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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란 배추 셀 때만 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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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210.♡.226.237) 댓글 2건 조회 8,242회 작성일 15-04-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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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실 요 몇 주간 넘 가슴이 힘들었어요. 소유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미련에 대한 갈망...
이는 제가 어려서부터 제 가슴 속에..얼음 덩어리처럼 남겨져 있는 남극과도 같은 녀석이었어요.
부모님과 억지로 헤어지며,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갈망하던 미련...
너무 가지고 싶고, 먹고 싶은데...조부모님 밑에서 자랐기에...가난해서 가지지 못한 물질에 대한 미련...
학벌이 좋지 않다고 스스로 정죄하고, 좋은 학교에 가야 한다는 미련...최소한이 이 정도였기에...
그 미련에 대한 제 갈망은 제 가슴 속 남극으로 자리 잡고, 잠을 자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얼마 전...경찰서 민원실에서 알게 된 누나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성교제를 하게 될 줄 알았지만
결국 연인으로 발전을 하진 못했었죠^^; 그런데, 이 누나를 가지지 못했단 미련을 지니게 되면서...저의 숱한
잠들어있는 미련들이 다 깨어나기 시작하며...넘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녀석들을 끝 없이 만나줘도, 만나줘도...
넘 아펐어요.
 
그러다 어제 문득 생각이 흐르다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아, 내가 현재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있지 않구나..
과거의 과정이 어찌 되었든 현재의 내 모습은...그 누나와 연락을 하지 않는 상태였는데, 나 혼자 그 누나를
못 잊는다고 했구나. 그래.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자. 대신, 지금의 내 모습은 그 누나에게 버림받았음을
인정하자. 지금 내 모습은 그 누나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자.' 라고 다짐하는 순간...
 
제 가슴 속에 차갑게 잠들어 있던 미련이라는 얼음 덩어리들이 하나씩 녹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난...'포기'라는 단어가 나쁜 뜻이라고 교육받고 자라왔음을...
포기란 건,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한 확실한 인정이라는 뜻도 되는 멋진 녀석임을.
 
오늘 어벤져스2라는 영화가 개봉해서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약간의 내용을 적자면..^^;
여 주인공과 남 주인공이 서로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환경 상 결별을 택합니다. 그 때, 전
영화를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각 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좋아할 수 있음을 간직하고
각 자의 길로 들어서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그 길을 택해 준 저 자신에게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저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로 세상이 위험해졌던 모 주인공에게
다른 주인공이 "지나간 과거를 탓하지 말고, 지금 너의 역할에 맡는 일을 해. 싸울거야? 말꺼야?" 란 말에
눈물이 났습니다.
 
인공지능 악당은..'날 묶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난 자유롭다'를 자주 외쳤고,
다른 인공지능으로 창조 된 녀석은 자신이 누구냐고 묻는 다른 이에게 "나는...그 누구도 아니다. 나는 나일뿐"
이라는 말에 또 울컥했습니다.
 
현재의 모든 순간에 충실하되, 현재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그런 모습을 부정하는 내 몸 짓을 '포기'할 때...
비로서 나는 나로서...내가 해야 할 일인, 지금 속에 저절로 충실히 하나되며...벅차고 감사함의
에너지로 가득차는 참 되고, 경이롭고, 위대한 참 '나' 로서 자리잡음을 느끼면서...
단지 포기하고, 인정했을 뿐인데...이 것 하나로 모든 게 정렬됨에 감사할뿐입니다.
 
어벤져스2... 강추합니다!! 화려한 액션씬보다, 참 나를 일깨워주는 멋진 영화입니다!
그리고...
 
포기...
 
참 멋진 녀석입니다. 그 멋진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

댓글목록

박미경님의 댓글

박미경 아이피 (125.♡.56.169) 작성일

루시오님의 글에는 참 많은 공감을 하게됩니다.
마음속의 '얼음'이라고 표현한 그 미련 . . . .
저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가슴을 베고 지나가는 서늘한 칼날을 느끼곤 했답니다.

어릴적 가난과 사랑의 결핍이 가져오는 물질에 대한 집착 . . . .
물질적인 풍요가 그 결핍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 . . .
저는 아직 그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며칠째 지난일들에 대한 후회와 자책이 밀려와 힘들었답니다.
그러다
그래 할때까지 해봐라
후회하고, 자책하고, 원망하고 . . . .
사는게 정말 엿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며칠을 계속 100% 허용한채 후회하고, 자책하고, 나를 미워하고, 사는게 엿같다고 욕하고 . . . .

그렇게 허용하고 보니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느낌이 들더군요.
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환경을 불러온다는 둥' 하는 말들을 하는 책들 때문에
마음대로 후회도, 자책도, 우울도 . . . 못해봤었거든요. 뭔가 늘 찜찜한 느낌 . . .

모든 것이 지 한을 다 풀어야 가는 것같아요
심지어 감기조차 . . . . .

포기와 허용은 서로 통하겠지요?
저도 저항하는 몸짓을 다 포기하고 제 할 짓 다 . . . . . 하고 가도록 그냥 둬 볼랍니다.
글 고맙게 잘 읽었어요. ^^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37) 작성일

멋있네요, 미경 선생님..^^
한을 풀어야 극락으로 간다고...대사 치던 전설의 고향이 생각나네요.ㅎㅎ
그 한(恨) 마저...우리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나 봅니다.ㅋㅋ

미경 쌤 말씀을 들으니, 정말 우리네 세상은 아이러니 투성이네요.
저도 이 아이러니란 표현을...어찌 표현해야 정확할지 모르겠지만..

완벽한 이 세상속에, 결핍이란 도구가 있단 아이러니..
부딪혀야 불완전 속에서 완전을, 완전에서 다시 불완전으로 순환하는 아이러니..
참 재밌네요.ㅎㅎ

저도 미경 쌤 댓글에 많은 공감을 하며, 감사드려요^^
이미 행복하시겠지만, 늘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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