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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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18.♡.153.232) 댓글 2건 조회 8,710회 작성일 15-05-25 14:01본문
재작년 겨울, 자대에 갓 들어간 이병 루시오는 당시 최고참에게 영화 '굿윌헌팅'의 영화 내용에 대해서 열심히
듣고 있었다. 영화의 명대사들을 들으며, 속으로 언젠가 그 영화를 꼭 봐야겠단 다짐을 했다만 그게
결국 제대가 다 되어가는 말년 병장이 되어서야 최근에 보았다.
영화에선 주인공이 천재로 나온다. 명문대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 조차 버거워하는 수학 문제를
가볍게 풀어내지만, 어려서 학대를 당하고 버림받은 그 상처가 무서워서 세상에 발을 내딪디 못하고
일용직 터전에서 자신과 같이 마음이 아픈 친구들과 삶을 전전하는 친구였고, 결국 그 친구들과 함께
경찰관을 폭행하여 구치소에 구금이 되지만, 그 친구의 천재성을 알아본 명문대 교수가 그 친구를 풀어준다.
그 친구에게 정신과 치료를 해준다는 조건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고, 그 친구에게는 자신을 도우라는 조건 하에..
운명적으로 만난 정신과 의사와 주인공은 끝 없는 기 싸움을 펼치다, 결국 정신과 의사의 이 한 마디에
논물을 터뜨리며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어려서 학대를 당한 넌 아무 잘못이 없어.'
그 장면을 보던 나 역시 울컥하며,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도 아무런 잘못이 없지?'
영화 중간 중간에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에게 모든 직업은 존귀하다며, 의사와
말싸움을 할 때 의사는 이런 말을 한다. '그래, 니 말대로 모든 직업은 훌륭해. 근데 많고 많은 일용직들
중에서 넌 왜 하필 세계의 천재들만 모인다는 MIT에서 청소부를 하냐? 그것도 출,퇴근이 수 십분이 걸리는
그 거리를 매일 통학하면서?'
그리고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다른 도시로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나게 되자, 주인공에게 같이 가자고
권하였고, 주인공은 이를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러자 그 여자친구는 '혹시 내가 사랑이 식어서 널
버릴거 같은게 두려워서 그래? 나도 버림받는건 두려워. 그래도 함께 같이 가면 안돼? 니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니 삶에서 비켜줄께. 사랑해' 라는 애절한 말에도 주인공은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하곤 그녀의 곁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공중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말은 하지 않는
미련의 모습을 종종 보여주며, 나의 과거들이 떠올랐다.
몇 달전, 경찰서 민원실에서 내가 좋아하던 누나가 떠올랐다. 난 그 당시 그 누나에게 고백을 빨리
하기 위해 쫓기던 감정이 떠오른거였다. '세상에 기집애가 걔 하난가? 얼른 마무리 지어야지'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와서 보면, 영화 주인공처럼 내 마음을 속이고 있었다. 거절당하는 그 두려움이 무서워서...
예상대로 난 경찰서 누나에게 조급히 들이댔고, 결국엔 연인으로서의 연은 닿지 못했다.
그러면서 저 누나에 대한 내 감정이 올라오니, 연달아 나의 9살 적 과거가 찾아와주었다.
그 당시 우리 부모님은 이혼을 하시었고, 두 분 다 우리 남매를 키워주지 못해서 조부모님 댁으로
양육을 위해 우리 남매를 할아버지 집에 데려다 주던 그 날이...내 가슴팍을 찌르며 올라왔다.
마치 영화처럼...그 날 밤은 비가 주륵주륵 내리며, 어두운 시골에 가로등 하나 만이 주황색 불을
비추며..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여동생을 내 옆에 두고, 할아버지 집 대문을
따고 들어가던 9살의 나와 5살의 내 여동생이 찾아왔다.
엄마에게 버림받는다고 착각하던 나의 그 아픔이...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버림받고 싶지 않은 내 몸짓이
시작이 되었고..그래서 지난 26년간의 삶 을 두려움에 갖혀 지냈다. 그리고 최근에도 경찰서 누나에게서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 조급히 굴었던 행동까지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너무 감사했다. 넘 아펐지만, 너무 좋았다. 그래서 감사했다.
난 아픔이 100%, 깨끗하게 치료될 줄 알았지만...나의 아픔들은 계속 날 찾아온다.
그래서 싫다거나, 엄마를 저주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단지, 이제는 그 아픔을 껴안아줄 수 있단게
너무 좋다.
어려서는...비록 내가 날 버려짐에도 날 구원해주지 못했지만...
이젠 내가 날 버리지 않을거다.
치료는 꼭 약을 먹고 꿰메서 흉터가 보이지 않아야 완성이 아니다.
꼭 해결해야만이 능사도 아니었다.
아픈 나를 알 수 있단 것이야 말로...난 치료가 끝이 났다.
그 아픔은 끝이 없고, 완성도 없다. 그 아픔을 아는 것이야 말로
난 자유롭다.
끝 없는 배움, 끝 없는 성장, 대자유, 진리, 완성 등등...
겉에다 이름만 갖다 붙힌거지...그 안에 영원히 굴러가는 아픔의 그 에너지...
그게 참 좋다. 정말 좋다.
모든 인연들과 상황에 감사하며, 특히...경찰서 민원실 그 누나와 난 아마 전생에
큰 인연이었나보다. 그 누나를 통해 끝 없이 성장하는 날 만나게 해주니, 그냥 고마울 뿐이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25.♡.71.239) 작성일
우리 주환이, 무럭무럭 자라는구나!
네 글 하나하나가 참 감동이다.
고맙다, 주환아!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23.♡.213.29) 작성일제가 뭐 식물인감유?^^무럭무럭 자라게?ㅋㅋㅋㅋ 제가 무럭무럭 자랄려면 야동과 용돈이 필수요소입니다ㅎㅎ 농담이고, 저 역시 쌤의 댓글 하나하나가 참 감동이기에 감사할뿐입니다!^^ 좋은하루 되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