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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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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210.♡.226.237) 댓글 2건 조회 7,911회 작성일 15-03-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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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음주단속을 나가면서..자녀의 출산으로 며칠 휴가를 다녀오신 직원분과 대화를 나눴다.
'부장님, 자녀분의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라는 질문에..그 분은 이렇게 답하셨다.
 
'고마워 루시오 상경. 딸이야..' 라는 답변에 난 다시 물었다.
 '오~좋으시겠다...부장님. 근데 아버지가 되는 느낌은 어떤가요?' 이에 직원은
 
'음..몰라. 이제 갓 태어나서 실감이 안나. 근데 내 새끼라서 그런지 자꾸 보고 싶고, 얼른 옹알이하고
얼른 걸어댕기는 모습을 보고싶네. 근데 넌 아니?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으면,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몸 회복시간이 빠르대. 근데 수술로 낳으면, 당장은 마취 등으로 괜찮지만, 몸의 회복속도가 상당히 더디다고
그러더라. 우리 와이프가 수술로 애 낳았는데, 난 몰랐었다.' 라는 그 말에...
 
순간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났다. 엄마는 날 제왕절개로 낳으셨다고 들었다. 그것도 예정일이 한참이
지나도 내가 태어날 생각을 않자 병원에 급히 가셨었고, 하루만 늦었어도 유산될 뻔했기에 급히 수술로
날 강제로 꺼냈단 얘기가 생각이 났고...엄마는 아직도 제왕절개 후 몸 조리를 제대로 못해서 겨울이면
발이 시렵단 얘기를 종종 하셨었다.
 
근데, 난 과거엔...나의 시선이 늘 밖으로 향해져 있었기에.. 언제나 엄마가 날 학대한다고 '착각'할 땐...
엄마가 나의 철천지 원수였기에...그럴 때마다 '지랄한다. 또 지랄이네 xx..'라고 욕도 많이 했었다.
언제나 날 괴롭히는...날 힘들게 한...나의 원수...엄마도 아닌 사람이라고 여겼었다.
 
그렇지만, 직원의 그 한 마디에...엄마에 대한 감사함이 벅차 올랐다.
'그렇구나...열달간 고통속에 배 속에서 날 보호해줬고, 배를 찢어서라도 날 태어나게 해주고,
말 하지도, 걷지도 못 하는 날 길러주고..아직도 후유증을 겪을 정도로 날 끔찍이 여겨주던 어머니...
너무 고맙고 위대하고, 내가 착각해서 엄마를 그리도 욕한 게 너무 미안하다...' 라는 생각에...
그 순간...그동안 그리도 못나게 보고, 초라히 보던 어머니가 너무 위대하고 감사히 보였다.
 
그래서 어머니께 문자를 쳤다. '엄마. 뜬끔없이 낯간지럽게 문자쳐서 미안. 경찰직원이
자녀를 출산했다는데, 문득 엄마 생각나네?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고, 나로 인해 몸이 아플텐데
고생을 감수해서 고마워. 그냥 많이 감사하고 미안타. 사랑한데이~ 다음 외출 때, 군바리 아들 월급으로
비싼 한정식 밥 대접할께^^' 라고ㅋㅋㅋ (울 엄마..대뜸 나에게 철 들었다고 말 하겠다ㅋㅋ)
 
그리고 음주단속을 시작했다. 도로 위에서 열심히 불봉을 흔들며, 단속을 하는데..이상하게 어제는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았다. 한가해서 그런지, 나의 생각 에너지들이 그 틈을 타서 슬금슬금 올라오는데...
 
넘 신기하고도 감사한게...젖병이 루시오, 말 못하고 기어다니는 루시오, 초등학생 루시오, 중학생 루시오,
집에서 외로움에 저항하며 괴롭게 죽어가던 8년간의 은둔형 외톨이 루시오, 특전사 교육단에서 고통에
울부짖던 루시오, 해병대 훈련단에서 초조해하던 루시오...그리고 재작년에 유리병 깨지듯 스스로가
깨지며 산산조각 나던 루시오...1살부터 25살까지의 단계를 거치며 성장해오는 한 아기에서부터 청년까지의
내 모습들이 영상처럼 스쳐지나가며 오던 내 모습을...마치 내가 또 다른 어머니가 되어 자녀 루시오의
삶을 되돌아보며 눈물이 났다..
 
'그동안 내가 날 돌아봐주지 못 해서 미안해. 언제나 늘 이 못된 엄마가 스스로 목을 죄여오면서
숨통을 조여와서 너무 미안해. 그런데 여기까지 와줘서 너무 고맙다. 잘 버텨줬다..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그대로의 모습을 이 엄마가 인정해줄께. 지금 이렇게 존재해줘서 너무 고맙다.
사랑한다 주환아...' 라고 스스로 되뇌이고, 눈물이 나더라. 너무 감사했다.
 
직원들은 나 혼자 도로에서 찔끔찔끔 눈물 흘리던 날 보고 미친놈이라고 했겠지만..ㅋㅋ
그리고 얼른 얼른 때가 되어 전역해서 연애도 해보고 싶고, 수험생활도 해보고 싶고,
경찰직원도 되어서 수사과랑 청소년과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아픔도 함께 나누고 싶고,
...나중에 한 아이의 아버지도 되어보고 싶다.
 
뭐 나에겐...아직도 26살이나 먹은 한 아이가 있지만..^^;
 
아버지가...아니 부모가 된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모든 부모님들께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위대합니다...모든 부모님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리고...모두....단 한 명의 열외자 없이 60억 생명들...모든 존재하는 생명체들...
다들 넘 멋있게 성장하고 여기까지 와 있는 모습을 보면서...다들 완벽하고, 위대함에
따봉을 보냅니다!^^^^^^^^^^^^^^^^^^^^

댓글목록

바다海님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112.♡.76.8) 작성일

그까이꺼~~~대충 키우니까 세월이 키워 주더만!  괜히 애썼어!  어짜피공부 안할녀석 학원비 번다고 괜히 애썼어.
주변사람 눈치 본다고 체질에 안맞는 학원 괜히 보냈어.
그냥 냅두면 잘 크는걸~~~~~!  이제 알아삣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37) 작성일

그렇죠~자녀는 스스로 잘 크지요~~~ 라고 말하믄 서운하시지 않으시겠어요?^^ㅋ

예전에 엄마한테 그렇게 말했다가 뒤지게 욕 먹었는데ㅋㅋ 이번엔 철 들었냐고 문자 답장와서...
꽤 애 먹었습니다.ㅋㅋ

아닙니당~ 고마운...위대한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의 보살핌 속에 잘 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다해누님도 멋진 어머니로서의 글들 보면...갠히 제가 다 훈훈해지고 감사해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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