놈이 지긋지긋한 집구석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엄마,아빠,동생 내 주변사람모두 이 세상 전쟁나서 다 사라졌음 좋겠다'

혼자 벤치에 앉아 그런감정과 생각이 일어났고
그때 심한 죄책감을 느낀것같다...

지금와서보니 '나 힘들다...제발...좀 오지마...'그런 맘인듯함...
그 부분이 무척 공감되고 맘이 아프당...
그런 나 자신이 너무 매정하고 차갑게 느껴졌었다..
근데 나도 그렇고 아주 차가운사람도...
어쩌면 너무 힘들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할수밖에없었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하는 사람맘은 오죽 아팠을까..
나도 그렇고...울컥하네...

솔직한 글 고맙당...루시오...
동생하고 진심으로 화해하는 용기에 멋지당!!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4.♡.0.123) 작성일

위로 고마버요^^ 저 당시엔 힘들어서 온전히 힘들어하고, 미워해주니...힘들어도
힘들지 않는 마법의 힘이 또 작동이 되어서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요^^

형의 말..다 전쟁나서 사라졌음 좋겠다고...그거 저 6~7살 때, 엄마가 입버릇처럼 이모들
앞에서 하던 말과 똑같아요..ㅠ 아마 이모들하네 '나 힘들다~알아봐 줘~' 라고 속내를 말한거겠죠?
형 말대로 그 당시 그렇게 말 한 형이나 엄마나 오죽 아프고 힘들었을까요?

이번 외박 때, 여동생한테 글의 내용을 고백해주니 "알면 됐어~"라고 쿨하게 말하는데,
동생의 속내가 기뻐하는 느낌을 받아서 저도 참 좋았어요ㅋㅋㅋ 근데 꽉 안아주진 못했네요.
쑥스럽기도 해가..ㅎㅎ

이제 다시 경찰서로 일상 복귀. 민간인 변신까지 D-9개월입니다.ㅋㅋㅋㅋ ㅠㅠ

서정만♪님의 댓글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24) 작성일

난 9개월을 9일로 잘못보고 벌써 전역인가?했다

어머니도 그랬구나....
나도 정말 정말 힘들었다...선생님 만나고 내면아이 만나고..
아니 나 자신 그대로를 만나는게 정말 숨막힐듯 힘들더라...

몇번이고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차라리 모르고 살껄'하는 마음도 자주 들었당..
그래도 자꾸 '내가 그토록 원했던일인데..설명할수없지만..계속 경험해가자..'
그런 생각이 나도 모르게 계속 들었당...

동생이 기뻐하고 너도 기쁘니 잘됬넹 ㅋㅋ 이쁘당 ㅋㅋ
동생도 쑥쓰러워서 쿨하게 이야기한듯 ㅋㅋ

가끔 시간나면 글 부탁해용...^^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4.♡.0.123) 작성일

내년7월 23일에 꼭 D-9일이라고 적을께요ㅋㅋㅋㅋ 그 날이 금방 올랑가 모르겠지만..ㅠㅠㅠ 혼동을 드려가 쏘리!!^^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차라리 모르고 살껄'하는 마음도 자주 들었당..
그래도 자꾸 '내가 그토록 원했던일인데..설명할수없지만..계속 경험해가자..'
=ㅎㅎㅎㅎㅎ 요게 넘 공감되서 한 번 더 답글 댓글 적는거예요^^

저번에 적은 글의 내용처럼...올해 3월부터 제가 교통계로 넘어가면서
잠시 나 아닌 나의 상태...제가 절 다시 알고자 눈을 감았던 3~4개월간
힘들 때..."에이 썅, 18것... 나 자신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쳐. 안해. 지친다"
라고 중얼거리다가도 어느새 다시 나로서 있자고 생각을 돌리던 때가
넘 공감되고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오네요.

숨막힐 듯 힘드셨음...백퍼,천퍼 이상 공감되요. 형, 고생했어요^^
앞으로도 같이 성스로운 수고로움을 맞이해가요~ㅋㅋㅋ

아까도 동생한테서 카톡을 주고 받다 "미친놈ㅋㅋ"이란 내용을 받았는데,
요즘엔 동생한테 욕만 많이 먹고 삽니다.ㅋ

저도 한 번씩 사이트에 들어와 형의 글 잘 읽을께요^^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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