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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돼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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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름 (210.♡.220.2) 댓글 0건 조회 8,522회 작성일 15-06-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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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물고기가 즉각 물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물과 단 한 번도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본성을 당장 바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본성을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특별한 것[something special]은 눈에 잘 띄지만
전혀 특별할 게 없는 것[nothing special]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눈을 통해 사물을 잘 본다.
보는 자, 보이는 대상, 보는 행위는 분별된다.
 
그러나 그 모든 분별의 배후에 있는
나뉘지 않는 ‘그것’은 분별되지 않기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귀를 통해 소리를 잘 듣는다.
듣는 자, 듣는 대상, 듣는 행위는 역시 잘 분별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모든 분별 배후의 ‘그것’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금강경』에 “모양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소리로써 나를 구하려 하는 자는 
삿된 도를 행하는 자로서 여래를 보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 “모양을 취하지 않아야 여여(如如)하여 흔들림이 없다.”고도 하였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나라는 육체와 의식으로 이렇게 드러나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나와 세계, 내면과 외면의 세상을 창조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이렇게 생생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뭔가 특별한 어떤 것으로 인식할 수는 없다.
 
우리가 느끼고 알 수 있는 것은 뭔가 특별한 것뿐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결코 느낄 수도, 알 수도 없다.
 
다만 알지 못하는 줄 안다.
나는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
 
오직 모를 뿐이다.
 
이와 같은 말의 의미가 그대로 가슴에 와 닿을 때
안다와 모른다 너머의 참된 앎,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것이 참으로 얻은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 참으로 달라진 것이다.
아무것도 깨달은 것이 없는 것이 참으로 깨달은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기에 그곳에 도달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기에 이것은 결코 얻을 수도 없고, 잃을 수도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기에 이것을 유지하거나 지키려고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가을하늘처럼 명징하게 이것을 알아볼 테지만
어리석은 자는 허공꽃을 더듬으며 뭔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크게 쉬는 자리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바로 공(空)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여여한 부처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우리의 본래면목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하나님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우주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바로 나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정말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심성일, <깨달음, 열 번째 돼지 찾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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