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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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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34회 작성일 24-07-0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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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어머니는 팬티를 사 오시긴 했다. 근데,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아저씨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요즘 할배들도 안 입는 오줌 구멍 있고 엉덩이 전체를 감싸는 삼각팬티를 사 오셨다. 사각이 아닌 삼각을 입는 건 맞다. 그래도 펑퍼짐한 팬티, 이건 취항이 아니라 자존심 문제여서 단호히 못 입는다 했다. 어머니는 다른 걸로 바꿔주겠다고 하시곤 반찬이며 과일들을 냉장고에 채워두고선 다시 형집으로 돌아가셨다. 가는 길에 어머니는 팬티를 할배 꺼 아닌 아저씨 팬티로 바꾸고 전화하셨다. 나중에 아버지 편(형집에 일주일에 몇 번이고 가신다)으로 보내 주겠다고.

 며칠 뒤 아버지는 손자도 볼 겸 형집에 갔다 오셨고 내 소중한 팬티도 잊지 않고 가져오셨다. BYC 마크가 새겨진 업소용 비닐봉지에 넣어오셨다. "아싸!" 새 팬티다. 이젠 흘려내리는 팬티는 안녕이다. 비닐봉지를 열자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상자가 보였고 종이상자 꺼내 열어보니 팬티 3장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팬티를 하나 꺼내 몸에 맞는지 반바지 위에 대고 대충 재 보았다. 좀 작은 느낌이었다. 새 팬티라서 작게 느껴지나 했다. 혹시나 해서 팬티 라벨을 확인했더니, 치수가 100(내 치수는 105) 이었다. 처음 꺼냈을 땐 눈치 못 챘는데, 팬티를 자세히 보니 일반 팬티(밴드가 작은)가 아닌 밴드형 팬티였다.

 나에게 팬티란 그저 아랫도리를 감싸는 용도로 쓰는 거지, 거추장스럽게 미를 뽐내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큰 밴드는 내 입장에서 매우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밴드는 배가 나온 사람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허리를 얼마나 압박할지는 안 입어봐도 뻔하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치수가 100이다. '아니, 내 치수는 105인데 왜 100을 사셨지?' 105에서 100, 숫자로 보면 단순히 작은 5의 변화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0에서 100으로 늘어난다. 하루 종일 꽉 쪼이는 밴드형 팬티를 입을 생각에 끔찍했다. 궁금해서 전화를 해봤다. 어머니 말로는 팬티가 크게 보여서 100으로 사셨단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영수증도 넣어 놨으니 바꾸고 싶으면 교환하란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잠시 그대로 서서 생각에 잠긴다.

 불편한 몸 + 히키코모리의 합(=)은 내가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무한대로 만들 수 있다. 그러한 실제적 생각들은 '아픈데, 어딜 나가 그냥 방에 겜이나 하자'라는 당연한 결론을 도출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단지 지금은 그 수많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이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실재적 사실만 또렷이 드러나 있다. 나는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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