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답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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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623회 작성일 24-06-25 23:08본문
놀아달라는 게임한테 미안하지만 게임이 지루하다 느껴진다. 뽀얀 먼지를 덥고 자고 있는 책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긴다.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지만 하루가 온전히 느껴진다. 농담 같지만 한 달 전만 해도 나는 어떤 것에도 감사하지도 미안하지도 않았다.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그제 아픔을 잊기 위해 하루를 나에게서 지웠었다.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엔 희망인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간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돌이켜보면 단순히 희망일 리 없다. 왜냐면 몇 년간 수많은 희망들이 나를 지나쳤고 그때마다 나는 그들의 손을 붙잡고 일어서려 했었다. 하지만 따뜻한 손길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었고 나는 다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으며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난 역시 안돼'
지금은 나를 이토록 살아남도록 밀어붙이는 힘은 어디서 생기는 건가. 10년 전 히키코모리 생활에서 벗어났을 때랑 너무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이러다 또 도중에 포기하고 다시 주저앉는 건가. 가슴이 답답하고 두렵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은 지험지를 돌린다. 앞 친구가 건네준 시험지를 펼쳐 두 눈 부릅뜨고 아무리 째려봐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45분이 지나 시험시간이 끝난다. 걷어간 답안지엔 이름과 번호만 쓰여있을 뿐이다. 내 삶에 뿌려진 희망의 의미도 찾지 못했고 만약 문제를 푼다 해도 답은 이미 정해진 듯하다. 반복되는 저주의 결말 말이다. '다시 주저앉을지 몰라'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고 그럴 때마다 감정은 딱지처럼 그때의 기억 속에 붙어 기생한다. 좋은 기억이야 얼마든지 환영이다. 누가 좋은 기억을 싫어하랴 마음것 내 품을 내어준다. 하지만 반대로 나쁜 기억이라면 반항할 틈도 없이 끔찍한 감정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고민해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답을 찾을 수 없어 불안하고 답답하겠지만 빈 답안지처럼 그냥 비워둔 채로 지내볼까. 그냥 빈칸(?)으로 남겨 두는 거다. 이름 붙이고 꼬리표를 달아 [이건 내꺼]라고 정의 내리는 멍청한 짓만 하지 말고, 가슴속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대로 그냥 두 자. 지금 난 느리지만 조금씩 움직인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미로의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은 당연히 고통스럽고 험난하다. 하지만, 아픔을 잊기 위해 하루를 지우개로 지우기 보다 세상과 싸우다 처참하게 쓰러지더라도 하루를 연필로 꼭꼭 눌려 쓰자.
지금은 나를 이토록 살아남도록 밀어붙이는 힘은 어디서 생기는 건가. 10년 전 히키코모리 생활에서 벗어났을 때랑 너무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이러다 또 도중에 포기하고 다시 주저앉는 건가. 가슴이 답답하고 두렵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은 지험지를 돌린다. 앞 친구가 건네준 시험지를 펼쳐 두 눈 부릅뜨고 아무리 째려봐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45분이 지나 시험시간이 끝난다. 걷어간 답안지엔 이름과 번호만 쓰여있을 뿐이다. 내 삶에 뿌려진 희망의 의미도 찾지 못했고 만약 문제를 푼다 해도 답은 이미 정해진 듯하다. 반복되는 저주의 결말 말이다. '다시 주저앉을지 몰라'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고 그럴 때마다 감정은 딱지처럼 그때의 기억 속에 붙어 기생한다. 좋은 기억이야 얼마든지 환영이다. 누가 좋은 기억을 싫어하랴 마음것 내 품을 내어준다. 하지만 반대로 나쁜 기억이라면 반항할 틈도 없이 끔찍한 감정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고민해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답을 찾을 수 없어 불안하고 답답하겠지만 빈 답안지처럼 그냥 비워둔 채로 지내볼까. 그냥 빈칸(?)으로 남겨 두는 거다. 이름 붙이고 꼬리표를 달아 [이건 내꺼]라고 정의 내리는 멍청한 짓만 하지 말고, 가슴속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대로 그냥 두 자. 지금 난 느리지만 조금씩 움직인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미로의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은 당연히 고통스럽고 험난하다. 하지만, 아픔을 잊기 위해 하루를 지우개로 지우기 보다 세상과 싸우다 처참하게 쓰러지더라도 하루를 연필로 꼭꼭 눌려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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